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기지개를 켜보자. 밤보다 낮이 길어지는 춘분도 훌쩍 지났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생기를 찾기 시작했으니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일상에도 활기를 넣어주어야 할 때. 여기에 도움을 줄 유튜브 채널 3개를 모아봤다. 여유가 사치의 영역이 되어버린 조금은 삭막한 세상에서 대단히 멋지게 삶을 일구고 있는 유튜버들이다.

 

1. 중국판 리틀 포레스트 ‘리즈치 (Li Ziqi)’

중국 새해 맞이 전통 간식 만들기

홍수처럼 쏟아지는 브이로그 채널들 속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유튜버 리즈치. 현재 32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사천 산골 마을의 일상을 업로드하고 있는데, 최근 1~2년 사이 ‘중국판 리틀 포레스트’라는 별명과 함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리즈치가 이러한 채널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그가 자주 사용하는 주방용 칼의 브랜드 사이트 raknife에서 그의 측근이 자세한 소개를 올리며 시작됐다.

어릴 적 조부모님의 손에서 자랐던 리즈치는 여느 젊은이들처럼 고향을 떠나 도시 생활을 시작했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다시 사천으로 돌아왔다. 손재주가 좋았던 리즈치는 직접 만든 물건을 팔기 위해 중국의 영상 플랫폼 메이파이에 짧은 홍보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 무엇일지를 고민하다가, 고향에서 매일 마주하는 아름다움들이 하나의 콘텐츠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주변에 널려 있는 신선한 식재료와 물건들,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풍경 등.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 특별할 것 없었지만 누군가에겐 신선함과 향수를 일으킬 만한 소재였다.

포도껍질로 염색한 옷 만들기

도시보다 느리고 한적한 산골이라지만 사실 농촌의 생활만큼 부지런함을 요하는 일도 없다. 그래서 리즈치의 영상에서는 일주일이 훌쩍 지나기도 하고, 계절이 바뀌기도 한다. 씨앗을 뿌려 재료를 거두고, 필요한 경우 기꺼이 숙성을 하며, 가구를 만들 때는 손수 나무를 베고, 옷과 침구를 만들기 위해 누에부터 키운다. 뿐만 아니라 술, 주방기구, 화장품까지 자연에서 얻는 것으로 그가 만들지 못하는 것은 없어 보인다. 때문에 자극적이고 일회성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는 콘텐츠들 사이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다.

2016년 4월, 그는 본격적으로 웨이보 계정에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상의 퀄리티가 너무 좋은 나머지 촬영과 편집을 대행해서 제작했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기도 했다. 요리사였던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요리 솜씨와 손재주로 뚝딱 만들어내어 보기 좋게 편집까지 한 영상들은 혼자 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고, 건강하고, 정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즈치는 웨이보를 통해 손수 촬영하는 사진과 전문기기를 구매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올리며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상표를 등록하고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개설하여 현재까지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 중이다. 2017년 5월 이후로는 촬영을 돕는 스태프 3명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 혼자서 영상을 제작할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어디까지나 아름다운 산속에서의 일상을 더욱 자세하고 안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순일 뿐이라는 걸 그의 생활을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처음으로 올렸던 영상과 가장 최근의 영상만 비교해 보아도 리즈치만의 정서가 변함없이 담겨있다. 하루하루를 부지런히 보내는 그를 보고 있으면, 여유롭지만 활력이 넘치는 삶이 무엇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리즈치 유튜브 채널

 

 

2. 마을의 따스한 정취가 넘치는 곳, 운남의 ‘전서소가(滇西小哥)’

봄의 게꽃과 게꽃의 새순을 이용한 요리

앞에 운남성을 뜻하는 별칭 ‘전(滇)’을 붙인 유튜버 전서소가가 운영하는 채널. 그는 리즈치처럼 도시인 충칭에서 일을 하다가 개인적인 이유로 고향에 다시 돌아오면서 계정을 운영하게 되었다. 유튜브 인터뷰 영상으로 그가 직접 밝힌 채널 운영 계기는 운남의 요리와 재료가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고 느꼈고, 이것이 알려지면 특산품을 판매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운남은 실제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곳으로 50여개의 소수민족이 모여 있어 문화적 특색이 뚜렷한 지역이다. 때문에 전서소가의 영상에는 가족 이외에도 마을 사람들이 자주 나온다. 동짓날 운남에서는 함께 모여서 무엇을 먹는지, 운남의 간식은 무엇인지, 중추절은 어떻게 보내는지 등. 봄의 도시로 불리울 만큼 따듯한 운남의 햇살처럼 정겹게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절로 웃음짓게 만든다. 그의 채널에는 이렇게 따스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흡사 중국판 <전원일기> 같은 분위기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의 마음마저 가늠하게 만든다.

운남의 문화를 알리려는 그의 노력은 끝이 없다. 영상마다 사용한 재료의 특성이나 특정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계기, 요리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야 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설명해 놓는 것은 물론, 종종 내레이션으로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봄의 정취를 흠뻑 느끼고 싶다면, 그의 영상에서 미리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전서소가 유튜브 채널

 

 

3. 입맛을 돋우는 화창한 여름의 주방 ‘Summer kitchen’

직접 수확한 딸기로 딸기치즈 케이크 만들기

끼니는 단순히 먹는 행위가 아니다.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고 재료를 얻으려면 재료가 있는 곳에 가야 한다. 재료가 있는 곳에 가려면 채비를 해야 하고…. 한 끼를 먹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과연 우리는 끼니를 위해 하루에 얼만큼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까?

샤츄(Xia Chu)는 매 순간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삶에 요리와 음식이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부엌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촬영을 시작했다. 실제로 그의 요리 영상을 보고 있으면 좋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름처럼 청량한 여름날 같은 영상미는 이 채널의 큰 매력이다. 나무로 제작된 조리기구들을 사용하고 음식만큼이나 알록달록한 색의 주방용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샤츄는 정성이 담긴 음식이 만들어지는 공간은 이렇게 따듯하고 안락한 곳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멀리 가지 않아도, 특별히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행복. 현대인에게는 이런 종류의 행복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막이 없어도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는 그의 영상은 친절하고 또 여유롭다. 220여개나 되는 레시피는 넋을 놓고 보다 보면 금세 다 보게 된다. 여름의 주방에서 맛깔스럽게 탄생하는 음식들을 보면서 나만의 여름 주방을 만드는 데 동참해보자. 아래는 딸기 농장에서 직접 먹음직스러운 것만 골라와 딸기치즈케이크를 만들어 먹는 영상이다. 상큼함과 함께 성큼 다가온 봄을 맞이하기에 제격이니 함께 즐겨보면 좋겠다.


Summer kitchen 유튜브 채널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