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파네마 해변에 있는 조빔 동상

‘보사노바의 아버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이 생을 마감한 지도 벌써 25년이 지났다. 리오 데 자네이로의 바와 나이트클럽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던 그는, 영화 <Black Orpheus>(1958)의 음악작업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뛰어난 작곡 능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40여년 동안 수많은 보사노바 명곡을 만들어 재즈 스탠더드로 올려 놓았고, 재즈 색소포니스트 스탄 게츠와 함께 전 세계에 보사노바를 유행처럼 퍼트렸다. 그의 주옥 같은 명곡을 그의 목소리와 연주를 통해 직접 들어보자.

 

리오를 상징하는 ‘Girl From Ipanema’

어린 시절 부모가 별거하면서 엄마를 따라 리오 데 자네이로의 해변 동네 이파네마(Ipanema)로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 새아버지가 피아노를 사주었고 그의 음악 인생이 시작되었다. 이파네마의 나이트클럽이나 바에서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했는데, 당시 엄마의 담배 심부름을 하러 자주 바에 들리던 소녀를 보고 영감을 받은 곡이다. (소녀의 이름은 Helo Pinheiro로, 후일 유명인사가 되었다) 1961년에 뮤지컬에 삽입하기 위해 작곡한 이 곡은 1962년 브라질에서 처음 녹음되었고, 미국에서 <Getz/Gilberto>(1964) 음반에 수록되어 그 해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했다.

프랭크 시나트라와 함께 협연하는 조빔

 

쇼팽을 닮은 곡 ‘How Insensitive’

조빔의 음반 <The Composer of Desafinado, Plays>(1963)에 포르투갈어 ‘Insensatez’란 제목으로 수록된 곡으로,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의 사랑을 받은 스탠더드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좀 더 의역에 충실하여 ‘How Foolish’란 제목으로 불리기도 한다. 쇼팽의 Prelude in E Minor(링크)와 비슷한 멜로디로 유명하다.

버브 50주년 기념 4월의 The Jazz Masters(1994) 공연에서 팻 매스니와 함께. (그해 12월 조빔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파도가 치는 바닷가에서 듣는 ‘Wave’

조빔의 다섯 번째 앨범 <Wave>(1967)에 수록된 타이틀곡으로, 여기에 수록된 10곡 모두 클라우스 오거만(Claus Ogerman)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연주곡이었다. 그 중 ‘Wave’와 ‘Triste’는 가사를 붙여서 명가수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와의 콜라보 음반에 수록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국내에서 ‘Wave’ 연주곡은 라디오 오프닝 곡으로 자주 선곡되어 귀에 익숙한 멜로디로 다가온다.

허비 행콕과 함께 Free Jazz Festival(1993)에서

 

브라질의 우기 3월에 듣는 ‘Waters of March’

조빔이 1972년 작곡한 곡(원어: Aquas de Marco)으로, 브라질의 우기인 3월에 폭풍과 장마가 집중되는 날씨에 영감을 받았다. 조빔이 직접 영어와 포르투갈어로 가사를 썼고, 브라질의 국민 가수인 엘리스 레지나(Elis Regina)와의 협업 음반 <Elis & Tom>(1974)에 수록되었다. 조빔의 곡으로만 구성된 협업 음반을 내는 것이 엘리스 레지나의 오랜 염원이었는데 마침내 성사된 것이다.

엘리스 레지나와 함께 ‘Waters of M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