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리단길’ ‘-트럴파크’가 유행이다. 조금은 낯간지러운 느낌이 드는 별명이지만, 새로운 상권이 생기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한적한 노원구에 자리한 공릉의 옛 철길이 숲길로 바뀌면서 새로운 가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서울의 외각에 위치한 데다 이렇다 할 문화공간이 딱히 없던 노원구에 경춘선 숲길 조성으로 반가운 활기가 흐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는 공릉의 매력 넘치는 공간을 소개한다.

 

 

# 카페

공릉에 새롭게 자리 잡은 대부분의 공간이 카페다. 철길을 중심으로 줄지어 문을 열어 카페거리라고 불릴 정도. 편안한 분위기와 향긋한 커피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릉 카페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곳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럴 땐 여기가 딱이야!” 하는 곳으로 추려보았다.

썬릿 - 달콤한 디저트로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공릉역에서 태릉입구역으로 연결되는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주치는 심플한 간판. 썬릿은 밀크티와 까눌레로 유명한 공릉 카페 던모스의 위층에 자리 잡고 있다. 깨끗한 흰 벽에 걸린 감각적인 유화 작품과 소품들이 멋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디저트 전문 카페로 깔끔하고 먹음직스러운 케이크가 반겨주는 곳. 어떤 케이크를 선택해도 실패하지 않으니 취향껏 고르시라. 모든 메뉴가 수제인 것이 이곳의 특징.

작은 재료 하나하나 직접 제작하여 딱 적당하게 달콤한 케이크 맛을 낸다. 바닐라빈이 박힌 부드러운 크림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쫀한 타르트를 한입에 넣으면 모든 근심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한쪽 공간이 전부 창으로 되어있어 커피를 마시며 철길을 둘러보기에 안성맞춤.

주소: 서울 노원구 공릉로27길 8
영업시간: 매일 12:30 - 21:30 (목요일 휴무)

썬릿 인스타그램

 

앤썸 커피 로스터스 – 맛있는 커피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가진 카페

철길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안쪽에 자리한 앤썸은 무엇보다 커피 맛으로 승부한다. 처음 눈길을 끄는 것은 아마 외국인 사장님일지도 모른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한국에 와 밴드 활동을 했다는 미국인 사장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커피를 선보이기 위해 공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원두 종류가 다양해 여러 가지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이따금 사장님이 직접 원두를 볶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원두 맛이 성에 안 차면 가게를 쉬고 개발에 전력을 다할 정도로 커피 맛에 대한 철학이 확실한 곳.

다양한 음악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신청곡을 받기도 한다. 최근 커피 맛으로 소문이 나 점점 손님이 많아지는 중. 싱글 오리진 핸드드립이 유명한데, 달콤한 꽃향기가 나는 에티오피아 코케가 일품이다. 고소한 라떼와 사랑으로 굽는다는 쿠키 맛도 빠지지 않으니 함께 먹어보시라.

주소: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509-12
영업시간: 매일 12:00 - 22:00 (금요일 휴무)

앤썸커피로스터스 인스타그램

 

오누이 – 건강한 맛으로 재충전이 가능한 곳

가게 이름처럼 정말 오누이가 운영하는 공간. 철길 카페들과는 거리가 꽤 있는 외진 곳에 간판 없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숨은 보석 같은 느낌을 준다. 빨간 벽돌과 대비되는 커다란 은색 문을 열면 이색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가게 안을 가득 메운 다양한 식물과 일자형으로 긴 테이블은 신비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간에 놓인 테이블을 기준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고 문도 각각 따로 달려있어 하나지만 두 개의 공간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카페지만 커피를 팔지 않는 것도 오누이만의 특징.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사장님은 커피 대신 제철 과일을 이용한 수제 요거트와 주스, 수제 맥주를 내놓는다. 매달 메뉴가 바뀌는데, 손님들이 새로운 메뉴를 기대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길 바라서란다. 케이크부터 맥주에 어울리는 안줏거리까지 커피만 없을 뿐 다양한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현대인의 생명수라 불리는 커피지만 과도한 카페인 섭취로 내 몸에 미안할 때, 오누이를 찾으면 된다. 건강한 맛으로 재충전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주소: 서울 노원구 동일로187길 12-47
영업시간: 매일 13:00 – 22:00 (일요일, 월요일 휴무)

오누이 인스타그램

 

 

# 맛집

최근 새로 생긴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음식점이 많지만, 처음 문을 연 곳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곳이 진짜배기 맛집 아닐까? 공릉이 뜨는 동네로 주목받기 전부터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던 맛집을 소개한다.

버거투버거 – 맛도 가격도 훌륭한 수제버거

버거투버거를 찾은 누구나 첫입을 먹고선 외칠 것이다. 여긴 진짜야! 고등학교 앞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버거집. 내부는 평범하지만 맛은 웬만한 유명 수제버거집에 뒤지지 않는다. 버거투버거만의 다양한 햄버거 종류에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배려한 착한 가격까지. 맛집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패티 위에 살포시 얹힌 폭신한 햄버거 번이 별미. 양이 적은 사람도 1개론 절대 부족할 맛이니. 한창 먹성 좋을 때인 고등학생들이 몰려들어 버거 두세 개씩을 해치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대중교통 이용 시 접근이 조금 불편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하고 방문할만하다.

주소: 서울 노원구 공릉로62가길 50
전화: 02-948-6777
영업시간: 평일 11:00 - 19:00 / 토요일 11:00 - 15:00 (일요일 휴무 / 브레이크 타임 : 15:00 - 16:00)

 

장미삼계탕 – 40년 전통의 보양식 전문점

가게 여기저기에 떡하니 쓰여 있는 40년 전통의 맛집. 그래서인지 손님의 대부분이 연배가 있는 동네 어르신인듯하다. 한쪽 벽에는 근처 태릉선수촌 선수들의 사인이 가득해 자못 믿음직스럽다. 삼계탕 외에 추어탕, 오리 백숙 등 다양한 보양식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삼계탕 종류도 다양한데, 그중 한방 삼계탕을 추천한다. 아플 때 먹으면 정말 보약을 먹은 것처럼 신기한 힘이 솟는다.

삼계탕을 먹으러 들릴 때마다 자꾸만 닭볶음탕을 권하는 사장님. 어느 날 못 이긴 척 시켜보았는데, 사장님 말씀이 옳았다. 진득한 닭볶음탕은 조미료 맛없이 시골 할머니께서 해주신 것처럼 진하고 깔끔했다. 거기다 제일 중요한 건 탕 하나에 닭 다리 세 개가 나온다는 것. 세 명이서 가도 눈치 보며 닭 다리를 양보할 필요가 없다.

주소: 서울 노원구 화랑로 449-10
전화: 02-972-8737
영업시간: 매일 10:00 - 22:00 (연중무휴)

 

 

Writer

김혜인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