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내 ‘병맛’ 뮤직비디오 편에 이어 이번엔 해외로 떠나보자. 중국, 덴마크, 러시아 등 생활 양식도, 겉모습도 전혀 다른 세 나라의 ‘국민 가수’들이 선보이는 ‘병맛’은 어떤 모습일까. 아래의 세 뮤직비디오는 우연하게도 ‘미녀들에게 둘러싸인 가수’의 모습을 담았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닌다.

 

온통 사극 요소로 가득한 이 영상은 중국 내몽골 출신 가수 텅거얼(藤格尔)의 ‘도화원(桃花源)’ 뮤직비디오다. 영상 속 텅거얼은 매혹적인 여성들 사이에 둘러싸인 어부로 등장한다. 화려한 옷차림의 여성들 사이에서 홀로 꾀죄죄한 모양새를 하고선 함께 마작 놀이를 하고, 숨바꼭질도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라는 뜻을 지닌 ‘도화원’ 노래 제목과 꼭 맞아떨어진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텅거얼의 ‘파격 변신’이다. ‘원래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 아니었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천당(天堂)’, ‘전설(传说)’ 같은 대표곡들만 놓고 봐도 텅거얼은 몽골의 초원, 말, 대자연을 노래하는 민족적 생채가 강한 록가수로, ‘코믹’한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앨범 발표 당시 중국에서 ‘텅거얼의 변신’으로 큰 화제를 낳은 동시에, 영상 속 과장된 묘사와 중독성 강한 가사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토미 시바흐(Tommy Seebach)의 'Apache' 뮤직비디오는 우리를 1970년대로 데려간다. 일단 시작부터 무척이나 흥겹다. 아프리카 원주민을 떠올리게 하는 복장과 머리띠를 한 여성들과 토미 시바흐의 호탕한 미소가 중독성 강한 디스코풍의 멜로디 안에 기가 막히게 녹아들었다. 춤을 추기 위해 만든 음악인 디스코답게, 흥겨운 멜로디와 토미 시바흐의 유쾌한 춤사위에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썩댄다. 이 무렵 전 세계는 신시사이저를 통해 만든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인 디스코에 흠뻑 취해 있었고, 디스코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나 디스코를 소재로 만든 영화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토미 시바흐 또한 그 중심에 있었다. 덴마크 코펜하겐 태생으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수차례 수상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끈 토미 시바흐는 1973년 첫 싱글을 발표한 이후 1999년까지 꾸준히 음악활동을 이어가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번 들으면 쉬이 잊혀지지 않는 강한 중독성의 곡 ‘Apache’는 1998년 영국의 DJ이자 전자음악 아티스트인 팻보이 슬림(Fatboy Slim)이 리믹스해 더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팻보이 슬림 버전 ‘Apache’ [바로가기]

 

목소리가 아쟁처럼 들린다고 하여 국내에서 ‘아쟁 총각’으로 많이 알려진 비타스(Vitas)의 ‘7th element’ 뮤직비디오다. 외계인 컨셉을 하고 머리에 요상한 철제 구조물을 쓴 채 마냥 해맑은 표정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사실 춤이라기보단 몸짓에 가깝지만. 노래 가사도 단 네 줄밖에 되지 않는다. “사랑을 위하여 꿈의 세계에서, 그리고 수정의 눈물에서 이 노래를 들려주러 여기에 왔다”는 가사가 반복된다. 듣다 보면 정말 다른 차원에서 온 미지의 존재가 우리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7옥타브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고음을 아무렇지 않게 소화하기로 유명한 비타스는 2000년 싱글앨범 <Opera #2>를 발표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2006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을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Vitas ‘Smile’ 라이브 영상

비타스가 ‘아쟁 총각’으로 불리게 된 전설적인 라이브 영상이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높은 음역대를 오가면서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들에게 ‘능글맞은’ 미소와 ‘끈적한’ 눈빛을 수시로 발사하기까지 한다. 사실 이 곡은 자살을 앞둔 한 남자의 일생을 담았다고 하니, 가사에 집중해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처음 들었을 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여운도 느껴볼 수 있다.

웃어라
행복이 구름 뒤에 숨어있어도
웃어라
당신의 영혼이 상처 입어도
웃어라
그럼 모든 것이 바뀌는 걸 보게 될 것이다
웃어라
그 비가 그치고 다시 햇빛이 비칠 것이다

-Vitas ‘Smile’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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