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충격적인 범죄부터 초자연적 소재를 다룬 믿기 힘든 이야기까지. 팟캐스트는 오늘날 TV, 라디오 같은 전통 미디어를 뛰어넘은 새로운 이야기 창구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한 해 TV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들이 공통으로 팟캐스트를 원작으로 삼는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다.

 

<더티 존>

지난 2018년 브라보 채널을 통해 방영, 2019년 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더티 존>은 평단의 극찬과 혹평을 오갔던 문제작으로 동명의 팟캐스트를 드라마화했다. LA 타임스 기자 크리스토퍼 고퍼드가 운영한 탐사/저널리즘 팟캐스트를 통해 알려진 이 이야기는 호주, 영국, 미국 등지에서 큰 화제를 모았으며 TV 드라마는 <위기의 주부들> 알렉산드라 커닝햄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이야기는 네 번의 이혼에도 불구 자신을 위한 사랑이 어딘가 있을 거라 믿었던 여성 ‘데브라 뉴얼’(코니 브리튼) 앞에 매력적이고 지적인 남성 ‘존 미핸’(에릭 바나)이 나타나 두 사람이 마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존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했던 딸 ‘베로니카’에 의해 존의 실체가 드러나자 데브라는 존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그의 곁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모순적인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 <더티 존>은 잘못된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성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그로부터 벗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더티존> 예고편

작품 속 가족을 매개로 한 장치들은, 그것이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경각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꽤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는 데브라 뉴얼이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 지 알면서도 기자인 ‘크리스토퍼 고파드’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털어놓은 이유와 상통한다. 바로 자신처럼 무방비하게 위험에 노출된 여성들을 돕고자 함이었다.

<더티 존> 비하인드 스토리 (출처 : ABC News)

그저 사랑받고 싶었던 여성은 사랑받는 나머지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한 조짐을 알아채지 못한 걸까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한 것일까? 그 답은 다큐멘터리 <더티 존: 달콤한 악마 (Dirty John : The Dirty Truth)>에서 찾을 수 있다. 크리스토퍼 고파드와 데브라 뉴얼, 그녀의 딸 테라 뉴얼이 직접 자기 목소리로 그 당시 있었던 일을 털어놓은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비교하면, 작품이 비교적 사실과 가깝게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극 중 데브라 뉴얼로 출연한 코니 브리튼은 진짜 이 이야기의 당사자인 것 같은 섬세한 연기를 소화해 극찬을 받았으며 여기 에릭 바나, 줄리아 가너, 주노 템플 같은 노련한 배우들의 활약 역시 극의 몰입도를 높여 호평을 받았다.

* 드라마 <더티 존> 1시즌과 다큐멘터리 <더티 존: 달콤한 악마>는 넷플릭스에서 감상 가능

 

<홈커밍>

마찬가지로 2018년 팟캐스트를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들 가운데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신작 드라마는, 단연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홈커밍>이었다. 2018년 11월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공개된 <홈커밍>은 사전에 시즌2를 확정했으며, 줄리아 로버츠의 첫 TV 시리즈 주연작이라는 사실과 <미스터 로봇>의 샘 에스마일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화제를 모았다. <홈커밍>은 Satellite Awards에서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받고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등 유수의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의 극찬과 호평을 두루 이끌어낸 바 있다. 평단은 이 작품의 주연이 왜 줄리아 로버츠여야 하는지 보여준 2018년 최고의 신작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홈커밍> 예고편

일라이 호로위츠와 미카 블룸버그의 동명 팟캐스트가 원작이며 내용은 명백하게 허구다. 이야기는 군 복무를 마친 군인들의 민간 생활 적응을 돕는 홈커밍 적응 지원센터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상담사 ‘하이디’(줄리아 로버츠)와 홈커밍 프로그램에 참여한 군인들에게 있었던 일을 조명하고 있다. 이야기는 홈커밍 적응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2018년의 하이디와 그로부터 몇 년 후 아픈 노모를 돌보며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는 하이디, 즉 주인공이 살아가는 두 개의 시간대를 번갈아 보여준다.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는 하이디에게 국방부 직원 토머스가 찾아와 왜 홈커밍 적응 지원센터를 그만뒀는지 등에 대해 질문하고 하이디는 모르쇠로 일관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히치콕 풍의 심리 스릴러 <홈커밍>은 홈커밍 지원센터의 숨은 목적과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에 대한 전말을 10부작에 걸쳐 서서히 밝히고 있다. 평단은 극중 인물들의 편집증, 스트레스, 혼란의 감정 등을 표현하는 샘 에스마일 특유의 장치들을 높게 평가하며 그의 능수능란한 촬영 및 편집 기법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홈커밍> 중 원샷 시퀀스 (출처:IGN)
* <홈커밍> 1시즌은 아마존 프라임에서 감상 가능

 

이외에도 인기 팟캐스트를 TV 드라마화한 사례를 찾는 것이 더는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팟캐스트는 어째서 TV 제작자들로 하여금 환영받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오늘날의 팟캐스트가 TV나 라디오보다 형식이 자유롭고 현대인의 생활방식과 더욱더 밀접한 소재들을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신선하면서도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법한 생생한 이야깃거리들을 원하는 TV제작자들에게 팟캐스트는 무궁무진한 소재를 제공한다. <더티존>과 <홈커밍>의 성공으로 2019년 더 많은 팟캐스트 원작 TV 드라마들이 대기 중인 건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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