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세상은 우리에게 세계화와 더불어 무한한 발견 및 발굴의 기회를 갖다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국경을 따라 나눠진 언어와 문화는 각기 전혀 다른 모습으로 공존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에게 그다지 멀지 않지만 닮은 듯 다른, 아시아 인디 뮤지션들과 그들의 신보 소식을 소개한다.

포근한 날씨와 함께 차례로 찾아온 소식들은 새벽부터 잠에 들기까지 하루를 충만하게 채워줄 것이다. 가장 최근에 발매된 곡부터 역순으로 모아보았다.

 

1. Safeplanet ‘ข้างกาย(With You)’

Safeplanet ‘ข้างกาย(With You)’

태국 인디밴드 세이프플레닛(Safeplanet)이 새 앨범 <safeboys>에 수록된 'With You'를 그들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싱글 ‘Try’(2019)를 공개한지 두 달 만에 알려온 소식이다.

왼쪽부터 Yee, Alien, Doi, 출처 - 세이프플래닛 공식 인스타그램

2015년에 데뷔한 세이프플래닛은 모두 예명으로 이루어진 3인조 밴드이다. 기타와 보컬, 코러스, 키보드를 담당하는 Alien, 드럼과 퍼커션의 Doi, 베이스를 연주하는Yee로 이루어져 있으며 탄탄한 연주와 안정적인 보컬로 그들만의 몽환적이고 청량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아도이가 지난해 10월에 가졌던 태국 공연에도 함께했으며, 아시아에서 열리는 각종 인디 뮤직 페스티벌과 라이브 공연 라인업에도 빠지지 않고 있다. 단독 라이브 투어에서도 연달아 매진을 기록했는데, 그 인기를 입증하듯 2016년에 발표되었던 ‘Mirror Room’이 어느새 유튜브 조회 수 1200만뷰를 기록했다.

두 번째로 빠르게 조회 수가 올라오고 있는 ‘Answer’는 작년 9월에 발표된 이후 현재 800만뷰를 앞두고 있다. 자장가와 세레나데처럼 편안한 Alien의 보컬과 연주의 합이 어우러지는 매력적인 곡으로, <safeboys> 앨범 아트워크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분위기를 즐겨보면 좋겠다.

Safeplanet ‘คำตอบ(Answer)’

 

2. Sunset Rollercoaster <VANILLA VILLA>

이미지 출처 - 선셋 롤러코스터 공식 홈페이지

지난해 멤버를 추가 영입하며 5인조에서 6인조가 된 대만의 인기 록밴드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가 디지털 앨범을 발매했다. 봄의 첫 문을 열 듯 5월 1일에 소식을 알린 EP <VANILLA VILLA>에는 ‘Welcome to’, ‘Vanilla’, ‘Villa’까지 총 3곡이 수록되어 있다.

Sunset Rollercoaster <VANILLA VILLA>

이들은 작년 정규앨범 <CASSA NOVA> 발표 후 아시아와 북미, 유럽을 순회하며 성공적인 투어공연을 마치고, 올해 2월부터 다시 <Sunset Rollercoaster 2019 ‘Business Trip’ Tour>라는 이름의 투어를 진행 중이다. 도쿄와 서울을 시작으로 7, 8월을 제외한 2월부터 10월까지 쉬지 않고 세계 곳곳을 단독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새로운 싱글 앨범 작업도 놓치지 않는 그들의 역량과 더욱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은 어째서 선셋 롤러코스터만의 투어가 가능한 일인지를 명쾌하게 납득시켜준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새로운 디지털 앨범 공개에 이어 <CASSA NOVA>의 7번 트랙 'Summum Bonum'(2018)의 뮤직비디오도 업로드했다. 그동안 팬들이 보내준 성원에 대한 보답으로, 지난 투어 여정을 기록한 영상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Sunset Rollercoaster ‘Summum Bonum’

 

3. TENDRE ‘SIGN’

이미지 출처 - rallye label

1988년생으로 본명은 카와하라 타로(Kawahara Taro). 일본 레이블 rallye의 소속 뮤지션이다. 알앤비 및 소울 장르 기반의 멀티 플레이어 텐더(TENDRE)는 베이스, 기타, 색소폰까지 다루며 다양한 밴드와 아티스트의 레코딩에 참여했던 그는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7년에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첫 EP앨범 <Red Focus>를 발매했다.

