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경찰에 의한 ‘로드니 킹’ 구타 사건과 한인 상점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에서 예상보다 가벼운 판결이 나오자, 이듬해 4월 이에 분노한 사람들에 의한 대대적인 폭동과 약탈이 일어났다. 로스엔젤레스는 약 일주일 동안 무법천지로 변하면서 60여 명이 사망하고 약탈의 대상이 된 한인타운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당했다. 당시를 배경으로 한 그래픽 소설 <Hot L.A.>의 일부를 바탕으로 제작된 단편영화가 <Los Angeles 1991>다.

그래픽 소설 <Hot L.A.>의 표지

이 이야기에서는 네 명의 총을 소지한 남자가 어느 날 우연히 한인 상점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들은 한인에게 죽은 형의 복수하기 위해 아버지 총을 가지고 나온 멕시칸 소년 ‘Eladio’, 멕시칸을 싫어하고 경계하여 그를 자신의 영역 밖으로 쫓아내기 위해 뒤따라온 흑인 갱 ‘JD’, 한인 상점의 한국계 주인, 딸에게 줄 막대사탕을 사기 위해 상점에 들른 백인 형사 ‘마이크(Mike)’로 서로 다른 배경과 상대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 각 인물들은 이 날 공교롭게도 의도하지 않은 비극에 나란히 연루된다.

단편영화 <Los Angeles 1991>

이 영화는 ‘맥그리거(Macgregor)’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스페인계 미구엘 드 올라조(Miguel de Olaso) 감독의 작품이다. 광고 영상 전문가답게 이 작품 역시 사건의 관점을 옮겨가는 카메라워크와 내레이션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 또한 볼만하다. 한인 상점 주인 역의 Victor J. Ho는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등에 출연한 중국계 배우고, 형사 역의 크리스 콘래드(Chris Conrad) 역시 2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중견 배우다.

형사 Mike로 출연한 크리스 콘래드

<Los Angeles 1991>은 호평 속에 각종 영화제에서 20여 건의 수상 실적을 올렸다. 감독은 현재 워너 브라더스와 함께 2065년을 배경으로 하는 SF 장편영화 <Law Zero>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감독 미구엘 드 올라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