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캐롤> 등의 영화가 흥행하며 ‘원작 있는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2016년에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데뷔작 <환상의 빛> 또한 미야모토 테루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화제가 되었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영화적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는 평을 받아, 영화와 소설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소설 원작의 일본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1. <종이달>

Pale Moonㅣ2014ㅣ감독 요시다 다이하치ㅣ출연 미에자와 리에, 이케마츠 소스케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종이달>은 거액의 횡령 사건을 저지른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세상에 ‘내 자리’가 없다는 자각으로 인해 외로움과 혼란을 겪던 30대 후반의 주부 ‘리카’는 우연히 만난 연하의 남자에게 빠져들고 연인을 위해, 또 자신을 위해 일하던 은행의 돈을 빼돌리기 시작한다. 가쿠다 미쓰요의 원작 소설이 ‘범죄자 리카’를 뉴스로 접한 주변인들의 회상을 통해 주인공의 일상을 재구성하고 파멸의 원인을 추적해 간다면, 영화는 사소한 계기로 시작된 횡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한 대형 범죄 사건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다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종이달>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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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Josee, The Tiger And The Fishㅣ2003ㅣ감독 이누도 잇신ㅣ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할머니와 둘이 숨어 살던 ‘조제’와 선하고 호기심 많은 대학생 ‘츠네오’의 만남과 이별을 담은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영화가 ‘조제’와 ‘츠네오’의 만남과 사랑, 헤어지기까지의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면, 소설은 사랑이 변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인 다나베 세이코는 이 소설집에서 표제작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포함 총 9편의 단편을 통해 ‘조제’처럼 자의식 강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여성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해냈다. 여성 작가인 다나베 세이코와 남성 감독인 이누도 잇신 각각의 포커스를 비교해 가며 감상하는 재미도 놓치지 말 것.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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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환상의 빛> 

Maboroshiㅣ1995ㅣ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ㅣ출연 에스미 마키코, 나이토 타카시, 아사노 타다노부

가족과 상실, 남겨진 사람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들이다. 이젠 세계적 거장으로 자리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적 탐구가 시작되는 순간을 엿볼 수 있는 그의 데뷔작 <환상의 빛>이 20여년 만에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했다. <환상의 빛>은 다자이 오사무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역대 최연소 수상 등으로 화제가 된 현대 일본 순문학의 대표 작가 미야모토 테루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어떠한 말도, 이유도 남기지 않고 홀연히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여자 ‘유미코’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환상의 빛>은 한때 국내에서 절판되었다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대한 높아진 관심 속에 복간되며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와 같은 달에 개봉하여, 54세의 그와 33세의 그가 어떻게 다르고 얼마나 같은지 비교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환상의 빛>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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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환상의 빛> 스틸컷
본문대표 이미지 <환상의 빛>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