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고 화이트데이에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주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골든두들 부부는 두 날 모두 초콜릿을 사서 정우민 씨가 다 먹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어딘가 비슷하면서도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진 남녀 듀오 밴드 네 팀을 소개합니다. 두 팀은 부부이고, 한 팀은 연인은 아닌 것 같고, 한 팀은 연인이 맞는 것 같은데요?

 

그 언젠가의 더티 댄싱, 테니스

테니스는 검색할 때 꼭 ‘band’를 붙여줘야 합니다. 당연하지만, ‘tennis’로만 검색하면 연두색 공과 라켓들이 줄줄이 나오니까요. 이런 부분을 당연히 예상했을 텐데도 이름을 그렇게 짓다니, 테니스를 참 좋아하나 보죠? 뭐, 골든두들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만. 테니스는 알라이나 무어(Alaina Moore)와 패트릭 라일리(Patrick Riley) 두 사람의 부부 밴드입니다. 2010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듀오를 결성하였고, 곧 드러머 제임스 바론(James Barone)을 멤버로 받아들여 셋이서 몇 년간 같이 활동하였지만 결국은 다시 두 사람만 남게 되었죠.

콜로라도 대학교에 다니고 있던 알라이나 무어와 패트릭 라일리는 철학 수업(!)에서 서로를 만나게 되었고, 졸업 후 둘이서 대서양 연안을 배로 여덟 달 동안(!!) 여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밴드를 시작했죠. 첫 앨범 <Cape Dory>(2011)는 그 항해를 바탕으로 나온 앨범입니다. 정확히 언제인지, 어디인지 하나로 짚어낼 수는 없지만, 옛 시대를 향한 폭넓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들은 평단의 호응을 끌어냈고, 이후 밴드는 <Young & Old>(2012), <Ritual in Repeat>(2014) 앨범을 내며 꾸준히 활동하다가 2016년 다시 배를 탑니다. 이번엔 태평양(!!!)이었죠. 영감을 듬뿍 받고 돌아와 만들고 있는 앨범 <Yours Conditionally>는 2017년 3월 5일에 발매할 예정입니다. 앨범에 앞서 공개한 ‘In the Morning I'll Be Better’ 들어보시죠. 여담이지만, 이들을 보면 어쩐지 영화 <더티 댄싱>(1987)이 생각납니다.

▲ Tennis ‘In the Morning I'll Be Better’ MV

 

21세기 얼터너티브 팝, 서머 캠프

서머 캠프 역시 검색을 할 때 꼭 ‘band’를 붙여줘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summer camp’로만 검색하게 되면 빛나는 태양과 그을린 아이들, 모닥불과 마시멜로를 볼 수 있습니다.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여름 캠프를 좋아하리라 짐작되는 예레미 웜슬리(Jeremy Warmsley)와 엘리자베스 산키(Elizabeth Sankey)는 영국 런던에서 2009년에 듀오를 결성한 부부 뮤지션입니다. 1960년대 걸그룹 사운드와 1980년대 신스팝의 유산을 물려받아 21세기 인디 팝을 선보이고 있는 이 밴드의 특징은, 뜻밖에 어둡고 거친 미국 얼터너티브의 면모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레미 웜슬리의 기타도 종종 묵직하게 연주되기는 하지만, 엘리자베스 산키가 쓰는 가사에는 어긋난 인간관계와 갈등, 틴에이저의 강박관념이 잘 드러나곤 합니다. 아트워크나 뮤직비디오도 요즘 시대에 걸맞은 감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한 겹 벗겨보면 그 옛날 미국의 정서가 깔렸지요. 내 사랑은 해롭고, 썩었고, 망가졌다고 노래하는 ‘Bad Love’의 뮤직비디오 한 번 보실까요.

▲ Summer Camp ‘Bad Love’ MV

 

웨스트 코스트, 베스트 코스트

베스트 코스트는 그냥 ‘best coast’라고 검색해도 됩니다. 다만 걱정되는 점은, 나중에 베스트 앨범을 내면 어떻게 제목을 짓느냐는 거겠죠. <The Best of Best Coast>는 좀 이상하고, <Best Coast Collection>은 뭐랄까 경치가 매우 좋을 것 같군요. 미국 서부에 사는 사람들은 최고의 해안이라면 당연히 웨스트 코스트라고 하는 모양입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2009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성한 듀오입니다. 부부는 아니고, 아마 연인도 아닌 것 같네요. 베타니 코센티노(Bethany Cosentino)는 먼저 Pocahaunted라는 밴드에서 활동하였고, 밥 부르노(Bobb Bruno)는 앨범의 프로듀서 겸 수퍼바이저였습니다. Pocahaunted는 실험적인 사운드로 어느 정도 인기를 끌었지만, 베타니 코센티노는 문예 창작의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지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았나 봅니다. 일상은 반복되고, 공부는 지루하고, 뉴욕은 복잡하고 짜증 나고 무엇보다도 겨울에 너무 추웠죠.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따뜻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통기타를 들고 곡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밥 브루노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밴드는 <Crazy for You>(2010) 앨범에 수록한 ‘Boyfriend’로 크게 유명해지고, 이후 <The Only Place>(2012), <California Nights>(2015) 앨범을 내며 로우 파이의 노이즈 위에 바다의 멜로디를 띄워 보내는 서프 팝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결코 긍정적인 어조는 아니지만, 자기 암시를 걸듯 사랑과 희망을 되뇌는 ’Feeling Ok’ 들어 보실까요.

▲ Best Coast ‘Feeling Ok’ MV

 

알파카? 스포츠?

알파카 스포츠도 그냥 ‘alpaca sports’로 검색하면 됩니다만, 글쎄요. 과연 무슨 뜻일까요. 이런 건 물어보는 쪽이 지는 겁니다. 2011년 스웨덴의 예테보리에서 안드레아스 욘슨(Andreas Jonsson)과 카를 지레슈테트(Carl Jirestedt)가 같이 시작한 밴드는 이제 네 명의 멤버를 더 받아들여 6인조가 되었지만, 중심이 되는 인물은 원년 멤버인 두 사람이죠.

보는 사람의 눈을 대번에 사로잡는 맑고 예쁜 앨범 커버 아트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레이 키무라(Ray Kimura)가 그렸습니다. 그림에서 짐작할 수 있듯, 노래에서는 밝고 귀엽고 달콤하지만, 살짝 씁쓸한 남자아이의 기타 팝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떠나간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며 사귈 때는 그냥 재미로 키스했다고 후회하는 ‘Just for Fun’, 다시 만나 준다면 자니 마(Johnny Marr, The Smiths의 기타리스트)처럼 기타를 쳐주겠다는 ‘Just Like Johnny Marr’, 내가 필요하다면 항상 옆에 있어 주겠다는 ‘Need Me the Most’도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예전에 같이 아이스하키를 하며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던 친구가 돈만 밝히는 아저씨가 되어버려 상심하게 된 이야기, ‘Just Like Them’의 재미있는 뮤직비디오를 소개해드립니다. 아, 영상과 가사의 내용은 별 상관이 없을 겁니다. (아마도? 이런 건 물어보는 쪽이 지는 겁니다.)

▲ Alpaca Sports ‘Just Like Them’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http://www.goldendoodlepop.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