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이 남자에게 ‘뮤지션’이라는 칭호를 붙여야 하는 것 아닐까. <벨벳 골드마인>(1998)에서는 1970년대를 풍미한 글램 록 스타로, 드라마 <엘비스>(2005)에서는 20세기 최고의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로, <어거스트 러쉬>(2006)에서는 부드러운 음색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를 연기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그가 <런던 타운>에서는 전설적인 펑크록 밴드, 더 클래쉬(The Clash)의 보컬 ‘조 스트러머’로 또 한번 변신을 꾀했다. 사실 포크 뮤지션인 아버지 존 오키프(John O'Keeffe)를 비롯하여 세 형제 제이미, 앨런, 폴이 모두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가 왜 ‘그토록’ 노래를 잘 부르는지 이해 갈 것이다. 그가 그동안 뮤지션으로 열연한 작품들을 모아봤다.

 

<런던 타운>

London Town│2016│감독 데릭 보트, 톰 버터필드│출연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나타샤 맥켈혼, 더그레이 스콧, 다니엘 허틀 스톤

부모님의 이혼과 매일 쌓여만 가는 빚,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여동생을 돌보며 최악의 사춘기를 보내던 주인공 ‘셰이’(다니엘 허틀스톤)는 어느 날 모두가 열광하는 최고의 펑크록 밴드 더 클래쉬의 ‘조 스트러머’(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를 만나면서 180도 다른 인생을 맞이한다. <런던 타운>은 세계적인 뮤지션과 15살 사춘기 소년의 색다른 우정을 그린 뮤직 드라마다.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연기한 인물은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와 더불어 펑크록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밴드, 더 클래쉬(The Clash, 1976~1986)의 리더 조 스트러머(Joe Strummer). 그는 그동안 거칠기만 한 펑크에 R&B, 레게, 재즈, 스카, 덥, 랩, 로커빌리 같은 다양한 요소를 접목하여 펑크록의 새로운 역사를 세웠다. 1970년대 말엽에는 반나치 동맹(Anti-Nazi League)과 인종주의에 대항하는 록 운동(Rock Against Racism)에 동참했으며, 2003년 클래쉬의 멤버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듯 정치,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시대에 맞서 싸우던 조 스트리머를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떤 목소리로 되살릴지 기대된다. <레미제라블>(2012), <숲속으로>(2014)에 출연하며 주목받은 할리우드 아역 스타 다니엘 허틀스톤과 <트루먼 쇼>(1998)의 나타샤 맥켈혼, <미션 임파서블 2>(2000)의 더그레이 스콧, <어바웃 타임>(2013)의 톰 휴즈 등 각양각색 매력을 지닌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이 더해졌다. 1970년대를 물들인 주옥같은 펑크록을 듣는 것만으로도 내내 행복할 영화.

영화 <런던 타운>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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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 러쉬>

August Rush│2007│감독 커스틴 쉐리단│출연 프레디 하이모어,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케리 러셀, 로빈 윌리엄스

짧은 사랑을 나눈 뒤 서로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두 남녀와 그들의 음악적 재능을 그대로 타고 난 아이. 뿔뿔이 흩어져 살던 세 사람이 음악을 통해 운명처럼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은 <어거스트 러쉬>는 찰리 디킨슨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밴드 싱어이자 기타리스트, 운명적 사랑을 찾아 헤매는 싱어송라이터 '루이스' 역을 맡아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영화 사운드 트랙에 실린 노래 가운데 ‘This Time’, ‘Break’, ‘Moondance’, ‘Something Inside’는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묻어 있는 곡. 이중 ‘This Time’과 ‘Break’는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음악(Best Original Song)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재미난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어거스트가 연주하던 기타 ‘Gibson J200’은 실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쓰던 기타로 유명하다. 어거스트는 공원에서 아버지 루이스와 기타를 맞바꾸는데, 실제로 조나단은 2년 전 CBS 미니시리즈 <엘비스>(2005)에서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기하며 이 기타를 잡은 바 있다. 아래는 예고편 대신 그가 직접 부른 'This Time' 뮤직비디오다. 허스키한 음색은 1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매력적이다.

Jonathan Rhys Meyers ‘This Time’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1998│감독 토드 헤인즈│출연 이완 맥그리거,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크리스찬 베일, 토니 콜렛

<슈퍼스타: 카렌 카펜터 스토리>(1987), 밥 딜런의 전기 영화 <아임 낫 데어>(2007)의 토드 헤인즈 감독이 만든 뮤지컬 영화. 1970년대 초 영국에서 유행한 글램록을 생생히 담아낸 작품으로, 2014년 디지털 리마스터링 무삭제 버전으로 재개봉했을 때도 화제를 모았다.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감각적이고 파격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데이빗 보위의 노래 'Velvet Goldmine'(1968)을 제목으로 따왔으며 실제 데이빗 보위와 이기 팝의 이야기를 각색하여 만들었다.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1970년대 영국 최고의 글램록 스타 '브라이언 슬레이드'를 연기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퇴폐적이면서도 중성적인 모습-타이트한 옷에 진한 염색과 화장, 높은 굽-을 완벽히 소화했고 이 영화로 연기파 배우 자리에 올랐다. 동료이자 스캔들 상대인 ‘커트 와일드’를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와 영화 속 노래를 직접 불렀다.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는 조나단의 오리지널 버전 곡에 자신의 목소리를 덧입혀 녹음하기도 하였다

영화의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원래 이 영화는 데이빗 보위의 음악 중 일부를 다루기로 되어 있었고, 제목 역시 데이빗 보위의 노래 'Velvet Goldmine'에서 가져왔다. 하지만 데이빗 보위는 영화 대본이 헨리 애드워드(Henry Edwards)와 토니 제네타(Tony Zanetta)가 쓴 <Stardust: The David Bowie Story>(1986)와 전 부인 안젤라 보위(Angela Angie Bowie)가 쓴 <Backstage Passes>(1993)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알고 프로듀서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까지 했다. 따라서 감독은 데이빗 보위의 노래를 삽입곡으로 쓰지 못했고, 데이빗 보위와 그에게 영향을 받은 캐릭터 브라이언 슬레이드의 유사성을 피하고자 대본을 부분적으로 다시 쓰기도 했다.

Velvet Goldmine 'Hot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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