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듣기 좋은 계절로 가을을 많이 언급하지만, 계절의 여왕인 봄 역시 경쾌한 스윙과 감미로운 선율이 어우러지는 재즈가 제격이다. 추위가 한풀 꺾인 요즘, 텁텁한 미세먼지를 귓전에서만큼은 말끔히 걷어줄 봄맞이용 재즈 스탠더드 6곡을 골랐다.

 

‘It might as well be spring’(1945)

영화 <어느 박람회장에서 생긴 일(State Fair)>(1945)는 컬러영화 시대가 도래하고, 뮤지컬 영화가 제2의 중흥기를 맞이했던, 1940년대 로맨스 영화다. 당시 뮤지컬 <오클라호마!>(1949), <사운드 오브 뮤직>(1959) 등을 맡고 토니 상 34개, 아카데미 상 15개를 받으며 시대를 주름잡았던 2인조 작사, 작곡 팀 로저스 앤 해머스타인(Rodgers & Hammerstein)이 영화 음악을 담당했다. 그중 이 노래는, 불만족스러운 일상 중에 뜻밖의 사건이 펼쳐지고 이를 조금은 불안하고 의심스럽게 대하는 영화 주인공 ‘마기’의 마음을 대변한다. “봄일 수도 있다(It might as well be spring)”고.

니나 시몬 <The Amazing Nina Simone>(1959) 수록

 

‘Waters of March’(1972)

엘리스 헤지나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 <엘리스>(2016)

김현철이 자신의 8집에서 롤러코스터 조원선과 함께 부른 ‘봄이 와’(2002)는 한동안 봄을 대표하는 가요로, 오늘날까지 매해 봄을 장식하는 가장 달콤한 듀엣곡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재즈로 눈을 돌리면, 보사노바의 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톰 조빔)과 브라질 국민 가수 엘리스 헤지나가 함께 부른 ‘Waters of March’가 떠오른다. 가볍고 나른하게 밀고 당기는 보사노바의 리듬과 두 사람의 싱그러운 보컬, 간지러운 휘파람 소리 등이, 봄과 무척 잘 어울리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듀엣곡으로 완성됐다. 이후 수없이 많은 가수에 의해 리바이벌되었지만, 여전히 원곡이 가장 사랑받는 레퍼토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Ballerina’(1947)

냇 킹 콜 커버가 수록된 <The Nat King Cole Story>(1961)

봄은 춤을 부른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동식물과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들. 이처럼 약동하는 봄의 생명력을 표현하기에는 춤 만한 것이 없다. ‘Ballerina’는 발레리나와 그의 춤을 응원하고 지켜보는 노래다. 1947년 칼 시그먼이 작사, 밥 러셀이 작곡하고 본 먼로가 부른 버전이 최초이며, 1957년 냇 킹 콜이 부른 버전이 큰 인기를 끌었다. “dance, ballerina, dance”라는 유명한 가사와 흥겨운 브라스 선율에 맞춰, 경쾌하게 춤추는 발레리나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Blue Skies’(1926)

‘Blue Skies’ 당시 악보 아트 커버 Via ‘YorkSpace

로저스 앤 해머스타인에서 작곡을 맡은 리차드 로저스는,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와 팀을 이루기 전, 1920년대 로렌즈 하트와 로저스 앤 하트(Rodgers & Hart)로 먼저 활동했던 바 있다. ‘Blue Skies’는 로저스 앤 하트가 뮤지컬 <베시(Betsy)>(1926)에 마지막으로 추가 삽입했던 곡이었지만, 큰 인기를 끌어 당시 39회 공연 중 24차례나 앙코르를 요청받았다고 한다. 이후 인류 최초로 배우 대사와 사운드트랙이 삽입된 발성 영화 <재즈 싱어>(1927)에 실리면서, ‘Blue Skies’는 진정한 의미의 역사적인 곡이 되었다. 가사는 생략됐지만 가벼운 건반 터치와 예측불허의 변주가 봄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아트 테이텀의 연주 버전(1953)을 소개한다.

 

‘Spring can really hang you up the most’(1955)

토미 울프(왼쪽)와 프랜 랜즈먼(오른쪽) Via ‘Jazzofilio

작곡가 토미 울프와 작사가 프랜 랜즈먼 두 사람은, 세인트루이스의 한 라이브 클럽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랜즈먼은 가사를, 이후에 울프는 곡을 써서 노래를 완성했다. 노래 제목 ‘Spring can really hang you up the most’은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첫 구절인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est month)”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베티 카터, 엘라 피츠제럴드, 스탄 게츠, 램지 루이스 등 역시 무척 많은 뮤지션들이 다시 부르거나 연주했다.

<Poetry>(1984) 수록, 스탄 게츠(테너 색소폰), 알버트 데일리(피아노)

 

‘Joy Spring’(1954)

원곡이 수록된 앨범 <Daahound>(1954)

곡의 제목은 ‘기쁨의 샘’이라는 뜻이다. 25세라는 너무나 이른 나이에 요절한 트럼페터 클리포드 브라운의 대표곡으로, 그가 아내 로라 앤더슨을 부르던 애칭을 고스란히 곡에 담았다. 원래 클래식을 전공했던 로라 앤더슨은, 재즈보다 클래식이 더 우수함을 증명하고자 논문 ‘Classic versus Jazz’를 쓸 정도로 클래식 신봉자였다. 하지만 친구 맥스 로치로부터 클리포드 브라운을 소개받은 이후, 그는 재즈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원곡의 트럼펫 버전 대신 조 패스의 기타 커버를 소개한다.

조 패스 <Joy Spring>(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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