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 부문에서 금곰상을 거머쥔 작품이 있다. 바로 나영길 감독의 <호산나>. 우리나라 작품의 베를린 단편 금곰상 수상은 2011년 박찬욱, 박찬경 형제의 <파란만장>에 이어 두 번째였다. 당시 32살 신예 감독이었던 나영길은, 이 작품으로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뒤 곧장 해외 영화제로 진출해 쾌거를 이뤘다.

‘호산나’는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뜻을 지닌 히브리어로 유대교와 기독교의 용어다. 그리고 작품은, 제목의 의미와 연결해 마치 신의 대리자를 상징하는 듯한 캐릭터로 주인공 소년 ‘섭’(지혜찬)을 내세운다. 그는 작은 마을에서, 손을 대는 것만으로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죽은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행하고 다닌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살아난 마을 사람들은 악행과 비참한 삶을 반복하고, 심지어 섭을 학대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호산나>는 종교적인 소재와 상징을 비참한 현실 속에 녹여내 인간의 본질과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25분짜리 단편 <호산나>는 나영길 감독의 한국예술종학학교 영상원 졸업작품이다. 신학대학을 중퇴한 그는, 기독교의 전통적인 예수 신화를 남성적 폭력과 비도덕이 도사리는 현대 대한민국의 음침한 시골 동네로 불러와, 진중하면서도 독특한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범죄도시>(2017) ‘장이수’ 역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박지환이 이 작품에서도 인상적인 조연 연기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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