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서 봄은 또 왔고, 서늘함은 조금씩 선선함으로 바뀌고 있다. 저녁 산책에 함께 해줄 뮤직비디오 5편을 모았다. 드라이브를 떠나거나 여행을 하고, 함께 고민을 나누느라 하루의 끝이 바빠질지도 모른다. 밤공기 가득한 4분 내외의 시간 동안 마음껏 봄의 밤을 느끼길 바란다.

 

1. 솔루션스 ‘MOOD FOR LOVE’(2018)

솔루션스의 한계를 가늠하는 것은 우주의 끝을 더듬는 일만큼 무의미해 보인다. 이들은 어느덧 데뷔 8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유유히 은하계를 넘나드는 우주선처럼 여전히 새로운 인상의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다. 작년 겨울에는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며 두 번째 계절 테마송의 탄생을 알렸다.

2016년에 발표했던 ‘Ticket to the Moon’이 뜨겁고 찬란한 여름밤을 노래했다면, 이번 ‘MOOD FOR LOVE’는 한층 더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겨울의 포근한 설렘을 들려준다. 계절의 한 시점을 노래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들어도 그 풍경에 충분히 녹아들 수 있는 마법 같은 곡으로 뮤직비디오가 노래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켜준다.

도시의 밤과 불빛을 담은 영상 속에서는 롱테이크 화면을 따라 모든 일이 평화롭게 흘러간다. 특정한 서사가 두드러지지 않는 건, 영상이 당신을 위해 공백을 남겨두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환상적인 연주와 밤하늘을 유영하듯 흘러가는 노랫말을 따라가다 보면, 종점도 알지 못한 채 하염없이 달리던 당신만의 이야기도 어느새 마지막에 이르고 있을 것이다.

 

2. 스위트 존 ‘Those Things I Kept’(2018)

대만 인디밴드 스위트 존(Sweet John)의 ‘Those Things I Kept’은 2016년에 데모로 온라인에 선공개 되었던 곡이다. 무려 2년 만에 뮤직비디오로 제작되면서 공식 발표되었다. 기다렸던 팬들에게 보답하듯 뮤직비디오는 많은 청춘이 공감을 느낄 만한 주제를 담고 있다.

혼자 있고 싶지만 적적함은 싫은 모순적인 기분을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 때, 머릿속이 엉킨 밤은 누구에게나 길다.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는 기분을 쉴 새 없이 엉뚱한 행동들로 이겨보려고도 하고, 그런 마음을 놀리듯 울리는 휴대폰을 유리병에 가둬도 보지만 주인공의 답답한 마음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영상의 주인공이 밖을 나서며 노래의 분위기가 전환될 때 작게나마 희열을 느꼈다면, 아마 스위트 존의 위로가 통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가벼운 차림으로 어둠이 내린 거리를 활보하며 따스한 밤공기를 느끼게 해주는 이들의 연주와 목소리는 큰 위로가 되지만 절대 소란스럽지 않다. 설령 생각의 꼬리의 꼬리를 무는 해파리들이 끝까지 헤엄쳐 따라오더라도 괜찮다. 고민스럽던 밤의 결말은 분명 가벼워진 미소일 테니까.

 

3. 선셋 오어 라이즈 ‘YOU NEVER KNOW’(2018)

선셋 오어 라이즈(SUNSET OR RISE)는 보컬 타미 퀑(Tammy Kwong)과 보컬 겸 기타리스트인 토미 호(Tomy Ho)로 구성된 홍콩의 혼성 듀오다. 2016년에 데뷔했으며 현재까지 발매한 곡이 많지는 않지만 여러 방송 매체와 페스티벌에 출연하여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YOU NEVER KNOW’는 제목처럼 물음표 가득 찬 밤에 어울리는 곡으로 두사람의 안정적인 보컬과 연주 또한 인상적이다.

가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문장인 “Sometimes you can’t control”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가끔 통제할 수 없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또 그 손해를 가늠하느라 시간을 쓰고, 다른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계산을 하고, 현실에 존재할 한계를 걱정하는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씩은 직면하게 되는 괴로운 딜레마를 노래에 풀어냈다.

노래는, 이럴 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마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말한다. 피하지 않고 시도해야 경험에서 의미를 얻고 성장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대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실패와 거절, 실망을 마주하더라도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과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

선셋 오어 라이즈는 그들의 인생사전에 새긴 말로 곡의 소개를 대신했다. 인생의 옳고 그름은 피하지 말고 따져봐야 비로소 길로 나아갈 수 있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일을 결코 알 수 없기에, 자신의 음악과 함께 모험심이 넘치는 그들의 영혼을 계속해서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전하고 있다. 두사람의 바람을 배경 삼아 밤의 산책을 한다면,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4. 옌 테드‘Her’(2018)

태국에서 활동하는 옌 테드(YEN TED)는 자신들을 혼합 팝 밴드라 소개한다.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음악 스타일과 함께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복고를 의미하는 신조어인 ‘뉴트로(Newtro)’ 또한 옌 테드에게 잘 어울리는 수식 중 하나다.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앨범 아트워크에도 이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뉴트로가 잘 녹아 있다.

‘Her’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복고적인 느낌을 많이 덜어 냈지만 곳곳에 들어간 노이즈 필터는 그들이 전하고 싶은 분위기가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초반부터 셔터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번화가의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고 강렬한 랩이 빈틈없이 이어진다. 1분부터 시작되는 보컬의 몽환적인 음색과 멜로디는 분위기를 더욱 짙게 만든다.

제목을 비롯해 가사에서도 좋아하는 대상에게 그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태도는 한 명만 쫓는 시점으로 촬영된 영상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때문에 누군가에게 뮤즈가 되는 순간들이 담긴 뮤직비디오는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밤을 더욱 간질거리게 해준다.

 

5. 호리고메 야스유키 ‘What a beautiful night’(2018)

별 탈 없이 온전한 하루를 보낸 날들이 며칠이었는지 헤아리다가 열 손가락을 다 채우지 못했을 때, 하루의 끝이 홀가분함이 아니라는 사실이 매섭게 다가온다. 차오르는 서러움으로 목구멍까지 아려 온다면 호리고메 야스유키(堀込泰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오후의 버스를 타보자.

일본 인디 신의 대표적인 형제 밴드였던 키린지(KIRINJI) 출신의 호리고메 야스유키가 가장 최근 발매한 곡으로 정규 앨범 「What a Wonderful World」(2018)에 수록되어있다. 키린지 활동을 하면서도 솔로 곡을 병행했지만, 2013년 탈퇴 후 본격적으로 솔로의 길을 걷기 시작하며 발매한 세번째 앨범인 만큼 그만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국내에도 비교적 많이 알려진 '열네시가 지나서의 하루살이(十四時過ぎのカゲロウ)'(2004)와 비교해도 여전히 매력적인 보컬이며, 기저에 깔린 안락함과 편안함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그만의 강점임이 분명하다.

뮤직비디오에는 성우, 음악, 전시 등 다방면으로 예술 활동을 펼치는 배우 논(のん)이 출연했다. 프레임 가득 담기는 그의 섬세한 감정연기가 한껏 몰입도를 더하며 네온사인들과 함께 여러 감정도 스쳐 보낸다. 끝내 내일의 희망을 보는 듯한 그의 눈빛은 한밤의 드라이브를 상쾌하게 완성해준다.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