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고 시크한 음악들이 있습니다. 쿨함이란 무엇일까? 시크함이란 무엇일까? 모두 나름의 기준과 요소가 있겠지만, 저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쿨한 척하지 않는 것. 쿨한 척, 시크한 척이야말로 본질과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쿨하고 시크한 매력의 노래들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배어든 쿨함과 시크함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음악을 소개합니다.

 

LP

Via ticketmaster

그의 본명은 Laura Pergolizzi. 줄여서 LP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는 싱어송라이터 겸 작곡가입니다. 1981년 미국 뉴욕 출생인 그는 2001년과 2004년 첫 앨범 <Heart-Shaped Scar>과 두 번째 앨범 <Suburban Sprawl & Alcohol>을 발표했지만,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셰어, 리한나, 백스트리트 보이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여러 메이저 가수의 앨범에 작사와 작곡으로 참여하면서 작곡가로서의 입지를 다집니다. 그렇게 작곡가로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그는 2016년 발표한 4번째 앨범 <LOST ON YOU>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 노래는 특이하게도 그리스에서 빠르게 1위에 오르게 되었고, 이후 유럽 15개국에서 차트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LP 'Lost On You'(Live)

밥 딜런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허스키한 보이스가 매력적인 LP의 라이브를 보고 있으면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쿨함과 시크함이 느껴집니다. 손짓 하나 눈빛 한 번, 휘파람 한번에도 개성이 드러납니다. 제스처 하나하나가 돋보이는데, 정작 제게 돋보이는 게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의 음악이 바로 록과 포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미 메이저 작곡가로서 충분히 팝 적인 능력을 검증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지켜나가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1960~70 년대 록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느낌이 누군가에겐 자칫 올드하게 느껴질 순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건 시대와 상관없이 좋은 법입니다.

LP 'Strange'(A Night at the McKittrick Hotel)

 

JMSN

멀티 악기연주자이면서 레코딩, 믹스, 뮤직비디오 연출까지 직접 해내는 제임슨은 미국 텍사스 달라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본명은 Christian Berisha. JMSN는 제임슨의 약자입니다. 제임슨에겐 여러 가지 이름이 있었습니다. 비교적 이른 나이인 2004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첫 번째 이름은 러브 아케이드(Love Arcade)였습니다. 애틀랜틱 레코드(Atlantic Records)소속으로 러브 아케이드에서 짧게 활동했고, 밴드 해체 이후 크리스천 TV(Christian TV) 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크리스천 TV는 유니버설 모타운 레코드(Universal Motown Records) 소속이었는데 팝 음악을 했습니다. 하지만 두 밴드 모두 메이저 음반사였기에 활동에 유연성이 떨어졌고,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음악적 방황을 끝내고 독립 음악가로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그는 화이트 룸 레코드(White Room Records)라는 자신의 레이블을 만들고, 제임슨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JMSN 'So Badly'

얼터너티브 알앤비, 네오소울, 블루스, 디스코적 요소까지 뒤섞인 그의 음악은 몽환적이고 부유하듯 떠다니는 사운드는 환상적입니다. 높은 굽의 구두와 레드 벨벳 재킷, 반짝거리는 소품 속에서 빛나는 그의 몸짓은 치명적일 만큼 섹시합니다. 정방형의 뮤직비디오는 자비에 돌란의 영화처럼 B급 컬쳐의 다양한 요소들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2012년 발표한 <Priscilla>부터 2013년 <Pllajë>를 거쳐 2017년 자신의 데뷔앨범이라고 밝힌 <Whatever Makes U Happy>, 작년에 나왔던 <Velvet> 앨범까지 제임슨은 불꽃을 태우 듯 매년 앨범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시아 투어, 미국 투어 등 쉬지 않고 공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7일에 서울에서 내한 공연을 했는데, 한국을 자주 찾는 편이니 지난 공연을 놓쳤더라도 그의 다음 내한공연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JMSN 'Talk Is Cheap'

 

Masego

본명은 Micah Davis,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천재 뮤지션 마세고야말로 지금 가장 힙하고 쿨 한 뮤지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1993년생인 마세고는 자메이카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옵니다. 어릴 때부터 드럼과 색소폰 등 못 다루는 악기가 없을 정도로 모든 악기들을 섭렵했고, 심지어 모든 걸 독학으로 배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세고란 이름 역시 축복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또 다른 천재뮤지션 FKJ 와 함께 작업한 ‘Tadow’가 유튜브에서 1억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그를 라이징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그는 항상 색포폰을 메고 있는데요. 공연 때 색소포니스트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엄청난 연주를 들려줍니다. Goldlink, SiR, StarRO 등 뮤지션들과의 콜라보, 평단의 극찬을 받은 데뷔앨범 <Lady Laby> 발매, 월드 투어를 통해 입지를 다지며 DJ, 코메디언 등 만능엔터테이너로서의 모습까지 선보이고 있는 그는 새로운 흐름을 창시하고,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FKJ & Masego 'Tadow'

그의 음악과 공연에는 힙합과 재즈, 알앤비, 심지어 하우스적인 요소까지 뒤섞여 있습니다. 부드럽고 관능적이며 자유롭습니다. 운 좋게도 지난 3월 1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원더랜드 페스티벌에서 마세고와 같은 날 같은 무대에서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본 마세고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그는 무대 위에서 래퍼이자 알앤비 싱어, 색소포니스트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와 그의 밴드가 내뿜는 소리는 관객을 기쁘게 만들고 몸을 움직여 춤추게 만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에서 조식을 먹는 그는 개구쟁이 소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엄청난 공연을 매일 하면서도 좀 더 재미있는 걸 하고 싶어 하는 순수함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가장 쿨하고 가장 시크해보였습니다.

Masego 'Favorite Tings'

 

Writer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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