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원 같은 환상적인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행자들은 ‘백 년 전의 파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 같은 의문을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 영화가 5월 30일 개봉한다. 프랑스의 그림자 애니메이션 대가 미셸 오슬로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파리의 딜릴리>(Dilili in Paris)는 지난해 앙시 애니메이션 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되었고, 프랑스의 세자르 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파리의 딜릴리> 예고편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파리, 소위 ‘벨 에포크 파리(Belle Epoque Paris)’라 불리던 문화와 예술의 황금기다. 역사적으로는 제3공화정이 수립된 1875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다. 산업혁명의 여파로 번영을 누리던 파리에는 에펠탑이 치솟고 메트로 건설을 위해 지하를 팠다. 센 강을 따라서 파리 박람회가 열렸고, 몽마르뜨 언덕에는 바실리크 사크레쾨르 대성당을 지었다. 피카소, 모네, 르누아르가 예술을 꽃피웠고, 에밀 졸라와 콜레트, 그리고 퀴리 부인과 파스퇴르가 문학과 과학을 꽃피우던 시기였다. 물랑 루즈(Moulin rouge)로 대표되는 밤의 문화도 절정을 이루었다. 이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니, 당연히 파리의 아름다운 시가지가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파리의 딜릴리> 아티스트 영상

하지만 <파리의 딜릴리>는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범죄 스릴러 영화다. 파리로 밀항한 소녀 ‘딜릴리’가 배달부 소년 ‘오렐‘과 힘을 합쳐 파리에서 발생한 의문의 어린이 실종사건을 파헤치며 범죄 집단 마스터맨을 추적한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 퀴리 부인, 프루스트, 루이 파스퇴르, 피카소, 마티스, 로댕, 모네, 드뷔시, 르누아르 같은 당대의 예술가와 과학자를 만나는 것은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재미다. 호숫가에서는 <수련>을 그리는 모네와 <시골의 무도회>를 그리는 르누아르를 만나게 되고, 오페라 극장 팔레 가르니에(Palais Garnier)에서는 오페라 가수 Emma Calve의 노래에서 단서를 찾아 나간다.

프랑스의 아카데미상인 세자르 영화제에서의 수상 장면

미셸 오슬로 감독은 데뷔작 <키리쿠와 마녀>(1998)와 <프린스 앤 프린세스>(1999), <밤이 이야기>(2011)로 호평을 받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페이퍼 애니메이션과 그림자 애니메이션으로 명성이 높다. 2014년 차기작으로 <파리의 딜릴리> 제작 계획을 발표한 이후, 벨 에포크 시기에 찍힌 사진과 영상을 바탕으로 아르 누보 양식의 호화로운 파리 건축물을 정교한 애니메이션으로 살려냈다. 프랑스의 문학과 프랑스의 예술, 그리고 파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마치 벨 에포크 시절의 파리로 여행을 가는 듯한 느낌의 영화가 될 것이다.

장편 애니메이션 <프린스 앤 프린세스>(1999) 전편 보기
<파리의 딜릴리> 스틸컷
<파리의 딜릴리>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