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색소폰 연주자이자 밴드 리더 올리버 넬슨은 음반 <The Blues and the Abstract Truth>(1961)의 성공 후 주로 빅밴드 편성으로 음반을 냈다. 젊은 시절을 보냈던 뉴욕을 뒤로하고 로스엔젤레스로 이주하기 직전에는 앨범 <Sound Pieces>(1965)를 출반했는데, 이 음반에는 로스엔젤레스에서 녹음한 빅밴드 편성의 세 곡과 뉴욕에서 녹음한 쿼텟 편성의 다섯 곡이 담겨있다. 로스엔젤레스에 간 그는 <콜롬보>, <6백만불의 사나이>, <소머즈>와 같은 유명한 드라마 스코어를 만든 할리우드 음악 감독이 되었다. 어찌 보면 <Sound Pieces>에 수록한 다섯 곡은 뉴욕의 재즈 연주자로서의 생활에 정점을 찍는 연주일 지도 모른다. 그는 이 날 평소에 주로 연주하던 테너와 알토 대신 날카로운 고음의 소프라노 색소폰을 손에 들었다. 론 카터가 베이스를 들었고, 피아노에는 신예 스티브 쿤(Steve Kuhn)이 앉았다.
그의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는 어쩔 수 없이 존 콜트레인의 ‘My Favorite Things’(1961)와 비교하게 되지만, 그의 연주가 더 슬프게 들리는 이유는 원곡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My Favorite Things’가 뮤지컬과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수록된 곡인 반면에, ‘The Shadow of Your Smile’은 로맨스 영화 <The Sandpiper>(1965, 국내 제목: 오해)에 수록된 곡인 것. 영화음악 작곡가로 유명한 자니 만델(Johnny Mandel)의 곡으로 ‘Love Theme from The Sandpiper’로 불리기도 하며, 그래미 ‘Song of the Year’상과 아카데미 ‘Best Original Song’을 수상한 명곡이다.
원래 영화에서는 가사 없이 트럼펫 연주곡으로 삽입되었지만, 평생 MGM영화사와 함께 일하며 세 개의 오스카를 수상한 작사가 폴 프란시스 웹스터(Paul Francis Webster)의 가사를 붙이면서 유명한 팝/재즈 스탠더드가 되었다.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는 의미를 담은 곡 ‘The Shadow of Your Smile’(당신 미소 속의 그림자)은 토니 베넷, 프랭크 시나트라, 잉글버트 험퍼팅크, 자니 마티스, 빅 데이몬 등 당대의 유명한 가수들이 앞을 다투어 음반을 냈고, 곧 이어 빌 에반스, 오스카 피터슨, 햄프턴 호스와 같은 당대의 재즈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며 슬픈 멜로디의 재즈 스탠더드가 되었다.
영화 <The Sandpiper>는 전작 <클레오파트라>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는 소문에 휩싸인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캐스팅되었고, 게다가 두 사람이 불륜 관계를 연기하게 됨으로써 세간의 관심을 끌었으나, 막상 촬영 직전 이들이 결혼해 화제가 수그러들었다. 결국 영화는 크게 성공하지는 못하고 평범한 성적을 내는 데 그쳤다. 그 대신 캘리포니아 해안인 빅서(Big Sur) 주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을 처음으로 영화에 담았고, 영화에 수록된 노래 ‘The Shadow of Your Smile’이 영화보다 더 인기를 얻은 데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