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다. 3.1운동은 1919년, 일본의 식민지 통치에 저항하고자 수백만 명의 민중이 독립 만세를 외쳤던 항일운동이다. 이는 당대 최대 규모의 독립운동이자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세계 민중 운동에 영향을 끼쳤다. 올해 개봉한 <항거>는 3.1운동에 앞장선 유관순의 삶을 집중 조명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 속에는 독립 국가를 세우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 역사들이 있다. 영화 <헝거>는 영국으로부터의 북아일랜드 독립을 주장하며 1981년 옥중 단식 투쟁을 감행한 실존 인물 ‘보비 샌즈’의 삶을 다뤘다.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아웃로 킹>은 14세기 초 일어난 스코틀랜드의 독립 전투를 담았다.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이하 <항거>)는 3.1운동을 표상하는 인물, 유관순의 이야기를 그린다. 당시 유관순은 1919년 4월 1일 고향인 충남 천안 병천에서 만세 시위를 주도해 구속됐다. 영화는 유관순이 서대문형무소에서 보낸 1년여의 삶을 재구성했다. 영화는 여옥사 8호실로 향하는 ‘유관순’(고아성)을 뒤따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감방 문이 열리고, 좁디좁은 공간에는 수십여 명의 여성 수감자들이 다닥다닥 서 있다. 그곳에서 유관순은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김예은)와 만세를 부른 기생 ‘김향화’(김새벽), 다방 종업원 ‘이옥이’(정하담)를 만난다.

영화는 투옥된 상황에서도 일제에 저항하는 8호실 여성 수감자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그들은 나라 잃은 슬픔과 분노 속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다진다. 시린 겨울, 수감 중 태어난 동료의 갓난아기를 위해 죄수복 속에 든 솜을 모아 아기 옷을 지어 준다. 고문을 받다가 다쳐서 돌아온 유관순을 살뜰히 보살핀다. 실제 각 배우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배역의 무게를 공유했다고 한다. 8호실 세트장 역시 실제 8호실보다 좀 더 작게 만들어 배우들의 연대감을 높였다.

한국 사회는 여태껏 유관순을 '일제 탄압으로 희생당한 어린 여성'으로 여겨왔다. 영화는 여태껏 사회가 유관순이라는 인물에 부여한 전형적인 인식을 탈피한다. <항거> 속 유관순은 주체적이고 용기 있는 학생이자 여성 독립운동가다. 유관순을 연기한 배우 고아성 역시 유관순을 ‘훌륭한 리더’로 해석했다고 한다. 고아성의 연기로 다시 살아난 영화 속 유관순은 때론 천진난만하고 지적이며, 때론 독립과 자유를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투쟁가이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예고편

 

“한 마리의 종달새를 가둘 수는 있지만 그 노래까지 멈추게 할 수는 없다”, <헝거>

<헝거>는 <노예 12년> <셰임>을 연출한 스티븐 맥퀸의 작품이다. 영화 제목은 ‘헝거 스트라이크(Hunger Strike)’, 즉 단식투쟁을 뜻한다. 영국으로부터 북아일랜드를 독립시키고자 1980년대 단식투쟁을 했던 IRA(아일랜드 공화국군) 단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는 북아일랜드 독립운동의 선봉장이었던 보비 샌즈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보비 샌즈는 영국에 맞서서 게릴라전을 펼치다가 수감된다. 당시 영국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가 북아일랜드 독립 투쟁가들을 테러범으로 다루겠다고 선언하자 보비 샌즈는 IRA 단원들과 함께 옥중 투쟁을 전개했다.

영화에서 ‘보비 샌즈’(마이클 패스벤더)가 펼치는 투쟁은 불결 투쟁과 단식 투쟁이다. IRA 단원들은 벌거벗은 채 이발과 면도, 샤워를 거부한다. 배설물을 감방 벽에 바르고 오줌을 따로 모아 감옥 복도에 부어 버린다. 수감자들을 구타하고 방치하던 교도관들은 전략을 바꿔 강제로 IRA 단원들의 머리를 밀고 몸을 씻긴 뒤 유치한 옷을 입힌다. 그리고 이들을 깔끔한 감방으로 다시 배치한다. 불결 투쟁이 소용없자 보비 샌즈는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66일 단식했던 보비 샌즈를 연기하기 위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헝거>는 2008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영화는 IRA의 투쟁을 감정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카메라는 단식 투쟁으로 아스러져 가는 보비 샌즈의 육체를 고요하게 기록한다. 16분간의 집요한 롱테이크로 찍은 보비 샌즈와 ‘도미닉’ 신부(리암 커닝햄)와의 논쟁 장면은 영화와 주제를 지탱하는 묵직한 중심축이다. 보비 샌즈는 이 장면에서 공화주의운동과 단식투쟁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굳힌다.

<헝거> 트레일러

 

중세에 일어난 스코틀랜드 독립 투쟁, <아웃로 킹>

<아웃로 킹>은 2018년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로 잉글랜드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인들이 1314년에 일으킨 라우든 언덕 전투(배넉번 전투)를 다룬다. 스코틀랜드 출신이자 <로스트 인 더스트> 감독 데이빗 맥킨지가 연출했다. <로스트 인 더스트>에서 주인공 토비를 맡았던 크리스 파인은 <아웃로 킹>에서 라우든 언덕 전투를 이끈 스코틀랜드왕 로버트 브루스를 연기했다. <캑 애스>의 애런 존슨은 잉글랜드로부터 약탈당한 가족의 땅을 돌려받기 위해 독립 전투에 참여하는 제임스 더글라스를 연기했다.

로버트 브루스는 선왕이었던 아버지의 뜻대로 잉글랜드왕 에드워드 1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1차 독립 전쟁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가 능지처참당하고 스코틀랜드 민중이 잉글랜드군으로부터 핍박받자 반란을 결심한다. <아웃로 킹>에서 윌리엄 월레스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1995년 멜 깁슨이 연출한 <브레이브하트>는 윌리엄 월레스를 주인공으로 한다. <브레이브하트>는 로버트 브루스를 우유부단하고 옹졸하게 묘사했지만, <아웃로 킹>에서 로버트는 정직하며 용기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당시 <브레이브하트>는 역사 왜곡으로 수많은 논란이 있었다).

근현대와 달리 중세시대 전투에서는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적을 죽여야 했기에 피와 살덩이가 더욱 난무했다. <아웃로 킹>은 진흙과 피로 뒤범벅이 된 전투를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라우든 언덕 전투 장면은 중세시대 전투만의 특징을 밀도 있게 시각화했다. 불리한 군세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 2세로부터 승리한 이 전투는 로버트의 투쟁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아웃로 킹> 예고편

 

 

Writer

망원동에서 사온 김치만두, 아래서 올려다본 나무, 깔깔대는 웃음, 속으로 삼키는 울음, 야한 농담, 신기방기 일화, 사람 냄새 나는 영화, 땀내 나는 연극, 종이 아깝지 않은 책,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를 좋아합니다.