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인류에서 가장 오래된 타투는 5300년가량 된 냉동 상태의 미라, 외치(Ötzi)다. ‘아이스맨’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그의 몸에는 무려 61개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3000년 된 고대 이집트의 여성 미라에서는 30개의 매우 섬세하게 표현된 꽃과 동물들의 모습이 새겨진 타투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타투에 대한 인식은 꽤 부정적이었다. “부모로 받은 몸은 훼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효의 시작,”이라는 뿌리 깊은 유교 윤리관이 한국인들의 신체관을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범죄자의 표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요즘 세대들은 타투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의 한 형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아름다움이란 단순 장식적인 것이 아니라 정체성이나 능력이 연관된 존재의 의미를 지닌다.

이와 같은 아름다움을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손과 바늘로 한 땀 한 땀 채우며 타인의 신체에 흔적으로 남기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핸드 포크 (Hand Poke 또는 Stick and Poke) 아티스트로, 손끝에 섬세하고 개성 있는 저마다의 제스처를 담아 그림으로 그려낸다. 손바느질은 더디지만 정성스럽다. 가장 친밀하고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는 이들을 만나보자.

 

자유롭고 추상적인 디자인을 베이스로 불규칙함과 빈티지스러움을 추구하는,

깉(@git_b)

“이왕 다른 걸 한다면, 더 다르고 더 새로운 장르를 도전하고 싶었다…내가 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핸드 포크 타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먼저 머신으로 타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내 작업 스타일도 지금과 같이 추상적이었는데, 이왕 다른 걸 한다면 무언가 더 다르고 더 새로운 장르를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침 핸드 포크에 관해 관심이 있던 차였고, 내가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의 시도 후 생각보다 더 재밌는 작업물이 나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몸에 새겨진 타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타투가 있다면 무엇이고, 왜?

왼팔에 노란꽃 타투가 있다. 가까이 보지 않으면 타투의 존재에 대해 알기 어렵다. 특히 사진엔 거의 나오지 않는 편인데, 이 타투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날 때면,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 같아서 마음에 든다.

 

자신의 타투 스타일에 대해 말하자면?

정형화된 이미지보다는 자유롭고 추상적인 디자인을 베이스로 약간은 울퉁불퉁하며, 불규칙함과 빈티지스러움을 추구한다.

 

핸드 포크 타투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나?

체감하고 있다. 특히 엄마의 인식이 많이 변했다. 예전만큼 사회적 인식이 크게 무겁지 않아진 것 같은 신호로 느껴진다.

 

 

섬세한 도안을 한순간 키치스럽게 만드는 삐뚤삐뚤한 손맛을 사랑하는

Minyababe (@TATTOOKITCHENSEOUL)

“핸드 포크 타투는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반항, 그 안에서 찾는 느림의 미학과 흐름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핸드 포크 타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취미가 작업이 된 경우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갖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브랜드를 꿈꿨을 때, 문득 이 세상에는 이미 훌륭한 물건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들고 그릴 줄 아는 능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타투를 떠올렸다. 어릴 때부터 타투 작업을 찾아보는 걸 좋아했고 타투를 받으러 다니는 것이 소확행이었다. 내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 가능하며 지구 어디에도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것. 이걸 해보자. 특히 핸드 포크 타투를 선택한 건 이 행위 자체에 내가 타고난 감성과 일맥상통하는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타투 스타일에 대해 말하자면?

장르적 경계를 두지 않고 색과 곡선을 많이 쓴다. 점묘법으로 해내는 혼색은 발색이 선명하면서도 빈티지하다. 섬세한 도안을 한순간 키치스럽게 만드는 삐뚤삐뚤한 손맛을 사랑한다. 타투란 쉼 없이 재생하는 피부에 그리는 것이라 시간이 지나면 헌 듯 빈티지해지기 마련인데, 그 순간에 더 빛나는 그림을 새기고 싶다. 핸드 포크 타투는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반항, 그 안에서 찾는 느림의 미학과 흐름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내 스타일에 대해 들었던 평가 중 하나인 “서툰 듯 완벽하다”라는 말이, 실제로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핸드 포크 타투 또는 타투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나?

그렇다. 나의 손님은 주로 20대 초중반이고, 특히 첫 타투인 경우가 꽤 많다. 어떻게 결심을 하셨냐고 물으면, “캐주얼하다”. “예쁜 문신을 하나쯤 갖고 싶다”, “의미 있는 무언가를 새기고 싶은데, 심지어 예쁘기도 하다”는 답이 뒤따른다. 결국 자기 취향과 맞는 개성 있는 작업자를 찾는 과정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취향 존중, 자기 PR, 개인주의 등 요즘 세대의 키워드를 보면 타투는 앞으로 저마다의 이유로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않을까? 타투는 내면으로 외면을 꾸미는 것이자, 개인이 지나온 역사와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현재에 표현하는 서사적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충동적이면서 소중하고, 소소하면서 꽤 진지할 수도 있다. 이런 매력을 그저 각자 또 같이 즐겨준다면 참 좋겠다.

 

 

빈티지함에서 오는 친숙함과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난 손맛을 좋아하는

Zoniworker(@zoniworker)

“깔끔한 작업 가운데 ‘손맛’이라는 의외성이 내는 발색이 어우러져 군데군데 핸드 포크만의 빈티지한 감성이 묻어나는 나만의 그림체로 표현하고 싶다.”

 

핸드 포크 타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내 그림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브라운 피넛 브랜드 숍에서 일을 하며 주변 아티스트들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타투잉을 하게 됐다. 내 그림체는 핸드 포크로 잘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점을 하나하나 찍어서 하는 작업이다 보니 손맛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나는 이런 손맛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좋아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

그림을 단순화해 핸드 포크만의 감성이 묻어나는 작업이나 오리엔탈적이면서도 트래디셔널한 두들링(낙서)의 느낌을 조화롭게 풀어낸 나만의 그림체를 만들고 싶다. 핸드 포크는 점을 찍어 표현하는 세밀한 점묘 표현이 기본이 되지만 나는 깔끔함을 추구한다. 깔끔함 속에서 손맛이 내는 발색이 어우러져 군데군데 핸드 포크만의 빈티지한 감성이 묻어나는 나만의 그림체로 표현하고 싶다. 손바느질도 깔끔하게 수놓아야 예쁘듯, 핸드 포크도 정교하고 손맛이 묻어나는 작업이 좋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반응이 좋아서 기억에 남는 것도 있지만 작업이 너무 재미있었다. 친한 형이 겨드랑이 근처에 해달라고 하여 시작된 작업이다. 겨드랑이에 향기가 나고 싶다는 형의 말이 너무 웃겨서 기억에 남는다. 처음으로 디테일을 최대한 빼서 작업한 작품이다. ‘핸드 포크는 역시 핸드 포크다워야지.’라는 생각을 다시금 일깨워준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 몸에 새겨진 타투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타투가 있다면 무엇이고 왜?

타투를 할 당시, 짐 캐리의 영화 <예스맨> 속 ‘Yes Man’ 정신에 꽂혀 있었다. 모두가 “No”라고 할 때 혼자 자신 있게 “Yes”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긍정적 사고가 좋은 일들을 부른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샵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이자 소중한 친구인 ‘깉’이 해줬다. 핸드 포크 작업자로서 첫 번째 받아본 핸드 포크 작업이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이후에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내가 직접 같은 위치, 같은 문구로 작업을 해주었다. 그래서 더 뜻 깊은 것도 있는 것 같다.

 

모든 이미지 깉, Miyababe, Zoniworker ©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