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무명 화가로 살아가는 매력적인 여성 ‘노라 달링’과 세 명의 서로 다른 스타일의 남자, 그리고 한 명의 여자와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를 다룬 블랙 코미디다. 2018년 30분 길이의 에피소드 10편으로 구성된 첫 시즌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첫선을 보였다. 시즌 1이 로튼 토마토 88%의 높은 평가를 받았고, 곧바로 다음 시즌 제작에 들어가  이듬해 동일한 구성의 두 번째 시즌이 나왔다. 명작 <Do the Right Thing>(1989)의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 작품답게, 이 드라마에도 다양한 문화와 사회적 이슈에 관한 그의 생각이 그대로 녹아 있다. 드라마 곳곳에 삽입된 음악은 또 다른 축복이다. 게다가 음악이 끝나면 앨범 자켓을 보여주며 누구의 어떤 음악인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She’s Gotta Have It> 시즌 1(2018) 예고편

우리나라에서 <당신보다 그것이 좋아> 라는 묘한 제목으로 번역된 <She’s Gotta Have It>은 원래 스파이크 리 감독의 1986년 장편영화 데뷔 작품이다. 당시 여러 군데서 어렵게 조달한 17만 5천만 달러(약 2억원)로 제작한 저 예산 흑백 영화인데, 부족한 금액은 뉴욕대 캠퍼스에서 오늘날의 크라우드 펀딩과 유사한 방식으로 조달하였다. 이렇게 어렵게 제작한 영화는 제작비의 40배가 넘는 71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대단한 화제를 불렀다. 칸 영화제에서 “Award of the Youth” 상을, 이어서 L.A. 영화비평가상과 독립영화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스파이크 리 감독을 미국 독립영화의 기수로 올려놓았다.

영화 <She’s Gotta Have It>(1986) 예고편

스파이크 리 감독의 <She’s Gotta Have It>(1986)은 짐 자무쉬 감독의 <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 1984)과 함께 1980년대 미국 독립영화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최근에 독립영화의 지원자를 자처한 넷플릭스가 스파이크 리 감독과 함께 이 영화의 리메이크에 나섰다. 이와 관련한 5년 전 인터뷰에서 스파이크 리 감독은 영화 중 강간 신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시엔 자신이 어리고 어리석어서 강간을 극악한 범죄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깊게 후회하였다. 새로 리메이크하는 드라마는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페미니즘 드라마가 될 것을 시사하였다. 시즌 1의 처음과 끝만 자신이 직접 쓰고 나머지 에피소드는 8명의 전문 작가를 초빙하여 집필을 맡겼다.

드라마 <She’s Gotta Have It> 시즌 2(2019) 예고편

이 드라마의 주인공 ‘노라 달링’은 자신의 주요 관심사인 예술적 진실성과 무한 자유 연애를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처음에는 세 명의 남자 연인과, 그 다음에는 여자 연인과 진한 사랑에 빠진다. Polygamy(일부다처제)나 Polyamory(다자간 사랑)과 같은 도발적인 주제를 넘어서 누군가에게 소유되거나 소속되지 않는 강렬한 ‘자유’를 역설한다. 그리고 스파이크 리 감독 특유의 정치, 사회, 문화, 인종, 젠더 이슈에 관한 소소한 풍자들이 곳곳에 드러난다. 어느 사이트의 평가처럼 “스파이크 리의 고전이 신세대를 위해 다시 태어났다”.

영화 <She’s Gotta Have It>(1986) 포스터컷

이 드라마 역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이 도처에 배어 나온다. 노라 달링은 미국 대선이 있던 2016년을 역대 최악의 해라고 말하고, 시즌 1 에피소드 8의 첫 장면에는 뮤직 비디오 ‘Klown Wit Da Nuclear Code’(광대 손에 핵무기가 있네) 전편을 번역 가사와 함께 볼 수 있다. 이는 2017년 미국 독립기념일에 스파이크 리 감독이 제작한 뮤직 비디오인데,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와 독설로 가득 차 있다. 음악은 토니상을 수상한 작가 겸 싱어송라이터 스튜(Stew)와 그의 밴드 The Negro Problem이 맡았다.

스파이크 리 & Stew ‘Klown Wit Da Nuclear Code’ M/V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