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나타샤 마샤로바(Natasha Masharova)는 사진과 영상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포스트 소비에트 지역의 영향력 있는 예술문화 온라인 잡지사에서 공동 창간자 겸 시각 편집자를 지내기도 했으며, 다양한 국제 매체의 프리랜서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다. 2009년 우크라이나에서 검열을 반대하는 파트너와 친LGBTQ+의 정치적 활동으로 인해 고국을 떠나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불가리아, 벨라루스, 크로아티아, 프랑스, 독일, 세르비아를 거쳐서 현재는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며 다큐멘터리 제작사 VVHY를 설립하고, 제작자 및 비주얼 아티스트 겸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MELLOW_Los Los Angeles'(2016~)

작가는 도시의 거대한 퍼즐 조각을 모으듯 여러 가지 시리즈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현재 거주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생겨난 주제들이 많다. 식물부터 도심, 부드러움, 암흑, 창에 반사된 불빛 등 다양하다. 전체적으로 강렬한 색감이 주를 이루지만 반대로 색의 표현을 최소화하여 촬영한 작품도 있다. 심도 있게 색을 구현해내는 작가의 역량이 느껴지는 시리즈들이다.

'FORT-TILDEN_New York'(2014)

나타샤 마샤로바는 실사작품의 경우 알루미늄의 금속판에만 인쇄한다. 디지털 화면에서 구현할 수 있는 빛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그가 찾아낸 방식으로, 인쇄물이 가진 한계를 최대한 극복하고자 했다. 그렇게 그가 포착한 풍경은 마치 도시와 빛이 함께 익어가는 것 같다.

'LA URBAN_Los Angeles'(2015~)

작가의 또 다른 영감의 원천 중 하나는 산업 현장이다. 이러한 사진을 찍게 된 데에는 유년 시절을 보냈던 우크라이나의 영향이 컸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에 끌렸던 그는 삭막한 도시의 삶과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광을 매력적으로 섞어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유년 시절로부터 받은 영감에 대해서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키예프 외곽 주거지역에 있는 1970년대식 평범한 주택가에서 자랐다. 나의 어린 시절은 소비에트 시대와 포스트 소비에트 시대의 전체주의적이고 디스토피아적으로 설계된 도시 환경을 지나왔다. 그 모든 인간성이 사라진 추악함 속에서 자라며, 썩은 벽면에 비친 햇빛이나 내 방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빵 공장 굴뚝의 연기구름처럼 아주 작은 부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어린 시절에 공상을 많이 했고, 피아노 연습을 하기보다 몇 시간씩 창밖을 내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중간생략) 그때부터 나는 산업과 디스토피아적인 풍경들에 끌렸을 것이다….” –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발췌

'URBANINDUSTRIAL-DREAMS_Los Angeles'(2017~)

공장들은 우후죽순으로 세워지지만 규격화로 인해 모양새는 모두 비슷하다. 산업화의 산물이 지닌 아이러니함이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일까? 작가가 어린 시절 꾸었던 공상을 엿보듯 무거운 색들이 걷힌 철 덩어리는 마치 저마다의 온도를 지닌 장난감처럼 보인다.

'BEAUTIFUL-HELL_Manhattan Beach, CA'(2015)
'LA-FLORA_Los Angeles'(2015-)

도시에는 모든 것이 넘쳐난다. 마치 결핍이 있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필요 이상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꽉 찬 하루를 살아간다. 충족함과는 별개의 문제들로 시끌벅적한 도시의 삶을 살아내느라 많은 이들이 빛이 익어가는 시간을 놓치기도 한다. 나타샤 마샤로바의 사진 세계는 우리 주변의 풍경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 모두가 읽을 수 있는 동화처럼 따듯하고 환상적인 색이 가득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보고 싶다면, 그의 홈페이지에서 천천히 확인하기를 바란다.

 

모든 사진 ©Natasha Masharova 출처- Natasha Masharova 홈페이지

 

Natasha Masharova 홈페이지

Natasha Masharova 인스타그램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