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애환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프랑스 영화의 특징은 TV 시리즈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그중에서도 자조적이면서도 익살스러운 유머가 잘 살아있는 프랑스 특유의 코미디 장르물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중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유쾌한 프랑스 코미디 세 작품을 아래 소개합니다.

 

<프랑스에서 첩보원 되기>

2018년 시즌2 공개, 현재 시즌3 미정

<프랑스에서 첩보원 되기(Au Service de la France)>(2015)>는 냉전으로 인한 갈등이 고조되고, 서구 열강에 의해 아프리카 대륙 다수의 국가가 식민지화 되었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프랑스 정보기관에 수습직원으로 입사하게 된 '앙드레'의 활약상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시즌1에서는 알제리의 독립운동,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역사를 잘 드러내며 재미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 또한 충족시켜 2016년 넷플릭스에 공개되기 이전부터 국내에서도 익히 알려진 숨은 코미디 명작으로 두루 꼽힌 바 있습니다. 이 밖에도 페미니즘과 뉴웨이브 시네마의 대두 등 프랑스 정치, 문화 전반의 이슈 등을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그리며 적지 않은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직장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 작품이지만, <오피스>의 유머 감각과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2011)의 시대적 배경을 아우르는 동시에, <매드맨>의 우아함까지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이 같은 코미디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꽤 절망적이라고 말할 만큼, 오늘날 프랑스 코미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영미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극 중 “다호메는 프랑스령인데 왜 프랑스식 이름을 짓지 않냐” 등의 프랑스 정보기관 직원의 대사와 독립을 요구하는 아프리카 식민지의 관료들에게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고수하는 장면 등을 통해 과거 프랑스의 오만함과 위선을 조롱하는 자조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첩보원이 주인공이고 비밀 정보기관이 배경이라면 으레 예상할 수 있는 정교한 스릴러와는 거리가 다소 멀지만 한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을 가진 작품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사랑을>

2018년 시즌1 공개, 현재 시즌2 미정

<파리에서 사랑을(Plan Coeur)>(2018)은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엘자'가 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2년째 실연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중 친구 '샤를로트'의 은밀한 꿍꿍이를 알아채지 못한 채 이상형의 남자 '쥘'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작품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엘자를 통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엘자만이 아니라 오빠의 절친과 비밀스러운 관계를 가지고 있는 '샤를로트'와 남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한 채 남몰래 출근 중인 만삭의 임산부 '밀루'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현실성 있는 에피소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통의 로코물이라면 으레 주인공의 로맨스가 중심이 된 나머지 주변 인물들은 부연적으로 그치는 데 반해 <파리에서 사랑을>은 인물 각자의 이야기를 프랑스 특유의 발칙한 시선으로 녹여내 호평을 받았습니다.

<파리에서 사랑을>은 단순히 남녀의 달콤한 로맨스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입체적인 캐릭터, 논리정연한 줄거리의 에피소드들로 공무원과 남자 에스코트의 사랑이라는 판타지에 가까운 내용을 보완해 개연성을 입혔습니다. 넷플릭스 프랑스의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 <마르세유>가 따가운 혹평을 받았던 반면, <파리에서 사랑을>은 비교적 긍정적인 평을 받으며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2018년 시즌1 공개, 시즌4 2020년 공개 예정

‘최고의 프랑스 드라마’라는 말로 찬사를 아끼지 않는, 넷플릭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랑스 TV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Dix pour cent)>(2015)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대형 탤런트 에이전시의 에이전트 4인방의 사생활, 직장 생활 전반을 다루고 있으며, 나아가 위기에 처한 그들의 회사를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프랑스 연예계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는 이 드라마는, 때때로 까다로운 배우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에이전트의 고충, 같은 회사 에이전트들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등을 솔직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한편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매 에피소드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본인 이름 그대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시즌1 1화의 세실 드 프랑스 부터, 프랑수아 파비앙, 줄리 가예트, 이자벨 아자니, 줄리엣 비노쉬, 모니카 벨루치, 이자벨 위페르 등 프랑스의 원로 대배우를 비롯해 프랑스 유명 TV 프로그램 진행자ㄱ 출연해 이색적이면서도 마치 실제 같은 볼거리를 선사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화려한 게스트에게만 의존해 화제성을 높이는 시리즈는 아닙니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이전에도 연예계를 소재로 해 크게 성공한 예로 미드 <앙투라지>나 <30 Rock>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완성도 높은 각본과 배우들의 노련함이 더해져 질 높은 결과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드라마의 줄거리가 작위적인 부분을 찾아볼 수 없는 점입니다. 22년 경력의 베테랑 에이전트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된 이야기로, 극 중 유능한 에이전트 4인방에게 있어 배우들은 찬양의 대상이 아닐뿐더러, 그들을 까다로운 어린아이 다루듯 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통해 영화계 또는 연예계의 일면을 가감 없이 진정성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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