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곡내곡’ 스킬이 무엇인지 들어본 적이 있는가? 리메이크를 완벽히 한 나머지, 원곡을 내 곡처럼 만든 것에 리스너들이 애정을 담아 만들어 낸 말이다. 요즘은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 좋은 명곡들을 리메이크하여 새로운 감성으로 선보이는 뮤지션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씨티팝 감성으로 다시 듣는 명곡들을 소개하려 한다. 씨티팝은 장르라기보다는 ‘스타일’에 가까운데, 주로 도회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어떤 장르라고 표현하기에는 팝, 재즈, 펑크, 락,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음악이 이 범주 안에 들어간다. 씨티팝은 주로 8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음악으로 분류되었지만, 이제는 한국에서도 다양한 분위기의 씨티팝을 들을 수 있다. 아직은 정식 음원 발표가 아닌,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 밖에 들을 수 없는 음악이 많은 것이 아쉽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곡이 씨티팝의 옷을 입고 어떻게 변모하는지, 기대해도 좋다.

 

1) Dokiwa ‘샴푸의 요정’

장기호가 작사, 작곡한 ‘샴푸의 요정’의 가사는 장정일의 시 한 구절에서 출발했다. 그의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 (민음사, 1987)에 실린 시 한 꼭지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이다. 샴푸광고에 나오는 여성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시는, 노래로 탄생하기도 하였지만 베스트셀러극장에서 동명 드라마로 방송이 되기도 했다. 본래도 신나는 비트로 댄스곡 느낌에 가까웠기에 이후에도 많은 사람에게 리메이크되어 발라드, 팝송, 재즈 등으로 불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dokiwa의 음색을 거쳐 씨티팝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곡으로 탈바꿈되었다. 분명 같은 멜로디에 같은 가사인데, 레트로 느낌이 나는 몽환적인 느낌으로 이렇게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 어떤 유뷰버는 이 곡을 ‘투명한 얼음 한입 물고 헤드폰 쓰고 듣고 싶은 노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담백한 원곡도 좋지만, 이렇게 산뜻하고도 청량한 느낌의 ‘샴푸의 요정’을 들을 수 있다니. 클럽뿐만 아니라 어디 ‘힙한’ 카페 및 바에서 들어도 좋겠다.

 

2) 백예린 ‘LaLaLa Love song’

<Long vacation>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었다. 기무라 타쿠야가 주연으로 나왔던 이 드라마는 오프닝 테마곡으로 ‘LaLaLa Love song’을 선보였고, 이 곡은 드라마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7년에는 일본 명곡 200선에 들었고, 일본 가수뿐만 아니라 보아를 비롯한 한국 가수들 또한 커버 곡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LaLaLa Love song을 검색하면 백예린의 이름이 가장 먼저 뜨고 있다. 그가 씨티팝 감성으로 리메이크하여 부른 곡이 회자가 되었던 것이다. 밤의 네온 사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몽환적인 비트는 80년대 일본 씨티팝 감성을 그대로 재현하였고, 그에 더한 백예린의 음색은 이 곡을 ‘내것’으로 완벽히 만들어버린다. 지금은 원곡보다 그 당시의 감성을 ‘합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식 음원을 내달라는 요청은 많았지만, 아직 관련 소식을 찾을 순 없다. 백예린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내고 싶다고 팡팡 낼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던 것처럼, 아직은 기다려야 하는 때인가 보다.

 

3) 차일디안 ‘Instagram’

2017년 12월, 딘이 발표한 ‘인스타그램’은 솔직한 가사와 감성적이지만 힘이 있는 비트로 많은 대중을 사로잡았다. 별다른 홍보도 없었는데, 금세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딘은 ‘인스타그램; 발매와 함께 이 곡에 대한 자신만의 설명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럴 때가 많았다.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할 때,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우울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제가 좋아하고, 멋있어하고, 동경하는 사람들을 볼 때, 그들과 나를 번갈아 보며 제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많은 대중은 이 기분을 이해했고, 그렇기에 이 곡을 많이 사랑했다. 실제로 딘의 이 곡은 아이유와 같은 대형 스타가 커버곡을 남기기도 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리메이크되어 그 인기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차일디안이 리메이크한 인스타그램은, 조금 더 담백하고 쓸쓸한 면모를 가진 씨티팝으로 재현되었다. 원곡에서 가장 쓸쓸하고 부드러운 부분만을 골라 짧지만, 더욱 감성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차일디안의 이 버전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조용히 울렸고, 이 곡에 새로운 감성을 부여했다.

좋은 곡을 새롭게 듣는다는 것은 언제나 리스너들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명곡은 명곡이기에 그만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것이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앞으로도 새로운 장르의 옷을 입은 곡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Writer

아쉽게도 디멘터나 삼각두, 팬텀이 없는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공백을 채울 이야기를 만들고 소개하며 살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고, 으스스한 음악을 들으며, 여러 가지 마니악한 기획들을 작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