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와 디즈니 스튜디오의 판타지를 결합한 사이버펑크 오페라 <Destino>. 1945년 자기만의 초현실적인 세계를 구축한 달리와 디즈니 애니메이터 존 헨치(John Hench)의 합작 프로젝트로 추진되었으나, 제작 도중 자금난에 시달리던 디즈니의 중단 결정으로 8개월 간의 작업을 뒤로한 채 미완성으로 남았다.

살바도르 달리와 월트 디즈니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이후, <환타지아 2000(Fantasia 2000)>(1999)을 제작하던 로이 디즈니(창업자 월트 디즈니의 아들)는 프랑스의 디즈니 애니메이션팀을 동원, <Destino>를 마저 완성하여 2003년 세계에 내놓았다.

단편 애니메이션 <Destino>

<Destino>는 영원한 사랑을 찾아 시간을 헤매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제작 당시 달리는 “시간이라는 미로에서 생의 문제를 마법처럼 펼친 작품 (A magical display of the problem of life in the labyrinth of time)”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에 영감 받은 배경이 펼쳐지고, ‘달리아’라는 여인이 시간의 신 ‘크로노스’를 찾아 헤맨다. 달리의 세계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2003년 아카데미 최고 단편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미국 플로리다 St. Petersburg에 있는 달리 박물관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달리 박물관(The Dali Museum)에서 제작한 <Dreams of Dali> 또한 훌륭한 사이버펑크 단편이다. 달리 특유의 초현실적인 배경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특히나 360도 영상으로 제작되어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감상하다 보면 마치 화면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Dreams of Da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