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아직 조심스럽게 말하게 되는 것, ‘성소수자(LGBT)’에 관한 이슈다. 2016년 열린 제18회 코리아 퀴어 컬처 페스티벌(KQCF) 행사에는 주한 외국대사관이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스를 마련하여 인식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퀴어 퍼레이드에서는 종교 및 보수 단체들의 반대집회가 동시에 열려 그야말로 ‘퀴어’한 장면을 자아냈다. 영화라는 장르는 현실에서 가장 첨예하게 논쟁 중인 화두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특히 최근의 국내외 영화계에는 ‘레즈비언’ 주인공들이 그 매력을 맘껏 펼쳤다. 여전히 논란과 이견이 분분한 주제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은 퀴어시네마를 살펴보자.

 

1. 용기 있는 사랑 <로렐>

Freeheld, Laurelㅣ2015ㅣ감독 피터 솔레트ㅣ출연 줄리안 무어, 엘렌 페이지, 마이클 섀넌, 스티브 카렐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단편다큐멘터리 수상작 <프리헬드> (Freeheld)(2007)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실제 인물인 ‘로렐’의 삶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극중 ‘로렐’역의 줄리안 무어가 삭발도 불사하는 연기를 펼친 것으로도 알려져 기대를 높인다.

뉴저지주의 경찰인 '로렐'(줄리안 무어)은 평범한 여자 '스테이시'(엘렌 페이지)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행복한 생활도 잠시, 로렐은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그는 사후 연금수령인을 스테이시로 신청하려 하지만 의회에서 거절 당하고 만다. 영화는 로렐이 투병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스테이시를 위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모습은 동성애를 낯설게 비추지 않고, 오히려 인간적인 사랑에 대한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로렐>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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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처음 그리고 마지막 사랑 <캐롤>

Carolㅣ2015ㅣ감독 토드 헤인즈ㅣ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카일 챈들러

제68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루니 마라) 수상 이외에도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노미네이션과 수상이력은 영화 <캐롤>의 작품성을 증명해준다. 제30회 런던LGBT영화제 개막을 기념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역사상 최고의 성소수자 영화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직 동성애에 보수적인 1950년대 뉴욕. 경제력 있고 겉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여자 캐롤(케이트 블란쳇)과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자 테레즈(루니 마라)가 우연히 백화점의 손님과 점원으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다. 상대적인 처지에 있는 두 여자가 서로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동성애’라는 사랑의 한 갈래를 뛰어 넘는다. 결국 영화는 두 ‘여성’의 사랑이 아닌 두 ‘사람’의 보편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속 아름다운 이미지와 어우러진 두 배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영화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준다.

<캐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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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정한 변신을 꿈꾼 <대니쉬 걸>

The Danish Girlㅣ2015ㅣ감독 톰 후퍼ㅣ출연 에디 레드메인, 알리시아 비칸데르, 엠버 허드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레미제라블>, <킹스 스피치>를 연출한 톰 후퍼 감독과, 2015년 아카데미 및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동시 석권한 에디 레드메인의 만남은 일찌감치 큰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결과물은 기대 이상의 극찬을 받으며 당당히 퀴어시네마계의 명작 반열에 올랐다.

1920년대 덴마크, 풍경화 화가인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는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의 그림 모델을 해주기 위해 드레스를 입게 된다. 그 순간, 에이나르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진정한 자신을 찾으려는 ‘그녀’와 그를 사랑했던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묘사되는 섬세한 감정 표현들은 깊은 감동과 여운을 준다. 개봉 당시 상대적으로 적었던 국내 상영관을 안타까워했던 많은 반응들 또한 이 영화의 가치를 새삼 증명하는 에피소드다.

<대니쉬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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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사랑 <가장 따뜻한 색, 블루>

La vie d'Adele, Blue Is The Warmest Colorㅣ2013ㅣ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ㅣ출연 레아 세이두,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2013년 제66회 칸 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프랑스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제39회 세자르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30개가 넘는 노미네이트 기록은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동성애의 적나라하고 파격적인 장면들도 유명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원제가 "아델의 삶(La vie d'Adele)"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주인공 ‘아델’이 사랑의 감정을 겪으며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평범한 고등학생 아델(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과 푸른 머리칼이 인상적인 대학생 엠마(레아 세이두)의 만남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극 중 엠마가 아델에게 "너에게 무한한 애틋함을 느껴"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그 ‘애틋함’이라는 단어가 영화 속 둘의 관계, 그리고 아델이 겪은 사랑을 함축적으로 이야기한다. <아가씨>의 개봉으로 더욱 회자한 영화. 아직 안 봤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따뜻한 색,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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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상한 관계, 아름다운 장면의 여자들 <아가씨>

The Handmaidenㅣ2016ㅣ감독 박찬욱ㅣ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와 아가씨를 지배하려는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전개와 인물 묘사가 일품인 <아가씨>는 2016년 국내에 ‘퀴어시네마’라는 화두를 좀 더 노골적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영화 <아가씨>에서 보여주는 동성애가 지향하는 것이 온전히 여자들의 진정한 사랑인지, 추악한 남성성에 대항하는 모습인지 구분해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논란과 평이 분분한 영화 <아가씨>에서 분명한 것은 서로 속고 속이는 결코 아름답지 않은 관계 속에서도 두 여자, 즉 아가씨(김민희)와 하녀 숙희(김태리)가 등장하는 모든 신이 단연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2016년 제69회 칸영화제 벌칸상을 수상한 만큼,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쟝센이 두 여자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가씨>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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