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에 관한 정보 중에서, 많은 이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제작진이 참여한 영화라는 점일지도 모르겠다. 여운을 남긴 감성적인 드라마와 OST에 매료된 관객이라면 더욱 그럴 듯. 그런데 이 영화는 제작진 못지않게 배우들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극 중 17살 소년을 연기한 영국 배우 에이사 버터필드(Asa Butterfield)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Sex Education)>에서 시청자들에게 매력을 각인한 배우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성 상담사인 엄마에게 어깨너머 배운 지식으로 친구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모태 솔로이자 너드 역할을 맡아 연기했다.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의 순수한 소년 ‘세바스찬’은 그와 또 다른 모습이다.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 포스터

1997년생으로 올해 스물셋인 에이사 버터필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라이징 스타로 손꼽혔지만, 이제는 어느덧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가 됐다. 사실 연기파 배우라는 말도 새삼스럽다. 그는 아역 시절부터 연기 천재라 불릴 만큼 매 역할을 아주 잘 해냈으니까.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에이사 버터필드의 행보를 짚어본다.

 

빛나는 성장의 순간들

9세의 나이로 데뷔한 그는 초반부터 굵직한 작품과 인연을 맺고 극을 이끄는 중심적 역할을 했다. 주로 보조적 역할을 맡기 쉬운 아역배우로서는 흔치 않은 기회를 많이 잡은 셈이지만, 그 또한 매번 무거운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2008년 개봉한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인간의 광기와 전쟁의 공포를 다루며 어린 소년의 시점으로 시대상을 보여준 영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의 아들 ‘브루노’를 맡은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고, ‘맑고 푸른 눈동자를 가진 아역배우’로 오래 회자됐다.

영화 <휴고>의 한 장면

에이사 버터필드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며 큰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는 단연 2011년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휴고>를 꼽을 수 있을 것. 기차역의 시계탑을 관리하며 사는 열두 살의 고아 소년 ‘휴고’를 연기한 그는 영화의 역사에 헌정하는 아름다운 판타지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을 받은 것을 포함해 여러 어워드의 후보에 올랐으며, 라스베이거스 영화 비평가 협회로부터 최우수 아역연기상을 받았고, 영 할리우드 어워즈에서도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에이사 버터필드는 자신이 성인이 될 때까지 연기를 계속하리란 확신을 갖게 만들어준 작품이 바로 <휴고>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SF 영화 <엔더스 게임>에서 외계 종족의 공격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영웅 ‘엔더’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2014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네이든>에서는 세상과 소통해가는 수학 천재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가 팀 버튼 감독과 만난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 개봉할 무렵엔 막 성년의 나이에 진입한 시기였다. 그리고 작년에 한국 개봉한 <저니드 엔드>에서 그는 친구를 찾아 최전방으로 나선 신참 군인 ‘롤리 소위’로 분해 더욱 깊어진 연기를 보여줬다. 이젠 그를 라이징 스타라 부르는 이는 없다.

영화 <저니스 엔드>의 한 장면

다시 사춘기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온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는 조금 어설프지만 꿈을 간직한 소년의 성장 드라마다. 슬로 라이프를 실천하며 손자를 과잉보호하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세바스찬이 친구를 만나고 음악에 눈을 뜨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 풋풋하고 서툰 모습으로 주체적인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을 연기하는 에이사 버터필드의 모습은 더 이상 귀엽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감성적인 톤의 이 작품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흔들리는 눈빛이 클로즈 업된 장면이나 목소리를 내지르며 기타를 치는 장면 등 에이사 버터필드가 보여준 새로운 모습들이다.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의 에이사 버터필드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넘나들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는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이 연출한 코미디 영화 <그리드(Greed)>에 출연했고 현재 이 작품은 후반작업 중이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역시 시즌2로 돌아올 예정. 연기를 무척 잘하던 귀여운 소년의 성장은 이제 믿음직스러운 성인 배우의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