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삼일만세운동이 일어나기 3년 전인 1916년, 아일랜드에서는 부활절 봉기(Easter Rising)라 불리는 무장 독립운동이 일어났다. 1169년 잉글랜드의 헨리 2세에게 정복된 이래 아일랜드는 영국의 가장 오래된 식민지로 있으면서 반란과 진압이 끊이질 않았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영국이 독일과 전쟁을 치르는 틈을 이용해 아일랜드의 공화주의자들은 부활절에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비록 압도적인 전력의 영국군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되었으나, 이는 아일랜드 독립군(IRA)의 창설과 함께 아일랜드 독립으로 향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1916 Easter Rising> 관련 다큐 영상

아일랜드의 공영방송 RTE는 부활절 봉기 백 주년을 맞은 2016년 모두 5편으로 구성된 미니시리즈 <Rebellion>을 제작하였다. RTE는 총 6백만 파운드(약 90억 원) 규모의 아일랜드 방송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여 아일랜드 독립을 기리는 기념비적 드라마를 제작하여, 정확하게 부활절 봉기 백 주년인 2016년 4월 24일 RTE One 채널을 통해 방송했다. 이날 본방송 시청률 41%를 기록, 아일랜드 내에서 둘 중 한 명이 시청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RTE는 곧이어 부활절 봉기 이후 블러디 선데이(Bloody Sunday) 사건을 다룬 두 번째 시즌 제작에 돌입했다.

<Rebellion> 시즌 1 예고편

<Rebellion>의 시즌 1은 부활절 봉기 2년 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즈음, 일본 게이샤로 분장하고 뮤지컬 <Three Little Maids>에서 노래하는 세 명의 쾌활한 아이리시 여성에서 시작한다. 실제로 2백여 명의 여성들이 부활절 봉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드라마는 줄곧 이들 세 명이 겪는 사건을 따라가며 서로 다른 시각으로 그 시대를 조명한다. 어떤 이는 반군으로, 어떤 이는 부유한 가족과 영국 군인인 약혼자를 뒤로하고 반군의 편에 서며, 어떤 이는 영국 총독부의 비서로 근무하며 불륜에 휘말린다. “Ordinary People Extraordinary Times”라는 모토가 말해주듯이, 특별한 시대에 보통 사람들이 겪게 되는 픽션 형식을 취했다.

<Rebellion> 시즌 2 예고편

아일랜드인들의 높은 관심에 비해 언론의 시선은 차가웠다. 당시 5백여 명이 사망하였고 더블린 시내가 초토화된 비극적인 사건이었지만, 드라마에서는 극적 긴장감이 전혀 재현되지 않았다는 냉혹한 평가가 있었다. 또한, 역사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묘사들이 여기저기 드러나 교육적으로 활용할 만한 가치가 높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사건에 근거한 픽션 드라마 형식을 내세웠지만, 역사적 사실이 부정확하다는 비난에 직면한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둔 제작직은 절치부심, 올해 2월 두 번째 시즌을 방송하였다. 1920년 11월 영국 정부와 IRA 간의 불꽃 튀는 정보전으로 30여 명의 사상자가 나온 블러디 선데이를 주요 소재로 다룬다.

BBC에서 백 주년에 제작한 <Easter Rising Centenary>

시즌 2는 이전 시즌에 비해 나아졌다는 평가이나,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IRA의 창시자인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에 대한 묘사에 논란이 집중되고 있다. 20년 전 북아일랜드 출신인 리엄 니슨이 연기한 영화 <마이클 콜린스>(1996) 역시, 영국에서는 “살인마를 영웅시했다”며 상영금지 논란이 일었고, 북아일랜드에서는 분단의 원흉을 미화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Rebellion>의 제작자는 시즌 2 방송 이후, 마이클 콜린스가 암살되는 1922년까지 다루는 세 번째 시즌을 제작하여 3부작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향을 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