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담한 남성들을 위한 쇼핑몰들은 깔창과 왁스, 밀리터리룩을 내세웠다. ‘마초’라는 전통적인 남성성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남성의 귀여움과 섬세함 등의 소년미를 적극적으로 살리는 패션이 뜨고 있다. 분홍색은 물론 파스텔 컬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꽃이나 동물 소품을 이용하는 식이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매력을 부각하고 있는, ‘포켓남’ 전문 쇼핑몰을 구경해 보자.

이미지- 푸어시크 쇼핑몰

 

1. 단점 보완 대신 장점 부각하기

이미지- 어바웃엑스스몰 쇼핑몰
이미지- 언더70쇼핑몰
이미지- 센트클로쇼핑몰

‘어바웃엑스스몰(about xs)’. 여성 옷 사이즈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려 남성 쇼핑몰 이름이다. 그동안 아담한 남성 전문 쇼핑몰 이름들이 ‘키작남’, ‘어좁남’이라는 자기비하적인 네이밍 일색이었던 것과 달리 ‘엑스스몰’ 사이즈를 담담히 전면에 부각하는 네이밍인 것이다.

요즘 남성 패션에서 전통적인 남성미인 ‘마초성’을 부각하는 대신, ‘소년미’를 전면에 내세우는 곳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남성과 여성 구별 없는 패션인 ‘젠더리스’, ‘유니섹스’ 패션은 존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패션들이 남성성과 여성성이 딱히 드러나지 않는 중성적인 이미지에 가까웠다면, 요즘은 아예 남성미 중 부드러움, 귀여움, 섬세함 등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분홍색은 물론 파스텔 톤 컬러, 꽃이나 인형과 같은 소품, 피크닉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쇼핑몰이 늘고 있다. 남성 모델들 역시 미간을 찌푸리거나 선글라스를 끼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 대신 무해한 표정이나 팔다리를 늘어뜨리는 포즈, 머뭇거리는 손짓으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전 같았으면 ‘게이 같다’라며 기피했을 이미지다. 하지만 남성 아이돌 ‘BTS’나 ‘NCTU’ 멤버들의 스타일링을 보다시피 여성보다 더 화려한 액세서리와 메이크업이 여성 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을 유념한다면, 오히려 가장 신선한 남성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게이 같다’라는 표현이 차별적이라며 비판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2.”형들 안녕, 뽀얗고 맑은 레몬 컬러 니트를 소개할게”

이미지- 어바웃엑스스몰쇼핑몰
이미지- 언더70쇼핑몰
이미지- 고민남쇼핑몰

이들 ‘포켓남’ 쇼핑몰은 패션이나 이미지뿐 아니라 사용하는 언어도 남다르다. “컬러감이 너무 예뻐서, 망설임 없이 셀렉한 니트입니다. 뽀얗고 맑고, 밝은 톤의 레몬컬러는 카키나, 그레이와 특히 잘 어울렸구요. (…) 햇빛에 비춰야 푸른빛이 슬쩍 느껴질 정도로 어두운 편이에요.” ‘예쁘다’, ‘뽀얗고’ 등 여성미의 전유물로 여겼던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햇빛에 비춰야 푸른빛이 슬쩍 느껴질 정도로 어두운 편’이라며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섬세한 묘사, ‘~요’라는 서술 어미도 마찬가지다.

또 기존 여성 쇼핑몰에서 주로 보이던 ‘친근한 말투’도 그렇다. “형들 안녕 오늘은 크롭 맨투맨을 소개할게 (…) 색감도 예쁜 크롭 레이어드로 활용하기 좋은 컬러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취향에 맞는 색으로 고르면 될 것 같아.” 이러한 설명은 ‘언니들 안녕, 이번엔 요 아이를 소개할게’라는 여성 쇼핑몰 말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달콤 비니’처럼, 기존 여성 쇼핑몰 설명의 가장 큰 특징인 ‘아기자기한 상품 네이밍’도 적극적으로 쓰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3. #smallman

이미지- 모델 인스타그램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장점을 부각하라’고 했던가. 아담한 남성들은 ‘마초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소년미를 적극적으로 앞세우기 시작했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SNS인 인스타그램에서도 해시태그 ‘#키작은남자코디, #키작은남자, #키작은남자쇼핑몰, #키작은남자데일리룩’ 등을 검색하면 상당수 많은 게시물을 만날 수 있다. 앞으로의 패션 트렌드는 ‘남성은 강인해하고 보호하는 역할, 여성은 연약하며 보호받는 역할’이라는 성별 이분법에서 벗어나는 방향에 가깝지 않을까. 곧 ‘마초적인 여성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게 되기를 바란다.

 

메인 이미지 출처- 어바웃엑스스몰 쇼핑몰

 

Writer

지리멸렬하게 써 왔고, 쓰고 싶습니다. 특히 지리멸렬한 이미지들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사진이나 미술 비평처럼 각 잡고 찍어낸 것이 아닌, 그 각이 잘라낸 이미지들에 대해. 어릴 적 앨범에 붙이기 전 오려냈던 현상 필름 자투리, 인스타그램 사진 편집 프레임이 잘라내는 변두리들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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