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이라는 동네를 경리단길 곁가지로 생겨난 또 다른 핫플레이스로만 규정하는 건 아쉽다. 유행에 민감한 이들이야 빠르게 한 번 훑고 지나칠 동네지만, 해방촌의 숨은 매력을 찬찬히 느껴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방촌에는 이러한 이들의 취향을 고루 만족하게 해줄 독립 책방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무엇보다 이곳의 독립 책방들은 조용한 동네를 찾아온 이들에게 단순한 서점 역할 이상의 소소한 재미를 선사할 유쾌한 작당들을 꾸민다. 여유롭고 아기자기한 해방촌에서 남다른 경험을 만끽하고 싶다면 아래 독립 책방들을 열심히 탐방해보자. 생각지 못한 취미가 생길지도 모른다.

 

책방에서 독립출판 시작하기

스토리지북앤필름

▲ 출처- 스토리지북앤필름 인스타그램

소소한 개성으로 채워지기 시작한 해방촌에 독립출판 문화를 이루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책방, 스토리지북앤필름이다. 책방을 열기 훨씬 전부터 빈티지 카메라 수집과 사진이 취미였던 주인장은 자연스레 직접 사진집을 만들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해왔다. 현재 사진집을 비롯한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책방에는 그래서 책 외에 다른 목적으로 서성이는 이들이 많다.

햇수로 9주년을 맞이한 스토리지북앤필름이 그동안 진행해온 작당들의 범위는 꽤 상당하다. 2012년부터 독립출판 사진집 시리즈 <TOGOFOTO>, <WALK ZINE>을 발행하고, 동시에 <손으로 만드는 ZINE 워크샵> 같은 독립출판을 주제로 한 워크숍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자기만의 사진집을 만드는 ‘4주 동안 사진집 만들기’는 올해 2월 벌써 29기를 모집 중이다. 무엇보다 책방 인근에 별도로 마련한 스토리지워크룸에서는 여러 독립 책방들과 함께 ‘독립 책방의 시작과 운영’에 대해 강의하는 워크숍 ‘My little book shop’을 꾸준히 열고 있으니, 독립 책방 오픈을 마음먹고 있던 이들이라면 당장에 이곳을 작당의 근거지로 삼아보자.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2가 1-701
전화 070-5103-9975
영업시간 매일 13:00~19:00
홈페이지 www.storagebookandfilm.com
블로그 blog.naver.com/jumpgyu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toragebookandfilm

 

별의별 재미있는 것들을 배우러

별책부록

▲ 출처- 별책부록 인스타그램

스토리지북앤필름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별책부록도 필수코스다. 벽돌의 뻔한 붉은 빛으로 둘러싸인 해방촌 주택가 사이에 얌전히 노란색 불을 켜 둔 이 아담한 공간을 어느 서점의 부록처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어엿한 ‘독립’ 책방이다. 주로 문화예술과 관련된 단행본과 독립출판물, 각종 중고 서적, 음반, 소품들을 판매한다. 사실 별책부록에는 진짜 부록, 별별스페이스가 있다. 책방 지하에 위치한 별별스페이스는 그야말로 워크숍을 위한 공간이다. 매번 다양한 분야의 강사들을 초청해 워크숍을 꾸린다. 현재 4주 동안 간단한 바느질과 펠트자수를 배우는 ‘Felt Craft’, 일러스트레이터 초보자들을 위한 원데이 워크샵 ‘내 생애 처음 만나는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강의들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로 모집하는 단기간 워크숍들이 많아 원하는 것을 골라 부담 없이 신청해볼 수 있다. 반면, 또 소규모이기에 금세 마감되곤 하니 틈틈이 책방 소식을 살펴보도록.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2가 1-184
전화 070-5103-0341
영업시간 월 휴무, 매일 14:00~19:00, 수 14:00~24:00(심야책방)
홈페이지 www.byeolcheck.kr
블로그 blog.naver.com/byeolcheck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byeolcheck

 

책보다 쉽게 문학 읽기

고요서사

▲ 출처- 고요서사 인스타그램

고요서사는 출판 편집자로 일하던 주인장이 손수 고른 책들을 한데 모아 만든 일종의 서적 편집숍이다. 역시나 마음먹고 찾지 않으면 쉬이 갈 수 없는 조용한 해방촌 골목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래서 더 가고 싶은 곳. 소음이 없는 고요 속이라 더욱 빠져들기 좋은 소설, 시, 에세이 같은 문학 서적들을 잔뜩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책방 고요서사는 다른 장르에 비해 선택받지 못하는 문학에 대한 주인장의 안타까움 반, 그 문학에 대한 애정 반으로 꾸린 공간이자 모임 자체이기도 하다.

작년 봄부터 겨울까지 꾸준히 진행해온 모임 ‘북스 앤 코르크’는 책방이 추천하는 책과 함께 작품과 잘 어울릴 만한 와인을 곁들이는 고요서사만의 대표적 독서 모임이다. 책을 낭독하고 사람들과 감상을 주고받으며, 전문 소믈리에의 미니 강연과 함께 와인을 시음하는, 몹시 낭만적인 문학 모임이라 할 수 있겠다. 올해 2월부터는 ‘지금/이/소설’이라는 또 다른 독서 모임을 시작한다. 고요서사에서 초청한 평론가와 독자 6명과 함께 국내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며 한국소설의 의미와 재미를 알아보는 자리다. 따분하고 어려울 것 같다고? '문턱이 낮은 독서 모임'을 지향하는 고요서사에서는 부담 없이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으니 조만간 다시 모집할 이 모임들을 꼭 체크해두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20-9 1층
전화 010-7262-4226
영업시간 화 휴무, 매일 14:00~21:00
블로그 blog.naver.com/goyo_bookshop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goyo_bookshop

 

책방에서 만나는 버라이어티

철든책방

▲ 출처- 철든책방 인스타그램

작년 8월 해방촌 깊숙한 골목 사이에 조용히 문을 연 철든책방은 다양한 독립출판물과 엄선한 기성출판물을 판매하는 독립 책방이지만, 연예인 노홍철이 직접 운영하는 탓(?)에 소규모 책방이라 부르기 무색한 시끌벅적한 장소가 됐다. “대표, 직원, 싹 다 노홍철”이라 표현하는, 말 그대로 ‘노홍철이 들어 있는 책방’인 철든책방은 비정기적으로 문을 열기에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한꺼번에 몰려 책 구경조차 힘들기 때문.

그러나 철든책방에서도 남다른 소규모 작당은 벌어진다. 작년 8월 말에는 참가자 10명을 모아 김제동과 함께 자유로운 주제로 이야기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후에는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책방의 책들을 자유롭게 읽으며 개별 독립 침대에서 쉴 수도 있는 심야 책방인 ‘철든책방 만의 특별전’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또 새로 시작한 ‘철 든 극장’은 책방 지하에 마련한 공간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간식을 먹으며 참가자들끼리 후기를 나누는 소규모 모임이다. 모든 모임은 SNS에서 신청을 받고 정해진 소수 인원만 뽑는 만큼 참가 경쟁이 치열하지만, 해방촌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만들려는 이들에겐 더없이 욕심나는 버라이어티 모임이 아닐 수 없다.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2가 1-92
영업시간 토 16:00~20:00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rohongchul

*대부분의 독립 책방은 운영시간이 유동적이니 SNS에서 미리 확인하고 가면 좋다.

(메인이미지 출처- 고요서사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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