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도시 골목의 벽면에 극채색으로 도배된 그림이나 문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초기에는 이러한 스프레이로 그려진 낙서를 뜻하는 ‘그래피티(graffiti)’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반항적인 청소년과 흑인들이 분사식 페인트를 이용해 거리의 벽, 테니스장, 지하철 따위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림을 그려대는 탓에 도시 미화를 훼손하는 ‘지저분한 낙서’로 여겨지며 골칫거리로 취급받았다. 그런 그래피티가 어떻게 오늘날 현대미술의 한 축으로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다면,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2월 26일까지 열리는 <위대한 낙서> 전을 보자.

1960년대 말 뉴욕 브롱크스 거리에 낙서가 범람하면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그래피티는 초창기의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며 상상력이 넘치는 모습에서 점차 인종차별 반대, 핵전쟁에 대한 공포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며 단순한 낙서의 개념에서 탈피한 ‘거리의 예술’로 입지를 굳혀갔다. 이번 전시는 한데 모으기 힘든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7인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 그래피티가 태동한 1960년대부터 미술로 본격화된 1970~80년 즈음에 태어나고 자란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그래피티의 역사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왼쪽부터 크래쉬 <Fear of nothing>(2015), 쉐퍼드 페어리 Obama ‘HOPE’ Poster(2008) ⓒ서울서예박물관 제공

 

참여 작가 7인

키스 해링(Keith Haring)과 같은 당대의 작가들과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며 그래피티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한 크래쉬(Crash)
고급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스텐실* 작업으로 유명하며 뱅크시가 존경하는 아티스트로 꼽기도 했던 닉 워커(Nick Walker)
스프레이 그래피티가 주류였던 아트신에서 실크 스크린** 기법의 포스터 작품을 통해 스트리트 아트의 아이콘이 된 쉐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프랑스 태생의 포토그래퍼이자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사진과 스트리트 아트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이기로 유명한 제이알(JR)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리퀴데이션(liquidation)*** 기법으로 스트리트 아트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프랑스 아티스트 제우스(Zevs)
글자의 의미와 형태를 예술적 표현의 한 분야로 승화시킨 라틀라스(L'ATLAS)
프랑스 문화 예술인 명예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상하며 그래피티신을 넘어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인정받은 존원(JonOne).

*스텐실- 글자나 무늬, 그림 따위의 모양을 오려 낸 후, 그 구멍에 물감을 넣어 그림을 찍어 내는 기법
**실크 스크린- 실크 등으로 만든 천 위에 잉크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종이나 고무액을 입힌 도안을 올려놓고 잉크를 부어 천의 올 사이로 잉크가 통과하면서 인쇄가 되도록 하는 기법.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많이 사용한 기법이기도 하다.
*** 리퀴데이션- 제우스가 2000년대 중반부터 작업에 사용해온 것으로 구글, 샤넬, 코카콜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 로고 위에 페인트가 흘러내리게 하는 기법.

 

▲ 왼쪽부터 제우스 <Chanel Walldrawing Zevsonite>(2007), 닉 워커 <Micky Pistols> ⓒ서울서예박물관 제공

7인의 아티스트별로 전시 공간을 분리해 한 작가의 작품 세계에 깊이 빠져들기에 적합하다. 또한 전시장 밖에 관람객이 그래피티 아트를 즐길 수 있도록 빈 벽면을 마련해 단순히 보는 것에서 나아가 행동까지 유도한다. 전시에서 받은 영감이나 문득 떠오르는 상념들을 그래피티로 표현해보자.

일시 2016.12.09~2017.02.26(매주 월요일 정기 휴관)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오후 6시 매표 마감)
요금 성인일반 10,000원 / 학생 5,000원(만 36개월~18세)
문의 02-580-1653
주소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4층 챔프홀
홈페이지 http://www.sac.or.kr/index.jsp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hegreatgraffiti/

 

(메인 이미지 출처- <위대한 낙서> 페이스북. 이번 전시를 위해 닉 워커가 만들었다.)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