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현대인에게 신이나 종교에 관한 것들은 과거 시대만큼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을 확고한 믿음이나 무한한 상상, 깊은 통찰의 세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인간의 상상력이 빚어낸 드라마 속 각기 다른 신의 모습을 통해 종교와 믿음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고 있는 미국 드라마 4편을 소개해볼까 한다.

 

<American Gods>(2017)

<American Gods(신들의 전쟁)>는 2017년 미국 케이블 채널 Starz에서 방영, 지난 4월 시즌2를 마무리했다. 닐 게이먼의 동명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브라이언 풀러 감독이 연출을 맡아 몽환적이면서도 이색적인 비주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야기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쉐도우 문’(리키 휘틀)이 아내의 장례식에 향하던 중 미스테리한 남자, ‘웬즈데이’(이안 맥쉐인)로부터 보디가드 일을 제안받고 이를 수락하며 시작된다.

웬즈데이는 자신을 포함한 고대의 신들을 앞세워 현대의 신들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자신의 편에서 함께 싸울 고대의 신들을 설득하기 위해 쉐도우와 함께 미국 전역을 누비게 된다. 다양한 '신'이 등장하는 <American Gods>에서는 신들의 전쟁에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된 인간의 혼란을 통해 종교와 신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현대의 신들과 고대의 신들이 주도권을 두고 빚는 갈등은 오늘 날 종교와 과학 기술의 대결로 함축된다.

<American Gods>는 시각 효과 부문에 있어서 특히 주목을 받았던바 여기에는 브라이언 풀러 감독의 특유의 몽환적인 연출과 영상미가 한몫했다. 게다가 극 중 웬즈데이 역의 이안 맥쉐인이 주요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노련한 배우들의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확인해 볼 수 있다.

 

<Lucifer>(2015)

지난 5월 넷플릭스를 통해 새 시즌이 공개된 <Lucifer(루시퍼)>는 작년 FOX에 의해 방영이 캔슬되었다가 넷플릭스에 의해 구사일생 부활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포진한 탄탄한 팬덤 ‘Lucifans’를 보유한 이상 <루시퍼>는 쉽게 막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넷플릭스는 <루시퍼>의 다섯 번째 시즌을 확정했다.

동명의 DC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루시퍼>는 <American Gods>, <Good Omens>의 원작자 닐 게이먼이 참여한 <The Sandman>에서 첫 등장하며, 이후 독자적인 시리즈로 발전했다. TV 드라마는 <CSI>의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맡았다. <루시퍼>는 지옥의 왕 ‘루시퍼’(톰 엘리스)가 인간 세계에서 유흥을 즐기던 중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은 유일한 인간 형사 ‘클로이’(로렌 저먼)를 만나고 그를 도와 일련의 살인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루시퍼>에서 ‘신’은 루시퍼를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하고 반발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존재로서, 그것이 신의 의도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극 중 루시퍼는 오만하고 욕망을 앞세운 어두운 본성과 클로이에 대한 호감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게 된다.

루시퍼와 클로이 외에도 주변 인물들과의 유쾌한 케미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로 꼽힌다. 뿐 만 아니라 <루시퍼>에서는 성경 속 등장인물들을 <루시퍼>만의 개성을 입혀 재해석, 이를 유쾌하게 전달하고 있다.

 

<Preacher>(2016)

<Preacher(프리처)> 역시 <루시퍼>와 마찬가지로 동명의 DC코믹스가 원작이다.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원작답게 TV 드라마화 결정 당시 우려도 상당했으나 결과적으로 <프리처>는 평단의 호평 속에 오는 8월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있다. <프리처>는 어두운 과거를 가진 목사 ‘제시’(도미닉 쿠퍼)가 우연히 신의 능력 ‘제네시스’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활극을 담은 다크 코미디다. 목사인 제시와 그의 전여자친구 ‘튤립’(루스 네가), 뱀파이어 ‘캐시디’(조 길건)가 의기투합해 사라진 신을 행방을 쫓게 된다.

<프리처>에서 신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과연 제시와 그의 친구들의 물음에 신이 응답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프리처>에서 ‘신’은 마치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장의 형태로 인격화 되어, 제시는 그로 인해 더 큰 고민과 어려움을 겪게 된다. 최근 <The Good Place>, <Miracle Worker>, <God Friended Me> 같은 적지 않은 미국 드라마에서 신의 인격화한 예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신을 우스운 존재로 만드는 게 아니라 신에 대한 심각하고 진지한 궁금증 또는 철학적인 논제들을 가벼운 톤으로 해소하고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Good Omens>(2019)

지난 5월 31일 아마존을 통해 공개된 6부작 미니시리즈 <Good Omens(멋진 징조들)>은 2019년 기대를 모은 신작 중 하나이다. 데이비드 테넌트와 마이클 쉰이 주연을 맡았으며 존 햄, 밀레유 에노스, 안나 맥스웰 마틴이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프랜시스 맥도맨드가 각각 ‘사탄’과 ‘신’의 목소리 연기하는 등 전반적으로 화려한 출연진으로 주목받았다.

<Good Omens>는 <American Gods>의 원작자 닐 게이먼과 테리 프리쳇이 공동 출간한 동명 판타지 소설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너른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판타지 소설이기도 하다. 지구에서 진행중인 종말을 막기 위해 천사 ‘아지라파엘’과 악마 ‘크라울리’가 힘을 합치지만 그들의 계획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유쾌한 웃음을 전달하고 있다. 평단은 마이클 쉰과 데이비드 테넌트의 극중 브로맨스에 초점을 맞추며 완벽한 팀워크에 박수를 보냈다.

아마겟돈을 실행하기 위해 악마들은 갓난아기 적그리스도를 인간 부모의 아이와 바꿔치기하는 데 성공했으나 당초 미국 외교관의 가정에 잠입시키려던 계획과는 달리 아이는 평범한 영국인 가정에서 자라게 된다. 이처럼 이야기는 천사와 악마가 중심이 되어 각자의 저의에 의해 종말을 막고자 나서게 되지만 <Good Omens>는 적그리스도 '아담'을 통해 종말의 도래, 선과 악의 대결에서 나아가 보편적인 인류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원작자 닐 게이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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