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은 평온한 일상을 뒤흔드는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김윤석 감독은 옴니버스 연극 중 한 편을 본 뒤 연출을 결심했고, 이보람 작가가 쓴 원작을 발전시켜 그와 함께 시나리오를 작업했다. 원작에서는 본래 두 고등학생의 비중이 70% 정도였지만 그들의 어머니인 두 어른과 비중을 맞추며 전체적으로 두 모녀, 네 여성에게 집중했다.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소재로 특별함을 끌어낸 각본이 완성됐고, 배우들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언론시사회에서 작품을 처음 공개했을 당시 섬세하고 진중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작품이란 평이 많았고, 지난 4월 11일 개봉 이후 관객들의 좋은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을 놓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이유를 짚어본다.

 

사건을 대하는 ‘인물들’의 이야기

<미성년>은 특정 사건이 벌어진 뒤 인물들이 그것에 영향을 받으며 끌려가는 사건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벌어진 사건을 마주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다. 가족에게 숨기고 있었던 비밀이 들통나는 커다란 사건이 영화 초반에 벌어지고 그 이후로는 네 여자와 한 남자, 다섯 명의 인물들이 어떻게 사건을 대하는지 보여준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견디며 꿋꿋한 모습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인물이 있고, 어린 나이지만 가족에게 닥친 뜻밖의 사건을 어떻게든 해결해보려 하는 인물도 있으며, 자신이 벌인 일을 어찌할 줄 몰라 무책임하게 상황을 회피하는 인물도 있다. 카메라는 매우 가까이에서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담아내기도 하고, 멀찍이 떨어져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통해 옹졸하고 나약해진 상태로 도망가는 인물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건을 대하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인간에 대한 고민이 반영돼, 깊고 따스하다.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

이름만으로도 연기력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는 두 배우, 염정아와 김소진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한 사람의 여자로서 겪는 복잡한 감정과 절실한 마음을 놀라운 에너지로 표현했다. 두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매우 가까이 다가가서 표정의 미세한 떨림까지 잡아내기도 하는데, 이는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연출자의 신뢰가 있어야만 가능한 장면들이다. 덕분에 관객 또한 더욱 공감하고 몰입하게 된다.

극 중 ‘주리’ 역을 맞은 김혜준과 ‘윤아’ 역을 맡은 박세진은 김윤석 감독이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한 배우들. 500대 2의 경쟁률을 뚫고 배역을 거머쥔 이들 역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두 여학생은 격렬하게 싸우기도 하고 힘을 합치기도 하는데, 각자의 연기뿐 아니라 함께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연기 호흡 또한 뛰어나다. 이들은 신선한 얼굴들이지만 이 영화를 통해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밖에도 염혜란, 이정은, 김희원, 이희준 등이 분량은 적지만 씬스틸러로서 웃음을 주고 깊은 인상을 남긴다. 뛰어난 배우들이야말로 영화 <미성년>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성장’이라는 영원한 주제

이 영화의 이야기가 어른들이 저지른 일을 아이들이 수습해보려는 내용이다 보니, 영화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전혀 어른답지 않고, 반대로 아이들은 미성년자답지 않게 성숙하게 비친다. 누가 어른이고 누가 미성년일까? 인생의 위기가 닥쳤을 때 자존감을 지키면서도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의 행동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김윤석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이 작품을 첫 연출작으로 선택한 이유로 ‘성장’이라는 것이 생명력을 가진 영원한 테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인간의 성장과 성숙도를 말할 수 있는 건 평온하게 흐르는 일상이 아니라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다. 그런 상황을 겪으면서도 어린아이로 후퇴하지 않고 어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미성년>은 이 사실을 상기시키며, 섬세하고 깊이 있는 드라마로 진정한 ‘성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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