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논쟁의 대상이다. 인권과 계몽이란 개념이 싹트기 시작한 근대부터 사형제도의 존치론과 폐지론 간 논쟁이 계속되었고,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국가는 점점 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법적으로 사형제도가 존속되어 있으나 1997년 DJ정부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2019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Clemency>는 사형수 감옥을 관리하는 간수장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로, 사형제도에 관한 논쟁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영화 <Clemency> 예고편

사형제도를 정조준한 영화는 이전에도 꾸준히 제작되어왔다. 대부분 사형수의 인간적인 면과 사법제도의 허구성을 조명하면서 국가가 한 개인의 생명을 앗을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아래 사형제도를 다룬 영화 네 편을 골랐다.

 

<데드 맨 워킹>(1995)

‘Dead Man Walking’이란 사형수가 감방에서 형장으로 걸어갈 때 간수들이 옆에서 외치는 구호다. 수녀 헬렌 프레진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로 제작하였고, 실제 루이지애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Elmor Patrick Sonnier)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사형집행 장면을 자세히 묘사하여,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영화는 로튼토마토 95%의 극찬을 받으며 수녀 역의 수잔 서랜든(Susan Sarandon)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사형수 역의 션 펜(Sean Penn)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배우 출신인 팀 로빈스 감독의 두번째 작품으로, 그는 수잔 서랜든의 남편이다.

<데드 맨 워킹> 예고편

 

<그린 마일>(1999)

프랭크 다라본트(Frank Darabont) 감독은 스티븐 킹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유명한데, <쇼생크 탈출>(1994)에 이어 5년 만에 그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것이다. 1930년대의 루이지애나 감옥이 영화의 배경인데, 그린 마일은 사형수가 감옥에서 형장으로 걸어가는 푸른 복도를 의미한다. 사형수 관리와 집행을 맡는 간수장(톰 행크스)과, 거구와 살벌한 외모를 지녔지만 천진난만하고 불가사의한 치유 능력을 가진 사형수 ‘존 커피’(마이클 클락 던컨)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2000년 아카데미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영화 <그린 마일> 예고편

 

<몬스터 볼>(2001)

이 영화에서 몬스터 볼(Monster’s Ball)은 포켓몬에 나오는 게임 아이템이 아니라, 영국에서 사형 전날 사형수에게 푸짐하게 대접하는 저녁 만찬을 의미한다. 11년간 사형수 남편을 옥바라지하며 극한에 몰린 여자와 그 남편의 사형을 집행했던 간수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여자는 흑인이고, 남자는 차별적 시각을 가지고 있던 백인으로 인종 문제를 다룬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로 할리 베리(Halle Berry)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탔으며, 지금까지 이 상을 받은 유일한 흑인 배우로 남았다. 간수의 아들로 나온 히스 레저가 단역으로 등장하는 것도 감상 포인트.

영화 <몬스터 볼> 예고편

 

<데이비드 게일>(2003)

영국 아카데미상을 19회, 오스카를 6회 수상한 명감독 알란 파커가 마지막으로 감독한 작품이다. <아메리칸 뷰티>(2000)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으로 나왔으나, 개봉 당시 로튼토마토 19%의 혹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대학교수이자 사형 반대단체인 ‘데스워치’의 극성 활동가인 데이비드 게일이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선고를 받지만, 마지막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강요하기 위해 이야기를 너무 꼬았던 ‘어리석은’ 작품이라는 혹평을 피해가지 못했다.

영화 <데이비드 게일> 요약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