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알라딘>, <라이언킹> 개봉에 이어 내년에도 3월에 <뮬란>을 시작으로 디즈니 실사 영화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현재 900만 관객을 돌파한 <알라딘>은 천만 돌파 뒤엔 관심의 중심에서 멀어질 것이고, <라이언킹>은 순수한 실사 영화라기보다는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새로운 관심은 이제 2020년 3월 개봉 예정인 <뮬란>에 모이고 있다. 때마침 <뮬란>의 첫 포스터와 티저 예고편이 발표되어 하루 만에 1,3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팬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실사영화 <뮬란>(2020년 예정) 티저 예고편

애니메이션 <뮬란>이 붉은 옷을 입고 전장에서 칼을 휘두르는 유역비의 모습으로 인상적인 첫선을 보였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처음 등장한 중국의 여전사 ‘뮬란’은 실존 인물일까? 어디까지 역사이고 어디까지 허구일까? 뮬란에 관한 궁금한 점들을 살펴보았다.

중국 풍속화 작품에 나온 <뮬란>

 

뮬란은 실존 인물일까?

뮬란의 중국 이름은 Hua Mulan(花木蘭), 하지만 실존 인물인지 가상 인물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북위 시대(386~534) <木蘭辭>라는 문학 작품에, 늙고 병든 아버지를 대신하여 남장하고 12년 동안 흉노와의 전쟁에 출전해 혁혁한 공을 세운 여걸로 등장한다. 충성, 효도, 가족애와 같은 교훈과 여성 영웅과 같은 흥미로운 소재를 담고 있어서 중국에서는 소설, 경극, 연극, 영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북위 효문제 때 하북 지역에서 살았던 실존 인물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설화 속의 가상 인물이라는 설이 더 우세하다.

중국 경극에 등장하는 <화목란> 캐릭터

 

디즈니는 어떻게 뮬란을 찾았나?

1989년 플로리다 올란도에 신설된 디즈니-MGM 스튜디오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마침 새로운 아시아권 전설에 관심이 많던 디즈니는, 아동문학가 로버트 샌 소시(Robert D. San Souci)의 권유에 따라 중국의 <화목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디즈니는 중국에 프로젝트 팀을 파견하여 3주간 철저한 고증과 사전 작업을 거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당시 월트 디즈니의 아들 로이 디즈니의 제안으로 뮬란의 조력자인 드래곤 ‘무슈’ 캐릭터가 추가되었고, 많은 논란 끝에 귀뚜라미 캐릭터가 추가되었다.

로버트 샌 소시의 동화책 <Fa Mulan> 표지

 

중국은 디즈니의 <뮬란>을 어떻게 생각할까?

애니메이션 <뮬란>은 박스오피스에서 3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하였으나, 정작 디즈니가 원했던 중국 시장에서는 시큰둥했다. 더군다나 디즈니가 중국의 반정부 인사인 달라이라마 전기 영화 <Kundun>(1997)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는 호의적이질 않았다. 1년 만에 중국 정부의 상영 승인을 겨우 받기는 했으나, 구정 연휴가 끝난 후에 제한적 상영을 하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나마 영화를 본 중국인들의 반응 역시 후하지 않았으며, 실제 뮬란 이야기와 다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후 중국에서도 조미가 주연으로 출연한 실사 영화 <뮬란: 전사의 귀환>(2010)이 특유의 중국 스타일로 제작되었다.

영화 <뮬란: 전사의 귀환> 예고편

 

유역비는 어떻게 <뮬란>에 캐스팅되었나?

<뮬란>의 실사 영화는 2010년에 장쯔이 주연으로 시도되었으나 취소되었다가 2015년에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당시 할리우드는 화이트워싱(Whitewashing)에 대한 비난에 시달리던 차였고, <Tell Disney You Don’t Want a Whitewashed Mulan> 이란 팬들의 온라인 청원은 10만 명이 서명했다. 디즈니는 유창한 영어와 무술 연기, 그리고 스타 카리스마를 지닌 아시아 배우를 새로 찾기 시작했다. 캐스팅팀을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배우를 찾기 위해 무려 천 번의 인터뷰를 진행한 끝에 마침내 2017년 말에야 유역비로 결정했다.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10세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영어가 유창했고, 어릴 때 무용을 해서 몸이 유연하고 이미 많은 무협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었다.

무협드라마 <신조협려>(2006)에서의 유역비 무술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