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 영드의 열렬한 시청자라면 작중에서 “Kiss my ass!”라는 표현을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나라 말로 굳이 번역하면 “엿 먹어!” 정도일 텐데, 과연 이 표현은 어디서 유래됐을까? 단순히 엉덩이를 키스하는 행위가 더러워서 비속어로 쓰이기 시작한 것일까? 진짜 유래를 되짚어 보면 그 기원은 중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시대는 흔히 암흑시대 (Dark Ages)라고 알려져 있다. 예술과 철학에 걸쳐서 수많은 업적을 남긴 고대 로마와 달리 중세시대는 감성과 이성 모두 가톨릭교의 지배를 받아 문화적으로 정체된 시기였다. 심지어 구글에 왜 중세 화가들은 그림을 이렇게 못 그리는지 검색해보면 이와 관련된 글이 수두룩하게 뜬다. 하긴, 벨베데레의 ‘아폴로’(BC 4세기)와 중세시대 미술 작품들을 비교해보면 구성은 평면적이기 그지없고 그 내용 또한 성경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종교의 지배를 그만큼 받았기에 중세시대 미술 나름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당시 예술가들과 학자들은 세상의 모든 신비에 대한 답을 성경에서 찾았는데 그 논리가 귀여울 정도로 터무니없다. 이는 인체 해부학에도 적용이 됐는데, 각 인체 부위의 작용 원리를 성경을 인용해 그림으로 기록했다. 중세시대 당시 사람의 인체는 물리적인 존재를 넘어 신과의 관계를 상징하는 매개체였다. 따라서 우리 몸의 각 장기의 위치와 모양 등 모두 종교적인 상징과 윤리적인 상징을 내포하고 있었다. 중세시대 학자들은 천지 만물을 이분법적으로 이해했는데 그에 따른 양극성을 보면 다음과 같다:

신 ←→ 사탄

선 ←→ 악

빛 ←→ 어둠

순결 ←→ 타락

고결 ←→ 혼종

앞 ←→ 뒤

오른쪽 ←→ 왼쪽

위 ←→ 아래

이러한 양극성은 신의 형상을 띈 사람의 인체에도 적용이 된다. 우리는 기립 보행하는 동물이다. 따라서 신, 즉 천국을 향해 있는 우리의 상체는 이성, 순결함과 숭고함을 상징했던 반면에 지하를 향해 있는 하체는 동물적 본능, 더러움과 악함을 상징했다. 실제로 구약성서를 보면 “하나님께선 인간을 위로 세우셨다.”(fercerit Deus hominum rectum.)라고 기재하고 있다. 4세기 당시 신학자였던 카이사레아의 바실리우스 또한 인체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인간, 그 고결한 존재의 육체는 그의 뛰어난 영혼에 버금간다. 네발 달린 짐승과 인간을 어떻게 구분하냐고? 짐승의 머리는 땅을 향해 스스로의 배를 바라보고 있으며,그 배는 모든 쾌락을 추구한다. 이와 달리 당신의 머리는 천국을 향해 곳곳이 서있고 당신의 눈은 지상 위의 것을 응시한다.”

따라서 “Kiss my ass”라는 표현은 상체와 하체의 결합, 즉 선과 악이 뒤죽박죽 된 상태를 뜻하는 것이다. 이성과 고결을 읊조려야 할 입술이 분뇨를 배출하는 더러운 항문에다가 키스를 해야 한다니, 얼마나 치욕적인 일인가! 엉덩이에 입을 맞추는 행위는 중세시대 여러 삽화에서도 묘사가 된다.

이미지 출저 - <William S. Glazier collection 24>, fol. 78., 뉴욕 Pierpont Morgan Library

이 그림은 14세기 초반에 그려진 삽화인데 가만 보면 유인원이 줄기 위에 위치한 엉덩이를 숭배하고 있다. 동물도 인간도 아닌 변종으로 여겨진 유인원 또한 타락을 상징했다. 진중하면서도 어느 정도 해학이 가미된 이 이미지는 성욕과 이성의 부재에 대한 경고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교훈적인 특성이 강했던 당시 서양화들은 대부분 사탄 등과 같은 악한 존재를 위처럼 선과 악이 뒤죽박죽이 된 변종으로 묘사했다.

이미지 출저 - ‘Illustration from the Queen Mary Pslater’(14세기), <The British Library Board>, London, British Library Royal 2.B. Vii, fol. 1v.

14세기경에 그려진 이 삽화 또한 사탄의 하체를 자세히 보면 상체에 있어야 할 얼굴이 엉덩이에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기형적인 사탄의 모습은 당시 독실한 기독교였던 독자들을 겁 먹이기 충분했다.

선과 악의 질서가 무너진 무질서의 모티브는 중세시대를 넘어서 후대에 까지 계속 이어져 왔는데, 다음 15세기 플랑드르파의 그림을 살펴보자.

Jean Taincture ‘Tractatus contra Sectam vaudensium’(15세기), 이미지 출처 - <Oxford>, Rawlinson D.410, fol.1, Bodleian Library

바닥의 빗자루를 보고 이미 짐작했을 수도 있지만 이 그림은 마녀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사탄은 어떤 형상을 하고 있을까? 맞다, 바로 게슴츠레한 눈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선보이고 있는 염소다. 염소 또한 당시 유럽에서는 세속적이고 더러운 동물로 여겨졌다. 이 염소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마녀들 중 오른편 아래에 있는 한 명은 염소의 엉덩이에 입을 맞출 기세로 자신의 입을 들이밀고 있다. 플랑드르 화가 장 탱튜어의 작품인데 제목을 직역하면 ‘악명 높은 키스(the osculum infame)’가 된다.

이와 같은 선과 악 간의 혼란과 무질서는 사탄 말고도 중세시대 괴물 그림의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보통 종교화라고 하면 그 내용이 무미건조하고 상상력 또한 한정됐으리라. 다들 짐작하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요한계시록에 관한 삽화만 해도 그 상상력이 끝도 없다. 오히려 정해진 컨텍스트에 화가 마다 어쩜 이리 다양 각색한 해석과 상상력을 깃들일 수 있었는지 감탄스러울 정도다. 다들 이번 기회에 중세시대 미술에 관한 편견을 잠시 내려두고 애정 어린 눈으로 다시 봐주는 게 어떨까? 어쩌면 그만큼 그들이 순진무구했기에 종교에 그만큼 심취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참고문헌 Martha Bayless, ‘The Symbolic Order of the Body’, <Sin and Filth in Medieval Culture: the Devil in the Latrine>(2012), 65–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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