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넷플릭스 공개 이후 약 한 달간 4000만 명 이상이 시청한 청소년 관람 불가 하이틴 드라마가 있다. 원제는 <Sex Education>, 한국 제목으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소심한 열여섯 소년 오티스가 섹스 테라피스트인 엄마에게 건너 들은 성 지식을 학교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친구들의 성 고민을 상담해 주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린다.

오티스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은 저마다 인간관계 때문에 애를 먹거나 누구에게도 쉽게 밝히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오티스는 상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지만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 그리고 스스로도 성장한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성(sex)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겪는 사랑, 우정, 가족 문제를 사랑스럽게 풀어나간다. 최근 시즌2 제작이 진행 중이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예고편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사랑

오티스&메이브

‘오티스’(에이사 버터필드)와 함께 비밀 상담소를 운영하는 동급생 ‘메이브’(엠마 맥키)는 신비한 매력을 가진 아웃사이더다. 오티스와 메이브는 순전히 사업 파트너 관계다. 똑똑하고 수완이 좋은 메이브가 고민 있는 아이들을 물색해 상담 스케줄을 잡으면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오티스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상담을 진행한다. 그러던 어느 날 메이브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홀로 낙태 수술을 받게 된다. 보호자가 없는 메이브는 어쩔 수 없이 오티스를 병원으로 부른다. 오티스는 수술을 마친 메이브의 속마음을 들어주며 담담히 그를 집에 데려다 준다. 메이브는 다른 이성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티스의 배려심과 이해심에, 오티스는 메이브의 주체성과 명석함에 호감을 느낀다.

 

메이브&잭슨

메이브와 학교의 인기남이자 학생회장 ‘잭슨’(케다르 윌리엄스)은 서로의 성적 쾌락을 위해 맺어진 관계다. 그러다 잭슨은 메이브의 매력에 이끌려 학교에서 공개적으로 메이브에게 고백한다. 메이브는 잭슨의 고백을 받아들이지만 자신과 달리 부모님과 학교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잭슨을 부담스러워한다. 서로 마음의 벽이 있었던 메이브와 잭슨은 각자가 지닌 나약한 부분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메이브는 어머니가 마약 중독자였으며 아빠는 기억에도 없다는 사실을, 잭슨은 주변의 높은 기대 때문에 항불안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숨김없이 말한다. 이 순간을 계기로 둘 사이에 있던 심리적인 벽은 조금씩 허물어진다.

 

2. 우정

오티스&에릭

‘에릭’(은쿠티 가트)은 오티스의 절친이자 학교에서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다. 오티스는 매년 에릭의 생일 때마다 생일 선물로 에릭이 좋아하는 헤드윅 코스튬 분장을 하고 그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 올해도 어김없이 오티스는 에릭과 코스튬 분장을 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오티스는 메이브와의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저버리게 된다. 에릭은 메이브와 점점 가까워지는 오티스를 보며 서운함을 느낀다. 오티스 역시 자신의 부재로 위험에 노출된 에릭을 보며 자책한다. 에릭과 오티스 사이의 갈등을 보면 학창 시절, 단짝 친구의 친구 때문에 질투를 느끼거나 속앓이 했던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루비&올리비아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루비’(미미 킨)는 하루아침 소셜미디어에 퍼진 자신의 버자이너 사진과 언어적 성희롱 때문에 충격받는다. 사진을 누가 불법 유포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루비는 비밀 상담소에 범인 찾기를 의뢰한다. 메이브도 비슷한 일을 당한 경험이 있어 루비의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고자 하고 결국 오피스와의 협력으로 ‘올리비아’(시몬 에슐리)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올리비아는 루비의 괴롭힘 때문에 홧김에 버자이너 사진을 유포했다고 고백한다. 학교가 시끄러워지자 교장은 연설 때 학생들을 다그치고 학생들은 루비를 조롱한다. 그러자 올리비아는 루비를 보호하기 위해 사진 속 버자이너가 자신의 것이라고 소리친다. 메이브와 ‘에이미’(에이미 루 우드)도 자신의 버자이너라고 외치고, 연이어 여러 학생들이 “자신에게도 버자이너가 있다”고 선언한다.

 

3. 가족

오티스&진

남편의 외도로 이혼 후 오티스를 혼자 키운 ‘진’(질리언 앤더슨). 섹스 테라피스트인 진은 개방적인 성적 가치관을 가졌다. 그리고 진은 그 누구와도 거리낌없이 성 관련 얘기를 공유한다. 아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편 오티스는 클라이언트 대하듯이 자신의 성적 생활에 관여하는 진이 못마땅하다. 진의 상담 같은 잔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오티스는 자기가 맞닥뜨린 성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이에 질세라 진은 아들의 성적 고민을 연구 주제로 한 책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여느 엄마와 아들처럼 진과 오티스 역시 티격태격하지만 말다툼의 주제가 서로의 성생활까지 포괄하는 것을 보면 이 모자 관계, 평범하지 않다.

 

에릭&에릭의 아버지

성 지향성 때문에 이유 없는 폭력을 당하고 학교까지 정학 당한 에릭을 보면서 그의 아버지는 남들과 다른 에릭을 걱정한다. 방황을 끝낸 에릭이 화려한 분장을 하고 학교 무도회로 가려고 하자 아버지는 조용히 그를 학교까지 데려다준다. 차에서 내려 당당하게 걷는 에릭을 향해 아버지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묻는다. 그러자 에릭은 이게 바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라고 말한다. “상처받는 건 똑같아요. 그럴 거면 저 자신인 게 낫죠.” 에릭의 아버지는 결심이 담긴 에릭의 말에 그를 안아주며 이렇게 답한다. “어쩌면 용감한 아들에게 나도 배워가나 보다.” 에릭의 아버지도 에릭처럼 한층 성장한다.

 

 

Writer

망원동에서 사온 김치만두, 아래서 올려다본 나무, 깔깔대는 웃음, 속으로 삼키는 울음, 야한 농담, 신기방기 일화, 사람 냄새 나는 영화, 땀내 나는 연극, 종이 아깝지 않은 책,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