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아름다운 몸’ 하면 젊고 탄력 있는 몸매를 떠올린다. 우리는 갖은 수를 써서 주름을 없애려 하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슬퍼하며 살아간다. 미디어에서 이상적으로 조명하는 몸은 노화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 이와 달리, 미국의 사진가 Anastasia Pottinger는 모두가 도외시하던 노인의 몸에 시선을 두었다.

Evelyn Anstine ⓒAnastasia Pottinger

Pottinger는 지난 9년 동안, 100세 이상의 노인의 몸을 사진으로 찍었다. 이 프로젝트는 Lucy Hall이라는 101세의 노인에게서 출발했다. 모델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찍어달라는 부탁에 따라 Pottinger는 사진을 찍었고, 그 결과는 무척 아름다웠다. 사진에는 노인의 몸에 새겨진 선과 면이 생생히 살아있다. 아주 가까이서 본 노인의 몸은 언뜻 보면 거목의 껍질, 사막의 모래 따위의 풍경과 닮아있다. 생(生)에서 사(死)를 향해가는 몸이 자연을 닮아 보인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Evelyn Anstine ⓒAnastasia Pottinger

Pottinger는 단순히 사진을 찍을 뿐만 아니라, 노인이 겪어온 삶에도 귀 기울였다. 젊었을 적 미국을 횡단했던 모험심 많았던 사람부터, 모두에게 존경받는 선생님이었던 사람, 촬영 중에 사랑과 평화의 노래를 불러줬던 사람, 여성 육군으로 참전했던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역사를 기록했다. Pottinger의 사진집 <100:What time creates>에는 그들이 지나온 1세기에 가까운 삶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Evelyn Anstine ⓒAnastasia Pottinger

Pottinger가 찍은 노인 중 일부는, 지금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그들의 삶의 자취는 여기, 이렇게 우리 앞에 남아있다. 미간에 짙은 주름이 만들어질 때, 노인은 웃었을까, 아니면 분노했을까? 손에 남겨진 거친 결은 노동의 결과일까, 아니면 전쟁의 풍파일까?

노인의 몸에 나타난 주름과 결이 말해주는 서사를 찬찬히 읽어보자.

Ione Buie ⓒAnastasia Pottinger
Ione Buie ⓒAnastasia Pottinger
Jane Walker ⓒAnastasia Pottinger
Lucy Hall ⓒAnastasia Pottinger

 

Anastasia Pottinger 프로젝트 <Centenarians> 페이스북

 

Writer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엔 말로는 부족해서, 사진과 글로 합니다. 우주가 잔뜩 나오는 SF영화, 우연히 마주치는 거리의 말, 잔잔한 주황색 조명, 낮고 조곤한 새벽의 대화, 여름밤의 한강공원, 따뜻한 차, 혼자 찾아가는 카페, 정처 없이 걸어 다니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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