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그래미상을 수상한 세실 맥로린 살반트의 <The Window>

2016년 7월 4일 프랑스 파리의 드골공항에 예사롭지 않은 재즈 음악이 울려 퍼졌다. 이날 공항 대합실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여행객들은 그래미를 두 차례나 수상한 재즈 보컬을 목전에서 들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이 날의 히로인 세실 맥로린 살반트(Cecile McLorin Salvant)는 재즈 피아니스트 아론 딜(Aaron Diehl)과 함께 연주 여행을 다니던 도중에 공항에 누구나 칠 수 있도록 “Play Me” 라고 쓰여진 피아노를 보고 즉석에서 여행객들에게 음악을 선물한 것이다. 세실은 기둥에 주저앉은 불안정한 자세로 결점을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선보여 사람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파리 공항에서 세실 맥로린 살반트와 아론 딜(2016)

세실은 1989년생으로 올해 서른 살이 되면서 자신의 다섯 번째 앨범 <The Window>로 벌써 세 번째 그래미를 안았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와 성악을 배웠고 고향의 마이애미 대학에서 어머니의 모국 프랑스의 엑상 프로방스에 있는 음악학교로 전학해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접하게 된 재즈 클래스에 등록하기 위해 오디션에서 자신의 창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라 본(Sarah Vaughan)의 ‘Misty’를 불러 교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서 즉흥연주를 해보라는 주문을 받았지만, 세실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 정도로 재즈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데뷔 초기 단짝 피아니스트 아론 딜과 함께 무대에 선 세실

프랑스 음악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0년, 미국 재즈 부문의 등용문 역할을 하던 텔로니어스 몽크 국제 재즈 경연 대회에 지원해 237명의 본선 경쟁자 중 1등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곧바로 데뷔 음반 <Cecile>을 냈고, 두번째 <WomanChild>(2013)는 그래미 후보에 올랐다. 두 번째 음반은 다운비트 4관왕을 차지했지만, 그래미 상은 그레고리 포터에게 아쉽게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그다음 차례로 낸 <For One to Love>(2015), <Dreams to Daggers>(2017), <The Window>(2018)가 3년 연속 그래미 재즈부문 보컬앨범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재즈 디바의 탄생을 알렸다.

2019년 그래미 시상식 장면

지난해에는 국제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을 맞아 재즈계를 대표하는 여성 뮤지션 7인조로 구성된 재즈 콤보 <Artemis: Great Women in Jazz>를 구성해 재즈계에 페미니즘의 바람을 일으켰다. 르네 로스네(Renee Rosnes, 피아노), 잉그리드 젠슨(Ingrid Jensen, 트럼펫), 멜리사 알다나(Melissa Aldana, 색소폰), 아낫 코헨(Anat Cohen, 클라리넷), 노리코 우에다(베이스), 앨리슨 밀러(Allison Miller, 드럼)에 세실이 보컬리스트로 참가하여 슈퍼 그룹을 형성한 것이다. 일곱 명의 멤버들은 한동안 함께 순회공연을 다니며 남성 중심의 재즈 계에서 여성이 남성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였다.

Artemis: Great Women in Jazz 소개 영상

이제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그래미 보컬 앨범 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그가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를 초빙하여 함께 연주한 적이 있는 윈튼 마살리스는 “그와 같은 가수는 한두 세대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다”라며 그의 음악을 높이 샀다. 우리 나라에는 2017년 서울재즈페스티벌에 방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세실 맥로린 살바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