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보드는 언제나 도전과 자유, 젊음의 상징이었다. 손잡이도 없는 나무판자 위에서 중심을 잡고 나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라이딩에 성공하는 순간 느껴지는 전율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해방감을 선사한다. 마치 마법의 양탄자를 밟고 선 듯, 온몸으로 느껴지는 바람과 속도감은 중독적이기까지 하니까. 이렇게 스케이트보드가 갖는 매력은 작지 않기에, 누군가에게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스케이트보드와 관련된 2개의 단편영화와 1개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한다.

 

단편영화 <NIGHT AND THE SOUL>(2015)

세계적인 관광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정적으로 가득 찬 파리의 밤, 한 청년이 스케이트보드에 몸을 싣는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NIGHT AND THE SOUL>은 마린 트루이드(Marin Troude)와 조네이드 셰리피(Jonayd Cherifi)의 공동 작품이다.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1991)의 주제곡 ‘Van den Budenmayer Concerto en Mi Mineur’과 함께 시작된 라이딩은 제목처럼 밤과 영혼이 춤을 추듯 이어진다. 점점 과감해지는 청년의 몸짓은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더 짧은 컷으로 쪼개지고 소리와 색까지 더해져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단 한 명의 인물과 스케이트보드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전부, 그러나 영화는 2분 남짓한 시간 속에서 짧고 강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마린 트루이드는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주로 파격적인 십대의 상징적인 모습을 사진에 담고 스케이트보드를 주제로 한 단편 영화들을 작업하고 있다. 그는 상실된 순결이나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주제에 암시하고 그 경계를 오가는 작품을 만드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다고 한다.

Marin Troude 비메오

 

단편영화 <Trick Meter>(2015)

시몬 던컴(Simeon Duncombe) 감독이 제작한 <Trick Meter>는 게임과 스케이트보드를 재치 있게 결합한 작품이다. 영화는 쓰러지지 않고 계속 돌아가는 동전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인셉션>(2010)의 오마주 같은 오프닝은 작품 속 배경이 현실이 아닌 공간임을 암시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트릭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스케이트보드로 기술을 시도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내용이 전형적인 게임의 알고리즘을 따르고 있음에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보드의 역동성과 실감나게 그려진 특수효과의 몫이 크기 때문이다. 신선한 스토리로 발전될 수 있었던 요인도 여기에 있다.

같은 장면이 반복되어도 타이밍을 절묘하게 조절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며, 세심하게 맞춘 좌우 음향, 긴박한 상황에서 들리는 초침소리 등 효과적인 사운드디자인으로 몰입도를 더해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이 함께 게임에 참여하는 느낌을 전해준다.

Simeon Duncombe 비메오

 

뮤직비디오 ‘MOOD’(2019)

사진 출처- LUCKY TAPES 공식 유튜브 채널

다카하시 카이, 다구치 케이토, 다카하시 켄스케로 구성된 LUCKY TAPES는 2015년에 데뷔한 일본 3인조 소울 팝 밴드이다. 페스티벌 및 라이브 공연과 투어 등의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으며 2018년에는 메이저 데뷔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올해 1월에 발매된 앨범 <dressing>에 수록된 ‘MOOD’의 뮤직비디오에는 멤버 다카하시 카이가 출연하여 능숙한 라이딩을 보여주었다.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긴 도로가 일직선으로 이어지며 노래도 시작된다. 모두가 양보한 듯 혼자서 여유로운 드라이브를 즐기는 주인공은 4분 40초 동안 물 흘러가듯 보드와 풍경에 몸을 맡긴다. 보드를 타다 멈춰서 하늘을 보고, 여유롭게 주변을 거닐며 공기를 느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드넓게 펼쳐진 숲과 들판에 해가 지는 풍경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새로운 종류의 해방감을 선사하는 ‘MOOD’의 뮤직비디오는 LUCKY TAPES의 담백한 연주와 보컬의 느낌을 아주 잘 담아낸다.

LUCKY TAPES 공식 홈페이지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