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멈췄고 사람들은 날아올랐다. 사라질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는 사진의 세계, 그중에서도 조던 매터의 작품들은 유독 매혹적이다. 대화의 여백을 표정과 몸짓으로 채워, 일상을 한 편의 뮤지컬처럼 담은 사진작가 조던 매터의 세상으로 초대한다. 

'너를 붙잡는 순간', 이미지 및 제목 출처 - 조던 매터 · 시공 아트
'너를 붙잡는 순간', 이미지 출처 - 조던 매터
'너를 붙잡는 순간', 이미지 출처 - 조던 매터

어느 오후, 조던 매터는 세 살짜리 아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장난감에 푹 빠져 손뼉을 치고 여기저기 웃음소리를 흩뿌리며 뛰어다니는 아들을 보던 그는 문득 어른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푹 꺼진 어깨와 심드렁한 표정을 떠올리며 그는 그런 생각을 했다. 저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활기차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좀처럼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던 그 생각은 얼마 후 무용 공연을 관람하게 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었고 결국 그의 프로젝트로 거듭난다. 일상 속 순간들을 춤으로 재구성해 사진 속에 담은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은 바로 이렇게 시작되었다.

'공연이 끝나면 삶의 무대가 시작된다', 이미지 및 제목 출처 - 조던 매터 · 시공 아트
'너를 붙잡는 순간', 이미지 출처 - 조던 매터
'너를 붙잡는 순간', 이미지 출처 - 조던 매터

조던 매터는 뷰파인더에는 총 일곱 가지 시선이 심는다. 꿈꾸고, 일하고, 즐기고, 모험하고, 때로는 흔들리고 슬퍼하고, 그러면서도 다시 사랑하고. 익숙하고 평범하던 일상은 이 테마들을 필름 삼아 색다른 풍경으로 재탄생한다. 천근만근 늘어지던 출근길도 먼 길을 돌아온 여행객에겐 붕 떠오를 듯 가슴 설레는 장소가 되고,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빠져나간 후에도 누군가에게 무대는 여전히 삶의 터전이 된다.

'사랑하는 날들이 항상 아름답지는 않다', 이미지 및 제목 출처 - 조던 매터 · 시공 아트
'일하다 보면 피가 거꾸로 솟을 때도 있죠', 이미지 및 제목 출처 - 조던 매터 · 시공 아트
'커피 드실래요?', 이미지 및 제목 출처 - 조던 매터 · 시공 아트

유머러스한 상상력도 돋보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모델들의 포즈도 빼놓을 수 없다. 자칫하면 팔다리가 뚝뚝 부러질 듯한 자세마저 부드럽게 그려낸 이들에게는 사실 특별한 비밀이 있다. 바로 전문 모델이 아니라 실제 무용수들이라는 것! 감정을 몸의 언어로 풀어낼 뿐만 아니라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순간에도 촬영을 중단하는 대신 빗속으로 걸어 들어가 몇백 번씩 점프를 이어갈 정도로 열정적인 이들 덕분에, 모든 작품은 CG 없이 완성되었다. 사진 속에서 멈춘 시간이 풀리고 금방이라도 영화 <라라랜드>의 삽입곡이 흘러나올 듯 느껴지는 건, 이들의 열정이 걸어놓은 마법일지도 모른다.

'달빛 소나타', 이미지 및 제목 출처 - 조던 매터 · 시공 아트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성별도', 이미지 및 제목 출처 - 조던 매터 · 시공 아트
'데이트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이미지 및 제목 출처 - 조던 매터 · 시공 아트

연작처럼 이어 보았을 때 좀 더 흥미로운 작품도 있다. 이를테면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위의 두 연인. 한눈에 봐도 배경부터 성별,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판이하게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품고 있는 마음의 무게까지도 다르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을까. 세상 그 어느 곳보다도 서로의 곁이 편안해 보이는 황혼의 연인 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지금껏 한평생을 함께해 온 사이가 아니라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흔히 갖기 쉬운 편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런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조던 매터가 지닌 마음의 온도를 어렴풋이 헤아려보게 된다.

'너를 붙잡는 순간', 이미지 출처 - 조던 매터
'교생선생님 오신 날', 이미지 및 제목 출처 - 조던 매터 · 시공 아트
'너를 붙잡는 순간', 이미지 출처 - 조던 매터

자신의 아이가 주변을 둘러싼 아름다움에 눈뜨고, 매 순간을 즐기고, 거리낌 없이 살아가는 어른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무심히 지나치던 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이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이 프로젝트는 동명의 사진집으로 출간된 후에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공식적인 프로젝트는 시간이 지나며 언젠가 종료되겠지만, 기억하는 이들이 있는 한 그 마음결만은 계속해서 이어져가지 않을까. 문득 책상 위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햇살 조각, 창밖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하루가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날이다.

'너를 붙잡는 순간', 이미지 출처 - 조던 매터

 

이미지 출처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공식 홈페이지
본문 참고 · 이미지 제목 출처 조던 매터,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이선혜, 김은주 공역, 시공아트, 2013

 

시공아트 홈페이지

 

Writer

언어를 뛰어넘어, 이야기에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마음속에 새로운 씨앗을 심어주고, 새로운 세계로의 통로가 되어주니까. 그래서 그림책에서부터 민담, 괴담, 문학, 영화까지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중. 앞으로 직접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며 더 풍성하고 가치 있는 세계를 만들어나가기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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