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Gudak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고 있다. 심지어 우리는 고성능 카메라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에 필름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다. 2017년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필름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구닥(gudak)’의 사례를 떠올려보자. 구닥은 셔터를 누르고, 정해진 컷수를 모두 소진하면 3일 뒤에나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과거에 사진관에서 필름을 맡기면 3일 뒤에나 찾을 수 있었던 사실을 반영한 것이라 한다. 바야흐로 아날로그 방식이 그대로 스마트폰에 들어온 것이다.

뿐만 아니다. 먼지 쌓인 필름 카메라들이 중고 시장에 나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고물 덩어리‘로 전락해야 마땅한 이것들이 꿋꿋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토록 시간의 낭만이 묻은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서울에도 사진을 즐길 수 있는 스팟이 많이 생겨났다. 이제 당신의 사진이 탄생할 때다.

 

망우삼림

출처: 망우삼림 인스타그램

을지로를 거닐다 보면 눈에 띄는 빨간색 한자 네온사인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흔한 카페도 술집도 아닌, 현상소 ‘망우삼림‘이다. ‘나쁜 기억을 잃게 해주는 망각의 숲’이라는 뜻을 지닌 상호는 대만에 위치한 숲의 이름을 차용했다고 한다. ‘을지로 핫플‘이라는 명성답게 그야말로 ‘핫’하게 떠오른 공간이다. 어딘가 영화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하는 범상치 않은 인테리어. 참고로 이곳의 주인장인 사진작가 ‘윤병주‘는 홍콩영화 마니아라고 알려져 있다.

망우삼림은 윤병주 작가가 직접 실내장식 했으며, 주인장 취향의 집합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필름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명확히 꿰뚫고 있는 듯한 복고풍 오브제의 향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현상소의 분위기와 거리가 멀다. 이곳에서는 현상뿐만 아니라 인물 사진 촬영도 진행하고 있으니, 함께 이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빛바랜 형상을 드러낼 필름을 기다리며 찻잔을 기울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08 3층
전화 010-5356-0563
영업시간 평일 10:00~20:00, 주말 13:00~18:00 (수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mangwoosamlim

 

엘리 카메라

출처: 엘리 카메라 인스타그램

시간이 묻은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먼지 쌓인 카메라를 닦는 일에 대해 낭만이 있을 것이다. 연남동 골목 어귀에 위치한 ‘엘리 카메라’는 클래식 카메라 쇼룸으로 유명한 장소다. 빨간색 문을 열고 가게에 입장하는 순간 수백 대의 클래식 카메라가 줄지어 등장한다. 유럽의 골동품 가게에 입성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묘하게 이국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이곳에는 엘리 카메라의 대표이자 빈티지 필름 카메라 마니아 강혜원 대표의 소장품 400여 대가 전시되어 있다.

출처: 엘리 카메라 인스타그램

‘작은 클래식 카메라 박물관’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접하기 힘든 빈티지 카메라가 많은데, 이를 모두 체험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에 강혜원 대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역사 속에 묻혀버린 카메라들을 21세기에 다시 소개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신념처럼 엘리 카메라에서는 원데이 체험 프로그램, 필름 카메라 교육, 필름 사진 콘테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주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9길 30-3
전화 02-336-0403
영업시간 매일 15:00~19:00 (월요일, 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allycameras

 

등대 사진관

출처: 등대 사진관 홈페이지

현대의 사진이란 소모품에 불과하다. 맘에 안 드는 사진은 가차 없이 삭제하고, 손가락 하나로 톤이나 형상을 원하는 대로 뒤틀 수 있다. 이토록 사진의 의미가 격하된 와중에 꿋꿋이 ‘사진 한 컷의 존귀함’을 되새기는 사진관이 등장했다. 용산에 위치한 ‘등대사진관‘은 국내 최초로 습판 사진 기법을 전개한다. 습판 사진이란 19세기 크게 유행한 사진 기법으로 철판에 유제를 바르고 마르기 전 촬영과 현상을 마치는 기술인데, 사진 한 컷에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출처: 등대 사진관 홈페이지

필름의 역할을 철판이 대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특유의 거친 느낌이 완성된다. 당연히 사진을 고칠 수 없으며 고를 수조차 없다. 하지만 그 어떤 사진보다 피사체의 특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사진이기도 하다. 셔터를 누를 때 움직이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므로 피사체에도 약간의 노고를 필요로 한다. 사진 찍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한 시간. 작가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보면 사진 위로 또 다른 이야기가 겹쳐질 것이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촌로29길 29
전화 010-5356-5875
영업시간 매일 09:00~19:00
인스타그램 @yichangjoo

 

이라선

출처: 이라선 인스타그램

사진 애호가들을 위한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사진 책방 ‘이라선‘을 알고 있는가? 이곳은 책방 이름 ‘이지 라이크 어 선데이(Easy Like a Sunday)’라는 뜻과 정확히 부합하는 공간이다. 편안한 분위기로 꾸며진 인테리어와 서점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사진집. 이곳의 특징은 모든 사진집이 포장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경계 없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딱히 찾는 작가나 책이 없더라도 사진을 사랑한다면 보물 같은 사진집을 만날 수 있다.

출처: 이라선 인스타그램

사소한 시스템까지 사진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 좋아하는 사진 스타일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이곳의 주인장에게 문의하길 추천한다. 뛰어난 큐레이팅으로 당신의 니즈를 채워줄 테니까 말이다. 서점에 찾는 책이 없더라도 바잉할 수 있는지 알아본 후 희귀 서적을 구해주기도 한다. 또한 이라선은 사진작가, 비평가 등 사진 전문가를 초빙해 북토크를 개최하기도 한다. 자세한 내용은 이라선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소 서울 종로구 효자로7길 5
전화 010-5420-0908
영업시간 매일 12:00~20:00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irasun_official

 

메인 이미지 출처 - 엘리 카메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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