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은 음악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때때로 멜로디와 리듬만으로 다 전하지 못하는 메시지를 언어로 눌러 담기도 한다. 음악도 무척 좋지만, 가사에 유난히 귀를 기울이게 되는 국내 신보를 소개한다.

* 발매일 최신순.

 

웨터 ‘꼰대’ (2019.04.15)

“편견을 깨는 것도 결국엔 또 다른 편견을 또 만드는 거야”

제인 오스틴은 그의 작품 <오만과 편견>을 통해 말했다. “편견은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편견이나 선입견은 언제든, 어떤 종류든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만, 밴드 웨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편견을 깨는 행위’ 역시 ‘또 다른 편견을 만드는 일’임을 역설한다.

록밴드로서 늘 다양한 작업과 음악을 꿈꾸어 온 웨터. 이들은 이번 신곡에서 들썩이는 리듬 위에 DJ DOC ‘DOC와 춤을’(1997) 속 가사를 활용한 신선한 메시지를 선보이며, 거칠고 신나는 음악의 매력 위에 의미까지 더했다. 2016년 데뷔한 밴드 웨터의 이름은 ‘적시는 사람(wet + er)’이라는 뜻의 합성어로, 록 페스티벌에서 땀에 젖도록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들의 마음의 젖게 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웨터 인스타그램

 

So!YoON!(황소윤) ‘HOLIDAY’ (2019.04.15)

“I Need A Holiday. We Need A Holiday.”

2017년, 혜성같이 등장해 그 해를 대표하는 기억으로 남는 밴드 새소년. 한창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야 할 시기, 밴드 멤버 두 사람의 입대로 인한 탈퇴로 인해 황소윤은 홀로 덩그러니 남았다. 그는 새 멤버를 찾기 전까지 새소년 활동을 잠시 쉬는 대신 여러 뮤지션의 작업에 보컬 세션으로 참여했고, 2018년 11월 영국 밴드 PREP의 곡에 참여하며 솔로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알렸다.

황소윤 'Holiday'

비록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신곡은 오랜만이지만, 그 밖에 다양한 활동으로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일까? 그는 뜻밖에도 신곡에서 ‘휴일’을 노래한다.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대부분의 사람이 휴식을 즐기는 휴일의 기분을 여유로운 그루브가 넘치는 신스사운드에 실어 특유의 허스키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전한다. 황소윤이 지은 곡에, 선우정아의 편곡과 리얼 악기의 질같이 곁들여져 휴일에 어울리는 세련된 분위기로 완성되었다.

황소윤 인스타그램

 

계피 ‘2019’ (2019.04.07)

“푸르게 피어날 4월의 노래 네게 주고 싶어. 우리는 올해도 죽지 않고 살아갈 거야. 살아갈 거야.”

브로콜리너마저에서 앵콜 요청을 금지하거나, 가을방학에서 미치도록 안고 싶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해 온 계피에게 있어, ‘소중한 관계’에 대한 노래는 왠지 뻔한 클리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싱글이 수록된 앨범이 계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정규앨범이라면, 그리고 앨범 전체가 옛날 동요를 다시 부른 일종의 소품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부 12곡이 수록된 앨범에서 온전히 계피의 가사로 부른 노래는 ‘2019’뿐인 것.

계피 '2019'

노래 속 화자는 “언제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고백하던 네가 잠에서 깨어나 “내 얘길 들어”주길 기다리고 있다. 전할 말은 두 사람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미래는 한 걸음씩 우리 곁을 찾아오고” “우리는 올해도 죽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차갑고 덤덤한 목소리로, 뜻밖의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의 여운을 주는 계피의 음악색이 잘 드러나는 곡이 아닐 수 없다.

계피 인스타그램

 

아마도이자람밴드 ‘아니’ (2019.04.02)

“원해야 하는 것 말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 말고. …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는 부정(否定)으로 시작해서, 부정(不定)으로 끝나는 노래다. 아니라고 계속 부인하고 결국 답을 정해주지도 않는다. 6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한 아마도이자람밴드는 더블 타이틀 중 한 곡인 이 노래에서 온전한 자신의 존재와 의무에 관해 계속 질문을 던진다. 오랜만에, 조심스럽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촘촘히 준비한 앨범이기 때문일까? 앨범의 고민을 함축한 듯한 노래의 가사는 유머러스하게 반복되지만, 끝까지 질문과 부정으로 반복되며 그 무게를 무겁게 한다.

아마도이자람밴드 '아니'

이자람은 중요 무형 문화재 5호(판소리 <춘향가>, <적벽가>)를 이수한 유명 국악인이다. 허나 동시에 오랫동안 홍대를 지켜온 인디밴드 보컬이기도 하다. 그는 2004년부터 활동해온 아마도이자람밴드에서, 판소리에서 비롯된 특유의 대화체 보컬과 시원한 가창을 일상적인 노랫말과 조화시키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음악을 완성해오고 있다.

아마도이자람밴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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