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됐으면 좋겠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을 보면 으레 이런 생각을 한다. 두 사람의 호흡이 몹시 매력적이어서 연인이라는 듣기 좋은 명분을 붙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두 목소리를 함께 들을 때면 더욱더 그렇다. 특히 남과 여라는 전혀 다른 존재가 이루는 화음은 마치 연인에게서만 뿜어져 나오는 사랑스러운 시너지만큼 매혹적이니까. 그러니 자연스레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샘솟는 ‘혼성 듀오의 음악’을 소개한다. 따로 또 같이 노래하는 두 남녀는 분명 같이 있을 때 한 번 더 사랑스럽다.

 

김사월 X 김해원

▲ <허니베이비> 앨범 자켓

싱어송라이터 김사월과 김해원의 만남을 두고 음악계에 있어 몹시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 말해도 좋다. 앞서 김사월과 김해원은 홍대 클럽 등지에서 공연하며 각자 음악 활동을 해왔다. 2013년경 음악작업 교류를 위해 자연스럽게 만난 두 사람은 단발성 프로젝트 형식으로 싱글 곡 ‘비밀’을 만들었고, 2014년 언더그라운드 음반 축제 ‘레코드폐허’에서 100장 한정으로 제작한 엽서 형식의 싱글 앨범을 선보였는데 그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이내 두 사람은 타이틀곡 ‘비밀’을 포함, ‘지옥으로 가버려’, ‘안아줘’ 등의 7곡을 채운 EP 앨범 <비밀>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포크 듀오 ‘김사월X김해원’으로 등장했다. 그렇게 합쳐진 여자와 남자의 목소리, 일렉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 같은 양분된 요소의 장점들은 두 가지 이상의 새로운 매력들을 발산한다. 냉철한 저음으로 노래를 시작하는 김해원과 차분하게 관능적인 목소리를 얹는 김사월의 하모니를 들어보자. 왜 ‘관능’과 ‘섹시’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포크 듀오인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 김사월X김해원 ‘비밀’

두 사람 사이엔 김사월의 솔로 곡 ‘접속’도 빼놓을 수 없다. 김해원이 김사월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하는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사월의 첫 정규앨범 <수잔>은 ‘접속’을 비롯해 김사월이 듀오 결성 전부터 만들고 불러온 곡들을 모은 그의 첫 솔로앨범이자, 프로듀서 김해원과 함께 작업한 두 번째 결과물이다. 그렇게 김사월이 관능적인 속삭임과는 한결 다른 소녀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부르는 사이, 김해원은 ‘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실제 영화연출을 전공한 김해원은 직접 작곡, 편곡, 연주, 녹음하는 DIY방식으로 영화 <셔틀곡>(2013) OST를 완성했고, 독립영화계에 새로운 흥행기록을 세운 <소셜포비아>(2014)에서도 멋진 음악들로 영화의 정서를 대변했다. 그리고 작년 말, 따로 또 같이 음악을 들려주는 김사월X김해원은 ‘허니 베이비’라는 귀엽고, 더욱 농밀한 음악으로 돌아왔다. 겉으로는 장난스러운 노랫말을 던지지만, 두 사람의 음악은 더 깊게 매혹하고, 마땅히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만든다.

▲ 김사월X김해원 ‘허니베이비’ MV

김사월X김해원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사월X김해원 유튜브 [바로가기]  

 

오지은 X 서영호

▲ <작은 마음> 앨범 자켓

싱어송라이터 오지은과 남성 듀오 원펀치의 건반과 보컬을 맡은 서영호. 음악계에서 각자 족히 10년쯤 되는 긴 경험을 쌓아온 두 사람은 2016년 4월 ‘오지은서영호’라는 프로젝트 듀오를 결성해 또 다른 음악을 시작했다. 한 명의 이름인 듯 아닌 듯 일부러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부르게 한 이름인 오지은서영호에서는 얼핏 문학적인 의도가 엿보이기도 하는데, 그것은 오지은이 뮤지션이자 몇 차례 책을 펴낸 작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건 애초에 두 뮤지션이 고루 갖춘 서정성이 합쳐져 더욱 빛을 발한 덕이다. 이러한 오지은서영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되어줄 곡 ‘이것은 아마도 사랑’을 먼저 들어보자. 한 권의 산문집이기도 한 오지은서영호의 앨범 <작은 마음>에 깃든 여유롭고 서정적인 감성을 읽을 수 있다.