이번에는 그랜드 캐니언 국립 공원 제정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에 설립 기반을 둔 스포츠 샌들 기업 ‘Teva’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한 ‘SIGN’의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 한 편의 휴양지 광고 영상처럼 조금은 더 일찍 뜨거워진 봄을 예언하듯, 따뜻한 색감의 영상이 산뜻하고 유쾌한 선율과 어우러진다. 여기에 유코 우에즈(Yuko Uesu)의 하프연 주와 댄서 유리나시아(yurinasia)의 역동적인 춤사위가 더해져 다방면으로 풍성한 작품이 완성되었다.

TENDRE ‘SIGN’

 

4. Phum Viphurit ‘Hello, Anxiety’

이미지 출처 - 품 비푸릿 페이스북

1995년생의 젋은 태국 인디 뮤지션 품 비푸릿(Phum Viphurit)의 본명은 비푸릿 시릿팁(Viphurit Siritip)으로 이름 앞에 별칭 ‘Phum’을 붙여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정규앨범 <Manchild>를 필두로 연이어 싱글 ‘Long Gone’(2017), ‘Lover Boy’(2018)를 히트시키며 태국만이 아닌 세계 젊은 인디 신에서 빠르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위 2곡의 뮤직비디오 모두 영상을 전공한 그가 직접 연출을 맡으며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는데, 특히 ‘Lover Boy’는 4천만뷰를 기록하며 그의 작은 애칭이 될 만큼 사랑스러운 곡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9살에 뉴질랜드로 이사하여 유년 시절을 보낸 그의 경험은 한낮의 햇살과 여유로움을 모두 품고 있는 그의 미소와 음악에도 잘 녹아 있다.

한국에서는 작년 4월 웨스트 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있었던 단독 공연과 6월 DMZ 피스 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및 EBS 공감 출연 이후, 올해 5월 9일, 10일에 아시아 투어를 하며 세 번째 내한 공연을 열기도 했다.

품 비푸릿의 음악이 국경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사랑에만 국한되지 않는 주제들을 너무나 쉽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까닭도 있을 것이다. 최근 새로운 아시아 투어를 시작하기 전 발표했던 싱글 ‘Hello, Anxiety’(2019) 또한 디스코 펑크 기반의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곡이다.

Phum Viphurit ‘Hello, Anxiety’

품 비푸릿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곡은 자기 의심과 스트레스를 거쳐 최종적으로 평화를 발견했던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듣는 이들도 함께 내면의 자신을 발견하기를 바란다는 소감은, 후렴구에 마법의 주문처럼 반복되는 “You'll be fine”에 담은 것처럼 보인다. 뮤직비디오 속에 등장하는 품 비푸릿의 클론들과 정색을 하고 시선을 쫓아오는 스태프들, 마지막에 최면에 걸린 듯 마음 가는 대로 춤을 추는 사람들의 진지한 연기는 끝내 묘한 웃음을 끌어낸다.

유쾌함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품 비푸릿의 음악은 여전히 새롭고 앞으로도 더욱 기대할 수밖에 없다. 소년의 풋풋함과 청년의 가벼운 콧노래, 풀 내음 가득한 봄의 밤이나 여름날의 진한 노을처럼 다채롭게 그려지는 그의 정서가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하고도 친근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앞으로 품 비푸릿이 더욱 사랑받을 뮤지션임을 모두가 확신할 것이다.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