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980s Nostalgia’(1980년대 향수)라는 기치 아래 당시 음악과 패션을 찾는 ‘레트로’가 유행을 끌면서, 당시의 스타 밴드들이 오랜 공백을 깨고 달라진 모습으로 재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컬처 클럽(Culture Club) 역시 MTV가 출범하던 1981년에 데뷔한 4인조 뉴 웨이브 밴드로, 그동안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하다가 2014년 오리지널 멤버가 다시 모여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에는 19년 만에 여섯 번째 정규 앨범 <Life>을 발표하며 세계 투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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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싱어송라이터, 흑인 베이시스트, 금발 기타리스트, 유대인 드러머로 이루어진 ‘다양한 문화 정체성을 지닌 밴드’라는 의미로, 이들은 컬처 클럽(Culture Club)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컬처 클럽은 단 다섯 장의 앨범으로 모두 1억 5천만 장의 음반을 판매하여, 처음에 이들의 음반 발매를 거절했던 EMI를 울게 하고 대신 이들을 잡았던 버진 레코드를 웃게 만들었다. 컬처 클럽은 단순히 좋은 음악을 넘어 1980년대의 다양한 서브 컬처를 대변한다. 이들의 문화적 영향을 세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컬처 클럽의 데뷔 앨범 <Kissing to be Clever>은 5백만장이 판매되었다.

 

양성성(Androgyny)

컬처 클럽의 리더 보이 조지(Boy George)는 독특한 외모와 패션으로 처음부터 음반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남성과 여성의 양면성을 모두 지닌 그는, 스스로 양성애자라고 공공연히 밝혔다. 컬처 클럽의 드러머 존 모스(John Moss)와 연인으로 발전하여 관계가 4년간 지속되었고, 이들의 관계에 금이 갔을 때는 보이 조지가 마약에 탐닉하며 밴드의 존폐를 위협하기도 했다. 초기에 보이 조지가 작곡한 컬처 클럽 노래 가사는 대부분 두 사람의 관계를 염두에 두었다. 그의 자서전 <Take It Like a Man>(1995), <Straight>(2005)은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젠더 정체성에 초점을 둔 내용이 주를 이루었고, 두 권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첫 히트곡 ‘Do You Really Want to Hurt Me’은 23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글램 록(Glam Rock)

1970년대의 인기 밴드 록시(Roxy)와 영화 <록키 호러 픽처쇼>(1975)에 영향을 받아 화려한 화장과 과장된 패션으로 퍼포먼스를 펼치는 밴드 음악을 당시 ‘글램 록’이라고 불렀다. 대표적인 글램록 뮤지션은 티렉스(T. Rex)의 마크 볼란과 데이비드 보위를 필두로 컬처 클럽, 듀란 듀란, 더 스미스, 저팬 등이 있다. 1981년 MTV의 개국과 함께 화려한 비주얼로 무장한 글램 록 밴드들은 현란한 뮤직비디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뚜렷이 했다. 미국에도 글램 유행이 전해지며 키스(Kiss)나 앨리스 쿠퍼 같은 무섭게 화장한 밴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컬처 클럽의 보이 조지는 짙은 화장, 큰 모자, 땋은 머리, 집시 의상 등으로 요정 같은 정체성을 내세웠다.

두 번째 앨범 <Colour by Numbers>에 수록한 ‘It’s A Miracle’ Live(1983)

 

블루 아이드 소울(Blue-Eyed Soul)

1960년대부터 모타운(Motown) 음악에 영향을 받은 백인 가수들이 흑인들의 전유물인 소울과 R&B 음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당시 이들의 음악은 ‘백인의 소울’(White Soul) 또는 ‘벽안의 소울’(Blue-Eyed Soul)이라고 불렀다. 블루 아이드 소울 음악은 라디오 DJ들의 어반 컨템포러리(Urban Contemporary) 프로그램에 자주 선곡되었는데, 대표적인 밴드가 스타일 카운슬(Style Council), 홀 앤 오츠(Hall and Oates), 심플리 레드(Simply Red)다. 컬처 클럽 역시 블루 아이드 소울로 분류되어 ‘Do You Really Want to Hurt Me’, ‘Time’과 같은 발라드는 자주 FM 라디오에 등장했다.

데뷔 앨범 <Kissing to be Clever>에 수록한 ‘Time’

2002년 20주년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컬처 클럽이 오리지널 멤버 그대로 재결성한 것은 2014년. 이들은 다시 월드투어에 나서면서 새 음반을 준비했다. 수 차례 재작업 끝에 지난 해 말 19년 만의 정규 음반 <Life>를 발매했지만, 지난 앨범 <Don’t Mind If I Do>(1999)처럼 미국에서의 열기는 되살아나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과 호주에서는 앨범 순위 12위와 25위에 오르며 영국 연방에서는 인기가 시들지 않았음을 과시했다.

BBC의 다큐멘터리 <Culture Club: Karma to Calamity>(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