▲ 오지은서영호 '이것은 아마도 사랑'

2006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동상 수상을 거쳐 이듬해 정식으로 데뷔한 오지은은 이미 인디 신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그동안 3개의 솔로 정규앨범뿐 아니라 ‘오지은과 늑대들’이라는 밴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뚜렷하게 새겨왔다. 가장 최근의 솔로 앨범이자, 2013년 발표한 정규 3집 <3>의 타이틀곡 ‘고작’에서 오지은만의 애상적인 음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건반을 맡은 서영호와 기타, 보컬을 맡은 박성도로 구성된 듀오 원펀치는 2009년 첫 EP앨범 <해뜨는 오후>부터 2012년 정규앨범 <Punch Drunk Love> 등을 비롯해 작년에는 새로운 싱글 곡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당시 음악계의 주목을 모으며 발표한 정규앨범의 수록곡 ‘대화법’에서는 다른 곡들에 비해 한층 도드라진 서영호의 간결한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부드러운 정서를 공통으로 품은 두 뮤지션의 목소리가 모아진 오지은서영호의 음악은 무엇보다 작은 감정들을 넘치지 않게 담아낸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특히 숨겨진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는 노랫말이 돋보이는 ‘자고가요’를 들어보자. 오지은이 스윗소로우의 멤버 성진환과 부부 사이라는 점은 일단 차치하고, 잘 어울리는 두 목소리는 어쩔 수 없이 어떤 연인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고 만다.

▲ 오지은서영호 '자고가요’

오지은서영호 페이스북 [바로가기]

 

휴키이스 X 박소유

▲ <밀크티 (Milk Tea)> 앨범 자켓

이번엔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청춘 남녀의 만남을 살펴보자. 실력파 신예로 떠오른 싱어송라이터 박소유와 ‘영국산 인디’라 불리며 주목받은 휴키이스는 2015년 ‘휴키이스X박소유’로 첫 호흡을 맞췄다. 그리하여 두 사람이 선보인 첫 싱글 곡 ‘밀크티’는 홍차와 우유가 섞여 새로운 맛을 내는 밀크티처럼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두 뮤지션의 조화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 휴키이스X박소유 ‘밀크티’ MV

2012년 영국의 인디 탑밴드를 선발하는 에머젠자 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결승까지 진출해 2등을 차지한 휴키이스(HUGH KEICE)는 영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정한 싱어송라이터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그루비한 리듬이 돋보이는 곡 ‘Drink In The Desert‘을 비롯해 영국 인디 팝 색깔을 입힌 여러 앨범들을 한국에서 들려주고 있다. 한편, 박소유는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 및 ‘CJ아지트 튠업’ 뮤지션 출신으로 국내에서 먼저 주목한 신예다. 작곡, 작사, 편곡, 프로그래밍을 고루 소화하는 박소유는 2012년 데뷔 앨범에서 넬의 보컬 김종완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 ‘널 불러보는 말’을 선공개하며 신인답지 않은 음악성을 증명한 바 있다. 이렇듯 탄탄한 실력을 키워온 두 사람은 작년 발매한 두 번째 듀엣 곡 ‘자스민 호텔’에서 더욱 짜임새 좋은 멜로디를 들려준다. 휴키이스의 기타 사운드와 박소유의 신시사이저가 자연스럽게 뒤섞여 만들어진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녀의 목소리는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처럼 달콤하다.

▲ 휴키이스X박소유 ‘자스민 호텔’ MV

휴키이스(Hugh Keice) 홈페이지 [바로가기]

박소유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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