“여기 원 안에 있는 게 너의 일이야.”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주인공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 다섯가지의 감정 중 ‘조이’(기쁨)가 ‘슬픔’이에게 하는 대사다. 주인공이 슬퍼지지 않도록, 일상 속에 기쁨만이 가득하도록, 슬픔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가둬진다.

이는 영화 속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의 일상 속 슬픔과 우울은 숨겨야만 하는 존재가 되곤 한다. 특히 우울을 심하게 앓는 병을 가진 이들은 다른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쉽게 자신의 병을 알리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픔을 알릴 수 없었던 그들은 글과 그림으로 고백하는 것을 택했다. 이들의 우울증 극복기를 담은 독립출판 책들을 모았다. 형식과 내용에 제한이 없는 독립 출판이기에 더욱더 자유롭고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담긴 그들의 이야기는 어딘가 숨어 있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로한다.

 

1. 일상 속 스며든 우울에 대하여, <판타스틱 우울백서>

출처: 이후북스 블로그

“나는 우울할 이유가 없는데 왜 우울한 것일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책은 <고양이의 크기>, <책 낸 자> 등으로 독립출판계에서는 꽤 이름을 알린 서귤 작가의 기분 장애 치료기이다. 저자는 치료를 받다 보니 우울증이 전혀 숨길 일이 아니며, 정신과 치료가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쉽지 않았다고. 대신 만화를 통해서는 솔직하게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해 SNS 계정에 우울증 치료 만화를 그려 올리기 시작했다. 이를 엮은 것이 <판타스틱 우울백서>다.

평범한 일상 속 유쾌하게 그려지는 저자의 이야기는 결국 우울증에 걸릴 사람이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별한 가정환경, 좋지 않은 경제력, 큰 실패 경험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우울증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런데도 저자는 자신의 상황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며 낙관하지 않는다. 책은 우울한 사람도 치료를 통해 충분히 그 상황을 빠져나갈 자격이 있다고,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치료를 통해 자신을 돌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말했듯 우울해도 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마찬가지로 행복해도 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2. 감정 속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 <우기: 어느 공무원의 우울증 휴직기>

출처: 이후북스 블로그

어느 순간부터 공무원은 꿈의 직장이 되었다. 치솟는 경쟁률을 뚫고 지난한 시간을 버티며 성취한 자리는 그저 평온한 꽃길만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대표하는 직업을 가진 저자는 불현듯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곤 했다. 갑자기 지하철에서 엉엉 오열하기도 하고, 빠르게 달리는 차를 보며 죽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결국 버틸 수가 없어 그녀는 휴직을 신청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먼지처럼 쌓인 우울을 끄집어내 하얀 종이에 털어냈다. <우기; 어느 공무원의 우울증 휴직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저자는 책을 내는 시점까지도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저 이 과정을 통해 나아지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녀의 그림은 정교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다만 그림을 보다 보면 담담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북돋아 보기도 위로를 건네기도 혹은 낙담하기도 하는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 이 시점에 그녀가 다시 회사로 돌아갔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녀가 자신을 응원하듯이 그림을 보며 같이 응원할 뿐이다. 더불어 어딘가 숨어 있을 우울감에 휩싸인 나 자신도 같이 응원하며.

 

3. 너와 나의 이야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출처: yes24

“엄마는 아직도 내가 왜 정신과에 다녔는지 알지 못한다. 가까운 사람일 수록 나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기 어렵다.”(<아무것도 할 수 있는> 본문 中)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은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터놓기 힘들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모은 수기집이다. 우울증 치료를 받는 저자가 직접 사람들을 모아 그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정리해 담았다. 이 책에서는 환자들이 직면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들에 관해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로 보여준다. 그들이 어떤 말에 상처받는지, 어떤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지, 어떤 마음과 감정으로 자신의 병을 들여다보는지.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누군가는 책 속 그들의 상황 위로 자신을 비춰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들의 주변 사람들 위로 자신을 비춰볼 수도 있다. 결국 우울증은 우리의 삶 속에서,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이 사실을 깨달을 때, 이제 우리는 나를 돌보거나 남을 돌보거나, 그 아무것이라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큰 인기를 얻으며 독립출판이라는 유통의 한계를 뛰어넘어 여러 번의 중쇄를 찍었다. 결국 올해 5월,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를 통해 재판매되며 전국 각지의 서점 및 인터넷 서점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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