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연주회에서 에스페란자 스폴딩, 조이 알렉산더와 함께 한 웨인 쇼터(2016)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앨범 <Emanon>(2018)으로 재즈 연주앨범상을 수상한 웨인 쇼터(Wayne Shorter)는 1933년생으로 올해 86세에 이른 재즈 레전드다. 1950년대 말에 아트 블레키의 재즈 메신저(Jazz Messenger)에서 작곡과 테너 색소폰을 담당했고, 1960년대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세컨드 그레이트 퀸텟(Second Great Quintet)의 멤버로 명성을 얻었다. 1970년대에는 친구 조 자비눌(Joe Zawinul)과 함께 재즈에 펑크와 록을 합친 퓨전그룹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를 이끌었다. 2019년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한 뮤지션과 관객들은 자신의 쿼텟 멤버들과 함께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무대에 올라온 재즈 레전드를 기립박수로 열렬히 환영했다.

2019년 그래미 시상식의 웨인 쇼터 쿼텟 수상 장면

그는 뉴욕대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군대에 다녀온 후, 메이너드 퍼거슨 빅밴드에서 재즈 뮤지션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후일 웨더 리포트를 함께 창단하게 되는 피아니스트 조 자비눌과 친구가 되었지만, 자비눌은 캐논볼 애덜레이와 함께 하기 위해 떠나고, 자신은 당대 최고의 인기 하드밥 밴드 아트 블레키의 재즈 메신저에 고용되면서 두 사람은 이내 헤어진다. 웨인 쇼터는 4년간 아트 블레키와 한솥밥을 먹으며 테너 색소폰 연주와 함께 작곡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는 밴드의 신곡을 도맡아 작곡하면서 재즈 메신저의 뮤직 디렉터 일까지 맡게 된다.

아트 블레키와 재즈 메신저 시절, 트럼페터 리 모건(Lee Morgan)과 함께 자신이 작곡한 ‘The Summit’을 연주하는 웨인 쇼터(1961, 동경)

1964년에는 그레이트 퀸텟이라 불리는 2기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에 고용되면서, 마일스 데이비스 사단에 6년을 더 머물며 20여 장의 음반에 참여한다. 당시 마일스 데이비스 음반의 절반에 이르는 수록곡에 웨인 쇼터의 작곡 크레디트를 올렸고, 그의 후기 명반<In a Silent Way>(1969), <Bitches Brew>(1970) 부터는 테너 색소폰을 내려놓고 소프라노 색소폰을 불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소프라노 색소폰이 그의 주 악기로 자리 잡아, 훗날 웨인 쇼터는 소프라노 색소폰 명인으로 불리게 된다.

<Speak No Evil>(1964)은 많은 평론가들이 명반으로 꼽는 웨인 쇼터의 대표 음반이다. 앨범 표지의 일본 여성은 그의 첫째 부인이다

당시 마일스 데이비스 사단 출신의 뮤지션들은 1970년대 들어 경쟁적으로 퓨전재즈 그룹을 창단했다. 허비 행콕은 헤드헌터(Headhunters)를, 존 맥러플린은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Mahavishnu Orchestra)를, 칙 코리아는 리턴 투 포레버(Return to Forever)를, 그리고 웨인 쇼터는 친구 조 자비눌과 함께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를 창단했다. 창단 멤버였던 미로슬라브 비투오스(Miroslav Vitous) 후임으로 격정적인 베이시스트 자코 패스토리어스(Jaco Pastorious)가 가세하며 밴드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들은 1970년대, 5년 연속 다운비트에서 최고 앨범상을 수상했다. 약 15년간 계속된 이들의 활동은 약 15년간 계속되다가, 웨인 쇼터가 밴드를 탈퇴하고, 그와 조 자비눌이 밴드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밴드는 해체되었다. 웨인 쇼터는 조니 미첼, 허비 행콕 등과 함께 하며 자신의 솔로 활동을 이어 나갔다.

웨더 리포트의 대표곡 ‘Birdland’ 실황(1978)

아트 블레키와 함께 한 하드 밥(Hard Bop),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한 쿨(Cool), 그리고 웨더 리포트의 재즈 퓨전(Jazz Fusion)으로 이어진 그의 음악 경력은 늘 순조롭기만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족들을 연속적으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 14세였던 둘째 딸을 병으로 잃었고, 1996년의 TWA 항공기 추락 사고에 그의 부인과 조카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 두 사람은 이탈리아에서 공연 중이던 그를 방문하기 위해 사고 항공기에 탑승했던 것이다.

웨더 리포트 시절의 조 자비눌(좌), 자코 패스토리어스(중), 웨인 쇼터(우)

웨인 쇼터는 원래부터 술을 좋아하고 늦게까지 폭음하기로 유명했다. 다음 날 연주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웨인 쇼터의 음주벽이 심해지자, 마일스 데이비스가 이를 경고하기 위해 라이벌 색소포니스트 조 헨더슨(Joe Henderson)을 추가로 고용한 사실은 유명하다. 실제로 한동안 그는 음주량을 많이 줄여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한편 그는 자신의 오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니치렌 불교(Nichiren Buddhism)에 깊이 심취하기도 했다.

<Adam’s Apple>(1966)에 수록한 재즈 오리지널 ‘Footprints’을 에스페란자 스폴딩과 함께 연주했다.(2014)

웨인 쇼터는 현재 2020년 가을 초연을 목표로 에스페란자 스폴딩과 함께 뮤지컬 <이피케니아(Iphigenia)> 창작 일에 몰두하고 있다. 무려 51년 차이인 재즈 레전드와 떠오르는 스타는 2014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난 후, 어느새 자주 협연을 갖는 음악적 동료가 되었다. 그는 <Speak No Evil>(1964)에 수록된 웨인 쇼터의 오리지널 “Fee-Fi-Fo-Fum’을 연주하면서 재즈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웨인 쇼터 다큐멘터리 <The Language of the Unknown>(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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