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밖으로 한 걸음 내디뎠을 때 만나는 하늘과 그 나라에서만 나는 냄새, 생김새가 다른 나무의 이파리를 볼 때 ‘아, 나 진짜 여행 왔구나!’ 실감하게 된다. 쉼을 쫓아 휴양지로의 여행을 선호하는 이가 있는 반면, 여행은 새로운 모험을 위한 것이라며 배낭을 메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여행지의 종착점’ 혹은 ‘배낭여행의 끝판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인도. 그렇다면 인도는 대체 어떤 나라일까?

인도 관광청에 따르면, 2018년 인도로 떠난 한국인 관광객 수는 15만 344명으로 전해 대비 8천여 명 이상 증가했다. 인도로 떠나는 한국인이 많아지고 있는 때, 필자도 인도에 다녀왔다. 인도의 색다른 문화에 대해 현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낯설지만 흥미로운 사실들을 소개한다. 맛집 소개나 여행 스폿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에 녹아든 문화에 관한 이야기다.

 

1. 영화가 고조될 때쯤 찾아오는 쉬는 시간?

인도의 영화 산업 시장은 이미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큰 규모다. 2016년 기준 세계 영화 산업 시장 규모 순위는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일본이었고, 인도는 18억 달러 규모로 4위에 랭크됐다. 인구 수와 비교하면 크지 않지만, 인도는 세계 영화 시장에서 자국 영화 장르로 4위에 오르는 성과를 얻었다.

발리우드 영화 <옴 샨티 옴>(2007) 포스터

보통 3시간 이상의 러닝타임을 가진 발리우드 영화의 특징 때문인지 인도 영화관에는 조금 낯선 풍경이 존재한다. 바로 ‘쉬는 시간’이다. 꼭 발리우드 영화가 아니더라도 모든 영화 상영 중간에 10분에서 15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 중간에 상영관을 나가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간식을 사서 다시 자리에 돌아오기도 한다. 이 광경이 낯선 외국인들만 어리둥절할 뿐이다.

사진 출처 – 'The Quint'

영화관의 쉬는 시간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창 영화의 스토리가 고조될 쯤 쉬는 시간이라니 오히려 영화관람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자국 영화 점유율이 높은 인도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결정을 내렸다. 인도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영화관을 들러봐도 좋겠다. 영화 시작 전 자리에서 일어나 인도 국가(國歌)를 부르는 모습, 상영 중간의 쉬는 시간, 거의 누워서 볼 수 있는 편한 영화관 의자, 한국보다 큰 팝콘 사이즈를 직접 보고 느껴보자.

 

2. 신문을 통해 묻다, “저와 결혼하실 분?”

이샤 암바니 결혼식 사진, 출처 – 이샤 암바니 인스타그램

인도의 결혼 문화는 한국의 결혼 문화와 다른 점이 정말 많다. 얼마 전,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팝의 디바 비욘세가 참석한 결혼식이 열려 화제가 되었다. 이 결혼식은 아시아 최고 갑부이자 릴라이언스 그룹 무케시 암바니(Mukesh Dhirubhai Ambani) 회장의 딸 이샤 암바니(Isha Ambani)의 결혼식으로, 무려 4일간 진행됐다. 그들이 부자라서 결혼식을 4일간 치른 것일까? 아니다. 인도에서는 결혼식 이벤트가 매우 길다. 하객들도 결혼식 일정에 맞춰 여러 벌의 옷을 준비해갈 정도다. 흰 드레스와 턱시도도 찾아보기 힘들다. 전통 복식과 함께 인생 최고로 화려한 결혼식을 준비한다. 이것 말고도 흥미로운 점이 또 있다. 바로 ‘공개 구혼’이다.

사진 출처 – 'Kaprayshapray'

과거에 비해 많이 줄긴 했지만, 인도에는 아직 집안끼리 결혼하는 문화가 있다. 또한 여전히 신문에서 공개 구혼란을 찾아볼 수도 있다. 신부를 찾기 원하는 남성과 그의 부모님은 아들의 이름, 직업, 키, 외모에 대한 묘사 등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바라는 신부의 조건을 적나라하게 밝힌다. 예를 들면 160cm 이상의 키, 종교는 힌두, 교육계 직업을 가진 밝은 피부색의 여성 선호. 이런 식이다. 상세하게 나열한 요구 조건을 보면 씁쓸한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인도에서는 공개 구혼란을 통해 몇 번의 만남이 이어지고 이후 결혼까지 성사되기도 한다.

이렇게 집안에서 준비해 이뤄지는 정략 결혼은 ‘어레인지 메리드’라고 불린다. 어레인지 메리드는 단 몇 번만의 만남만으로 빠르게 성사되기도 하지만, 이렇게 맺어진 부부가 이혼할 경우 그 과정은 매우 길고 힘들다고.

 

3. 그 밖의 흥미로운 사실들

사진 출처 – 'Worldatlas'

인도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몇 가지 더 덧붙인다. 인구의 70 퍼센트 이상이 채식주의자인 인도. 그래서인지 인도의 모든 메뉴판과 식재료의 포장면에서는 베지(Veg)와 논베지(Non-Veg)를 의미하는 녹색 점과 붉은 점을 발견할 수 있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음식명에도 베지와 논베지 표기가 되어있다. 또 국가 영토가 큰 인도에는 수십여 개의 언어가 공존한다. 우리나라의 사투리처럼 억양이 조금 다른 것이 아니라 아예 문자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도 서로 태어난 지역이 다르다면 영어로 대화하는 편이다. 아마존 인디아에 접속하면 각 지방의 언어로 출간되는 책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인도에 방문하면 거대한 동물원을 걷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마다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도의 거리에서는 힌두교에서 ‘어머니’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소는 물론이고 개, 고양이, 원숭이, 도마뱀, 돼지, 낙타, 다람쥐 등을 만날 수 있다. 동물원이 아닌 길에서 말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인도의 고유한 문화에는 여행하고 싶게 만드는 흥미로운 구석이 꽤나 많다. 이 글에서 언급한 내용 말고도, 인도는 다채로운 매력을 품은 나라다. 사막과 야자나무가 늘어선 바다, 건물이 빽빽한 도시 숲과 별이 가득한 밤하늘까지! 한 국가가 가질 수 있는 모든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국가가 바로 인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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