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의 유행은 언제나 빠르게 변한다. 지난주 유행했던 밈은 이번 주에 이미 구닥다리가 되었고, 지난 달에 뜬 채널은 이번 달 빠르게 잊혔다. 지난 계절 나타난 트렌드는 당연히 이번 계절 진부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에서 아주 오랫동안 무언가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이는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채널들이 사람들의 인기와 관심 속에서 나타나고 사라졌다. 다만 이 와중에도 오랜 시간 동안 활동해오며 시청자들을 유지하는 채널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여기 소개할 두 채널은 빠르게 변하기보다는,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유지하며 지금도 계속된다.

 

Captain Disillusion

영화 제작자였던 앨런 맬릭제니언(Alan Melikdjanian)은 유튜브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었던 2007년에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같은 형식과 내용의 영상들을 만들었다. 새빨간 배경의 방에서 검정 셔츠에 노란 운동복을 입고, 왜인지 코 밑의 얼굴을 은색으로 칠한 ‘코스튬’을 한 이른바 ‘캡틴 디스일루젼’은 10년 넘게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온갖 바이럴 영상들의 진위를 가려내는 디벙크(Debunk) 영상들을 만들어냈다. 시리즈는 특히나 시각 효과들을 분석하며 영상의 조작 방법을 아주 상세히 밝혀낸다. 가장 초창기에 올라온 그의 영상들은 당시 유명했던 심령 현상이나 UFO 등이 어떠한 CGI와 VFX 기술로 조작되었는지를 보여줬고, 지금까지도 이러한 기초는 유지되고 있다.

2007년 업로드 된 <Mirror Ghost Girl Debunk>

다른 것보다 Captain Disillusion의 영상들이 효과적인 건 에피소드 형식이라는 큰 틀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옛날의 교육용 TV쇼를 패러디해 ‘캡틴 디스일루젼’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야기를 담는 맬릭제니언과 다른 등장인물을 시작해, 채널은 자체적으로도 훌륭한 VFX 효과를 이용해 해당 영상들이 정확히 어떻게 조작되었고, 어떤 효과가 사용되었으며, 이것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등 모든 사항을 매우 자세하게 보여준다. 심지어는 이 방식들을 활용해 다시 한 번 해당 영상들을 더욱더 높은 품질로 ‘리메이크’하기도 한다. 언제나 같은 스타일로 진행되지만, 능청맞고 유머러스한 캡틴의 깔끔하고 매끄러운 진행, 높은 품질의 CGI와 VFX로 보여주는 디테일한 분석으로 캡틴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인터넷의 바이럴 영상들을 가장 안쪽까지 까뒤집어놓으면서 영상을 죽 만들어왔다.

2017년에 업로드된 <Captain D's Definitive Guide to TRICK SHOTS>

채널의 유명세는 최근 들어서 오히려 더욱 높아졌는데, 듀드 퍼펙트(Dude Perfect)로 대표되는 트릭 숏(Trick Shot) 영상들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간신히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영상과 ‘에셔의 계단’을 실제로 만들었다는 영상이 어떻게 VFX로 그럴듯하게 이를 보여줬는지 같은 영상 덕이었다. 이 중에서도 채널에서 조회 수가 가장 높은 [시크렛 팔찌 디벙크(Cicret Bracelet DEBUNK)]가 큰 몫을 했는데, 모든 건 언제나처럼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캡틴이 팔에 모바일 화면을 띄워주는 팔찌의 홍보 영상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캡틴은 이어 이 팔찌를 만드는 회사인 시크렛이 올린 모든 영상을 분석해 이 아이디어가 얼마나 실현 불가능하고, 영상이 어떻게 VFX를 사용해 그럴듯해 보이게 영상을 조작하며 사기에 가까운 홍보를 했는지를 샅샅이 밝혀냈다. 이런 식으로, 캡틴은 여전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VFX 조작과 사기들을 뜯어내며, 그의 좌우명인 “마음으로 사랑하고, 머리로 나머지 모든 것들을 하자”를 실천하고 있다.

2016년에 업로드되어 채널에서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Cicret Bracelet DEBUNK>

 

Vsauce

출처: ‘fandom

한편,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마인드 필드(Mind Field)>를 진행하는 마이클 스티븐스(Michael Stevens)도 2007년부터 유튜브를 시작해 결국에는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주로 코미디 채널에서 활동했던 스티븐스는 2010년에 Vsauce라는 채널을 시작했다. 초창기의 채널은 IMG, DONG, LUT 같은 짧고 굵은 줄임말을 제목으로 단 시리즈에서 게임과 관련된 영상이나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흥미로운 사이트나 제품들에 대해 주로 올렸다. 수많은 곳에서 끌어온 여러 정보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인기를 얻던 채널은 스티븐스가 다른 류의 영상을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유명해졌다. DOT라는 이 시리즈는 주로 이런 질문들을 제목으로 달았다.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뛰면 어떻게 될까?’, ‘가장 짧은 시는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잊을까?’, ‘인간은 어떤 맛이 날까?’ 등.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뛰면 어떻게 될까?>

제목에서 어느 정도 예상하다시피, Vsauce의 영상들은 일종의 교육용 다큐멘터리처럼 진행된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과 개념에서 시작해, 스티븐스는 과학과 수학부터 심리학과 철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한 데 모아 영상의 제목에서 시작한 주제와 질문들을 차근차근 설명해간다. 멀게는 2011년부터 Vsauce는 이렇게 흥미로운 주제의 영상들을 올리며 유튜브에서 가장 유명한 교육용 채널 중 하나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다가 결국 <마인드 필드>로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던 건 채널 특유의 스타일 때문도 있었다. 영상 속에서 스티븐스는 언제나 밑에서 튀어나와 인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차근차근 자문자답하는 설명과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정보들로 Vsauce만의 형식을 만들어냈고, 이러한 스타일이나 언제나의 인사말인 “Hey, Vsauce, Michael Here”은 일종의 밈까지 되거나 패러디되기도 했다.

Jacksfilms의 Vsauce 패러디 영상

꽤 어려운 내용이나 주제들을 담고 있음에도 Vsauce가 천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거나 유튜브 프리미엄까지로 이어지는 등 굉장한 인기를 얻은 이유도 아마 이 특유의 스타일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들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파고들어가는 설명은 지루해질 여지 없이 시청자들을 찬찬히 이끌어가며 그 이야기들을 설명해준다. 마인드 필드는 오랫동안 계속된 스티븐스의 설명 실력을 좀 더 전통적이고 높은 퀄리티의 다큐멘터리로 이어가고, 어쩌면 이것은 그에게 있어서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마인드 필드의 첫 번째 영상, <고립1>

두 채널은 오랜 시간동안 하나의 형식과 내용, 그리고 주제를 유지한 채로 꾸준히 영상을 만들었고, 최근에서부터야 본격적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Vsauce에서 마인드 필드로 진화한 스티븐스나 올해 쇼티 어워드(Shorty Awards)에서 이전에 빌 워츠(Bill Wurtz)가 탔던 ‘최고의 이상함’을 수상한 맬릭제니언을 보면, 때로는 좀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름대로의 정공법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메인 이미지 Captain Disillusion 출처 ‘change

 

Writer

어설픈 잡덕으로 살고 있으며, 덕심이 끓어 넘치면 글을 쓴다. 동시대의 대중 음악/한국 문학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인디 게임, 인터넷 문화, 장르물 등이 본진(중 일부). 웹진 weiv에서 대중 음악과 비평에 대해 쓰고 있고,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창작/비평하고자 비효율적으로 공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