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누구에게든지 첫 경험은 유독 강렬하고 특별하다. 유년과 청소년 사이, 흔히 소년과 소녀라고 불리는 나이는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지만, 겪는 대부분의 경험이 새로운 시기다. 아래 세 영화를 보자. 작품의 주인공들은 각자 처음 마주하는 강렬한 경험에 흔들리고, 혼란스러워하지만 동시에 이를 통해 성장한다.

* 아래에는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하트스톤>(2019) – 정체성

존재에 대한 질문만큼 기초적이고 중요한 것은 없다. 그것은 전 생애에 걸쳐 있는 문제지만, 조숙한 누군가에게는 무척 이른 시기에 찾아오는 버거운 물음이기도 하다. 주인공 '토르'(발더 아이나르손)는 많은 성장영화 속 주인공이 그렇듯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소년이다. 자신의 몸에 털이 났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스킨쉽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무척 많다. 하지만 가족은 그런 토르를 방치한다. 아버지는 가정을 버린 채 집을 나갔고, 남겨진 어머니는 무력하기만 하다. 두 누나는 토르를 짓궂게 괴롭힌다. 토르에게 남은 것은 절친 ‘크리스티앙’(블라에 힌릭손) 뿐이다. 친구와의 우정 속에서 토르는 착실하게 세상을 배워간다. 여자아이 ‘베타’(딜야 발스도티르)를 좋아하게 되고 인생 첫 연애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성에 눈을 뜬 토르와 달리, 크리스티앙은 성 지향성에 대한 고민을 키워간다. 동성애 혐오를 가진 아버지의 폭력과 작은 마을 속 사람들의 과도한 시선은 그를 더욱 괴롭게 한다. 아이슬란드의 광활한 자연 풍광과 음악이 창백한 무채색으로 어우러지는 영상미를 배경으로, 두 소년은 치열하게 흔들리고 고통스럽게 분투한다. 작품은 그렇게, 자신의 욕망과 결핍을 예민하게 그래서 더욱더 괴롭게 깨우치는 주인공들의 정체성 수업을 보여준다.

 

<플립>(2010) - 사랑

<플립>은 잔가지를 쳐내고 오롯이 유년의 사랑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소설 <소나기>(1952)가 첫사랑을 상징하는 문학인 것처럼, <플립>을 본 사람이라면 첫사랑을 대표하는 영화로 이 작품을 자연스레 떠올릴 것이다. 7살 소년 ‘브라이스’(캘런 맥오리피)가 주인공 ‘줄리’(매들린 캐롤)의 집 건너편에 이사 오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감정과 생각이 조숙한 줄리와 아직은 모든 게 서툴기만 한 브라이스가 실수와 오해 속에 서로 멀어짐과 가까워짐을 번갈아 가며 사랑의 의미를 배워가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영화에는 두 주인공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려주는 선생님으로, 줄리의 아버지 ‘리처드’(에이단 퀸)와 브라이스의 할아버지 ‘채트’(존 마호니)가 등장한다. 리처드는 줄리에게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라고 말한다. 브라이스의 예쁜 눈에 반한 딸에게, 브라이스의 눈과 더불어 그의 마음과 행동이 자신에게 아름다운지 살피라는 것. 채트는 줄리에게 못되게 구는 손자를 차분히 타이르며, 남들이 보기에 조금 독특해 보이는 줄리의 모습을 편견 없이 바라볼 것을 권한다. 작품 속 플라타너스의 운명은 두 주인공의 사랑과 그에 대한 시선이 어른들의 가르침대로 점차 자라고 있음을 상징한다.

 

<마이 걸>(1991) – 이별

<마이 걸>은 <나홀로 집에>(1990) 시리즈의 ‘케빈’, 맥컬리 컬킨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어린 두 주인공이 감당하기에 너무 이른 이별, 그것도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분위기가 무겁고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마을 장의사 ‘해리’(댄 애크로이드)의 딸인 ‘베이다’(안나 클럼스키)는 당돌하고 영리한 소녀다. 하지만 죽음을 항시 가까이하는 아버지의 직업 탓에, 어린 그의 무의식 속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날 그런 베이다와 가족 앞에 해리의 일을 도와줄 분장사 ‘쉐리’(제이미 리 커티스)가 나타난다.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던 사춘기 소녀 베이다는, 아버지 해리와 쉐리 사이가 가까워짐에 따라 머릿속이 더욱더 복잡해진다. 단짝 친구 ‘토마스’와 함께 사람들이 결혼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동네에서 시 짓기를 가르치는 ‘빅슬러’(그리핀 던) 선생님을 향해 짝사랑의 마음을 키우기도 한다. 급기야 우려하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처음 맞닥뜨린 후 베이다는 방에 홀로 틀어박힌다. 다행히 그의 주변에는 좋은 어른들이 있다. 많은 이들의 애정 어린 위로와 도움 속에서 베이다는 처음 겪은 이별은 물론, 오래 품어온 마음의 불안과 혼란마저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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