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프로듀서들은 많은 음반을 판매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음반을 기획한다.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기획으로는 최고 스타를 한데 모은 컬래버레이션 음반이 있다. 당대 최고 인기 스타 두 사람을 스튜디오에 모아 놓으면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화제가 될 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면에서도 두 사람의 깊은 관계나 때로는 라이벌 의식에 의해 예상을 뛰어넘는 명반이 나올 수 있다.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은 화제를 남긴 컬래버레이션 다섯을 뽑아보았다.

 

찰리 파커X디지 길레스피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1949, 뉴욕)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 간의 우정은 비밥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1940년 여름 캔자스시티에서 친구 소개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년 후 얼 하인즈의 밴드에서 일하며 절친이 되었고, 뉴욕에서 함께 어울리며 비밥 탄생의 주역이 되었다. 두 사람이 함께 녹음한 음반은 여럿 있지만, 노먼 그랜츠가 프로듀싱한 <Bird and Diz>(1950)가 가장 유명하다. 뉴욕의 어느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는지는 미상이지만, 대부분 레퍼토리는 찰리 파커가 작곡한 인기 비밥 스탠더드로 델로니어스 몽크, 맥스 로치 등 비밥의 주역들이 함께했다.

1951년 TV에 함께 출연한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

 

루이 암스트롱X듀크 엘링턴

두 사람은 비슷한 연배지만 루이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듀크는 밴드 리더와 작곡가로 영역이 달라 함께 일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저명한 재즈 프로듀서 밥 티엘(Bob Thiele)의 주선으로 두 사람은 처음으로 1961년 이틀 동안 뉴욕의 RCA 스튜디오에 모였다. 루이 암스트롱의 올스타 밴드와 듀크 엘링턴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엘링턴의 재즈 스탠다드 17곡을 녹음했다. 이를 1961년에 룰렛 레코드가 <Together for the First Time>, <The Great Reunion> 두 장으로 출반했고, 2001년에 블루노트가 판권을 모두 사들여 <The Great Summit: The Master Takes>란 제목의 CD 음반을 출시했다. 이 음반은 두 사람이 유일하게 함께 녹음한 결과로 재즈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The Great Summit>에 수록한 ‘Don’t Get Around Much Anymore’

 

마일스 데이비스X존 콜트레인

한 무대에 선 데이비스와 콜트레인(1960, 시카고)

두 사람의 거장은 각각 불과 얼음으로 지칭될 정도로 성격과 음악적인 스타일 모두 정반대였다. 두 사람은 같은 나이지만 먼저 스타로 발돋움한 마일스 데이비스가 콜트레인을 고용하는 입장에 섰다. 명반 <Kind of Blue>(1959)과 1960년 JATP 유럽 공연을 마지막으로 각자의 길을 가면서 이질적인 두 사람이 함께 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콜트레인 사망 후 1988년이 되서야 콜럼비아 레코드가 <Miles & Coltrane>이란 제목으로 컴필레이션 음반을 냈다. 여기에는 1958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한 실황 5곡과 1955년에 뉴욕에서 녹음된 2곡을 한데 모았다.

<Miles & Coltrane> 전곡 듣기

 

쳇 베이커X빌 에반스

두 사람은 내성적인 성격과 서정적인 스타일, 그리고 평생 마약 중독으로 고생하였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쳇 베이커는 일찍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이내 쇠락의 길을 걸었고, 반면에 빌 에반스는 마약이 음악적인 면에 깊은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서서히 주목받던 에반스는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스타였던 베이커와 1959년 단 한 차례 함께 녹음했다. 웨스트 코스트의 재즈 명문 리버사이드 레코드가 이를 쳇 베이커의 이름으로 <Chet>과 <Chet Baker Plays the Best of Lemer and Loewe> 두 장의 음반으로 출반했고, 그 후 <The Complete Legendary Sessions>(2010)의 이름으로 15곡의 편집 앨범이 출반되었다.

<Chet>에 수록한 ‘Alone Together’

 

스탄 게츠X오스카 피터슨

명 프로듀서이자 재즈 레이블 버브(Verve)의 대표 노먼 그랜츠는 당시 색소폰과 피아노에서 최고의 명 연주자로 인정받던 두 사람을 할리우드의 캐피탈 스튜디오에 불렀다. 속주면 속주, 발라드면 발라드.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기술적인 면에서 최고 경지에 오른 두 사람은 다양한 템포와 스타일로 구성된 레퍼토리로 명반 <Stan Getz and the Oscar Peterson Trio>(1957)을 내놓았다. 당시 드럼 없이 기타리스트 허브 엘리스(Herb Ellis)가 리듬 섹션을 맡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는, 스탄 게츠의 부드러운 테너 색소폰 소리와 (밴드 사운드가 무척) 조화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Stan Getz and the Oscar Peterson Trio>에 수록한 ‘I Want to Be Hap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