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발라드 명곡 ‘Body and Soul’은 2011년, 27살의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85세의 토니 베넷과 함께 듀엣으로 녹음하여 다시금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이 곡을 녹음한 지 4개월도 안 돼 마약 과용으로 사망하였고, 28번째 생일이 될 수 있었던 9월 28일 싱글로 발매되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곡은 지금부터 90년 전인 1930년 브로드웨이 쇼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다. 당시 자니 그린(Johnny Green)이 작곡하고 에드워드 헤이만(Edward Heyman)을 비롯한 세 사람이 가사를 써서 네 사람이 크레딧에 올랐고, 브로드웨이 쇼 <Three’s Crowd>에서 가수 리비 홀맨(Libby Holman)이 처음 불렀다.

토니 베넷 & 에이미 와인하우스 ‘Body and Soul’(2011)

‘Body and Soul’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재즈와 팝 스탠더드로 수많은 밴드와 가수들의 레퍼토리에 포함되었다. 바로 그 해 루이 암스트롱이 녹음하면서 재즈 스탠더드 곡으로도 널리 퍼졌다. 재즈에서 가장 중요한 녹음으로 인정되는 버전은 그로부터 9년이 지난 1939년 콜맨 호킨스(Coleman Hawkins)와 그의 오케스트라의 연주다. RCA Victor 산하의 Bluebird 레이블이 싱글 음반으로 발매한 이 곡은, 호킨스가 두 번째 소절부터 끝날 때까지 원래의 멜로디를 따르지 않고 변형된 멜로디로 연주하여 ‘비밥의 초기 징후(Early Tremors of Bebop)'라 불리는 곡으로, 2004년에 미국 국회 ‘National Recording Registry’에 영구히 등록되었다.

Coleman Hawkins & His Orchestra ‘Body and Soul’(1939)

콜맨 호킨스는 재즈의 도시였던 캔자스시티 인근 세인트 조셉(Saint Joseph) 출신으로, 아홉 살 때 색소폰을 선물로 받아 열 두살에 돈을 받고 연주를 할 정도로 재즈 신동이었다. 10대 후반에 블루스 가수 마미 스미스(Mamie Smith)의 눈에 띄어 학교를 그만두고 그를 따라 전국 순회공연에 따라나섰다. 열아홉 살이던 1923년, 뉴욕 할렘에 정착하여 플레처 헨더슨, 베니 굿맨 밴드의 실력파 색소폰 연주자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즉흥연주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그는 트럼펫의 루이 암스트롱과 함께 즉흥연주를 할 수 있던 몇 안 되는 솔리스트였다. 트럼펫, 트롬본, 클라리넷이 주도하던 스윙밴드에서 짧은 효과음을 내는 수준에 머물던 색소폰의 위상을 솔로 악기의 위상으로 올려놓아, 후일 사람들은 그를 ‘테너 색소폰의 아버지’라 불렀다.

네덜란드 공연에서 멤버 소개와 ‘I Wish I Were Twins’를 연주하는 31세의 콜맨 호킨스(1935)

재즈의 대세가 스윙에서 비밥으로 넘어가면서 빅밴드가 사라지고 많은 스윙 연주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나, 그는 특유의 즉흥성과 발라드 연주로 비밥 시절에도 인기 재즈 뮤지션으로 남았다. 1920년대 스윙 시절에 데뷔했지만, 1940년대 비밥, 1960년대 모던 재즈 음반에도 그의 족적이 남아있다. <Coleman Hawkins Encounters Ben Webster>(1957), <Thelonious Monk With John Coltrane>(1957), <We Insist!>(1960), <Sonny Meets Hawk>(1963)와 같은 콜라보레이션 명반에 초빙되어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연주 활동으로 항상 바쁘던 그는 60대에 들어 우울증과 폭음으로 건강이 악화하였고, 1969년 간 경화로 65년의 생을 마감했다.

고향 세인트 조셉(미주리 주)에 서 있는 콜맨 호킨스 동상

그는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매(Hawk) 또는 땅콩을 좋아해서 ‘Bean’이라는 친근한 별명으로 불렸는데, 그래서 재즈 스탠더드나 앨범 제목에 ‘Hawk’나 ‘Bean’이란 단어가 많이 남아 있다. 미주리 주에 있는 그의 고향 세인트 조셉에 ‘The Coleman Hawkins Jazz Society’라는 협회가 결성되어 중심가에 그의 동상을 세웠고, 인근의 Coleman Hawkins Park에서 매년 봄에는 재즈 페스티벌을, 가을에는 블루스 페스티벌을 연다.

<Coleman Hawkins Encounters Ben Webster>(1957)에 수록한 자작곡 ‘Blues for Yolande’. 이 음반은 두 사람의 재즈 발라드 거장이 협연한 명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